파도의 말 2 _ 마종기

2016. 4. 21. 22:0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파도의 말 2



                                 마종기 




답답해 바다에 나왔다. 

서글픔으로 감싸인 연약한 해안을 

파도가 대신해 몸 풀어준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다. 

해방된 빈 배도 떠나고 

시들어가는 바다의 파도만 남았다. 

해안을 조심해 걸으며 

작은 파도를 하나씩 줍는다. 

한기와 체념으로 말라버린

바다의 말을 줍는다. 



내 파도여, 

말하는 바다의 잎이여, 

이렇게 쉽게 사는 것이 

죄는 짓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파도의 여러 음성은 내내 

이승의 아쉬움을 말하고 있지만 

저녁은 우리 사이를 막고 덮어서 

내게 오던 파도가 

돌아서기 시작한다.




 



반응형

'책과 글, 그리고 시 > 시에 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밍웨이를 꿈꾸며 _ 마종기  (0) 2016.04.30
몬태나 평원 _ 마종기  (0) 2016.04.23
도마뱀 _ 마종기  (0) 2016.04.21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_ 마종기  (0) 2016.04.19
Thank You _ 넬(Nell)  (0) 2015.10.20

도마뱀 _ 마종기

2016. 4. 21. 10:2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kr.clipart.me

 

 

 

도마뱀

 

 

                                                    마종기

 

 

  내가 사는 외국의 동네에는 도마뱀이 많이 산다.

10센티 정도의 길이가 동작 재빠르고 눈치도 빠르다.

가끔은 죽은 듯 오래 움직이지 않는 재주도 있다.

영리한 이 도마뱀을 잡으면 잡힌 부분을 스스로 쉽게

끊어버리고 도망간다. 짧게 꼬리는 잡으면 그 꼬리를 버리고,

길게 잡아도 몸의 반쯤만 한 꼬리까리 포기하고 도망쳐버린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꼬리 잘린 도마뱀을 본 적이 없다.

그런 도마뱀은 숨어서만 사는 것일까.

아니면 요술같이 새 꼬리가 금세 자라나는 것일까.

 

 

  내가 도마뱀의 끊어진 꼬리를 두 개나 가지게 된 날 밤,

나는 내 머리가 없는 것을 알았다.

처음 가졌던, 내 아버지가 주신 머리가 없는 것을 알았다.

고국의 친구가 그랬을까, 하느님같이 큰 손이 그랬을까.

머리를 잘 세워 생각을 옳게 고쳐주려고 내 머리를 잡았던 것인가.

나는 귀찮은 참견이 싫어 내 머리를 끊어주고 도망치고 말았던가.

머리 없는 몸뚱이와 사지만으로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숨어사는 도마뱀. 가끔은 내 머리가 그리워진다.

잘려나간 내 머리는 지금쯤,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반응형

'책과 글, 그리고 시 > 시에 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몬태나 평원 _ 마종기  (0) 2016.04.23
파도의 말 2 _ 마종기  (0) 2016.04.21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_ 마종기  (0) 2016.04.19
Thank You _ 넬(Nell)  (0) 2015.10.20
연탄 한 장 _ 안도현  (0) 2015.10.08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_ 마종기

2016. 4. 19. 12:0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brunch.co.kr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마종기

 

 

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 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했다

손이 담길 것 같이 가까운 은하수 속에서 편안히 누워

잠자고 있는 맑은 별들의 숨소리도 정다웠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껏

착하고 신기한 별밭을 보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죽은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게도 지난 몇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반응형

'책과 글, 그리고 시 > 시에 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도의 말 2 _ 마종기  (0) 2016.04.21
도마뱀 _ 마종기  (0) 2016.04.21
Thank You _ 넬(Nell)  (0) 2015.10.20
연탄 한 장 _ 안도현  (0) 2015.10.08
From Mark _ 하동균  (0) 2015.10.03

아버지의 얼룩진 안경

2016. 3. 24. 13:44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출처: holemess221.tistory.com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한치 앞을 알 수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난 월요일 새벽에 둘째 큰아버지는 갑작스레 숨을 거두셨다. 예견치 못한 모든 것들은 당혹스럽다.

 

 

작년 장례식이 잦았고 장례식장에 자주 들락거렸지만, 타인의 '죽음'앞에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과 나는 별개였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처럼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의 사이에서 타인의 죽음을 아무런 초점없이 바라봤다.  

 

 

이번에는 달랐다. 장례식장에서 자주 휘청거리는 둘째 큰어머니의 모습에서 죽음이 불러온 충격를 보았으며, 둘째 큰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촌형과 사촌누나의 충혈된 눈 속에서 죽음이 드리운 이별의 아픔을 체감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대면했다. 형님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몰래 눈물을 훔치셨고, 안경에 눈물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셨다. 아버지는 얼룩진 안경알을 장례식 내내 닦지 않으셨다.   

 

 

 

의도치않게 맨 앞에서 큰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가장 앞선 자리에서 장례행렬을 이끌었고, 가장 처음 화장(火葬)실에 들어갔고, 잘게 빻은 뼛가루가 담긴 유골함을 든 첫째 큰아버지를 모시고 가장 먼저 묘에 도착했다. 남은 자가 감당해야 할 슬픔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그 아픔을 받아냈다. 연로한 아버지와 마시마로처럼 귀엽게 웃는 엄마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단 몇시간 만에 뼛가루가 되어 땅속에 고이 묻힌 둘째 큰아버지를 생각했다. 혼자 되뇌었다.

 

 

"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세기 3: 19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살아있을 때 잘 살자..." 그리고 아무 말이 없으셨다.




 

반응형

'책과 글, 그리고 시 > 시를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의 무게  (0) 2018.07.16
간극(間隙)  (0) 2017.11.0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_신영복 옥중서간

2016. 3. 15. 22:41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출처: leroy7.com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벽,

 인간관계가 대안의 구경꾼들간의 관계로 식어버린 계절...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 28. -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다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읽고싶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다음 날 책을 주문했다. 요즘 자주 책을 들춰보고, 한참을 읽다가 생각하고, 다시 읽다가 필사한다. 20대에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글의 깊이에 놀랐고, 그리고 글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감격했다. 30대에 다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사고의 깊이에 감탄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지나온 시간속에서 나는 인생에 대하여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왔던가. 그 고민과 사유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수확하였는가. 그 물음앞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나날들이다.    






반응형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하여_ 추가설명

2016. 3. 8. 12:37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필자가 작성한 글 "인간의 자유의지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하여(http://kangsy85.tistory.com/590)"의 문장이나 단어에 대한 질문이 있어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출처: http://m.blog.daum.net/apologist/13

 

 

 

1.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갈수 있는 가능성'

 

구원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스스로 구원받을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사건이며, 절대로 우리의 공로나 행위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개혁주의자들과 성경은 인간이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아무일도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성을 사용하여 '종교적 진리'는 물론 역사와 우주를 취급하는 성경을

탐구할 수는 있다"

 

- 프란시스 쉐퍼, 《이성에서의 도피》, p. 67 -

 

 

필자가 작성한 '가능성'이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본래의 속성들을 아직도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 타락, 구속은 각각 불연속의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연관성이 있는 연속의 사건이다. 그러므로 '타락'이라 단어를 전체적인 틀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야한다. 칼빈주의에서 말하는 전적타락(total depravity)은 인간이 절망적으로 악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부분을 포함한 인간 본성의 모든 측면이 타락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간성이 왜곡되었긴 하지만, 동물이 아니라 여전히 인간이다. 손상된 관계도 여전히 하나의 관계이고, 잘못된 사고과정도 하나의 사고과정이라는 것이다. 즉, 타락한 창조 속에 선한 어떤것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각주:1] 

 

 

"창조는 어떤 결정적인 의미에서는 말살되지 않는다" 

-알버트 윌터스, 《창조, 타락, 구속》, p. 100 - 

 

 

 

2.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과 부활로 인한 '어느정도' 회복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과 부활로 말미암아 존재론적 관점에서 완전 회복되었다. 그런데 필자가 왜 '완전한 회복'이란 단어를 쓰지 않은 이유는 '자유의지'란 주제와 함께 썼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완전 회복하지 않았다. 만약 인간의 자유의지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의 선택은 모두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음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아직 연약한 육신의 옷을 입고 있기에, 항상 올바른 선택만은 할 수 없는것이다.

 


 

"내가 원하는 바 선의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만일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속에 거하는 죄니라"

롬 7:19~20 

 

 


그러므로 이미(초림으로 이루어진)와 아직(재림으로 완성될)사이에 살아가는 신자는 연약한 육신을 입은 존재이기에 날마다 악과 단호히 맞서서 싸우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의 heart 표시를 눌러주세요.

더 많은 사람과 소통 & 공유 할 수 있습니다.

 

  1. 알버트 윌터스, 창조 타락 구속, 양성만, 홍병룡 옮김, IVP, p.100 [본문으로]
반응형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하여

2016. 1. 20. 23:14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출처: freeview.org



인간의 자유의지를 논하려면 먼저, 성경의 창조, 타락, 구속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아래 본문 중 서론의 내용은 필자가 썼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서평(http://kangsy85.tistory.com/357)의 내용에서 발췌했다. 그럼 시작해보자. 





1. 창조, 타락, 구속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자신(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드시고 그들에게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자유의지를 허락하셨다. 창조주(하나님)가 피조물(인간)과 인격적인 교제를 원했기 때문에,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님을 대적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타락하기 전에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재로서 하나님의 것들을 향유하였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의지는 선을 향하게 되어있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딤전 4:4



안타깝게도, 창세기에 기록되었듯이, 간교한 뱀이 하와를 유혹하여 인간들이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게 한다. 그렇게 그들(아담과 하와)이 악을 행하게 됨으로써, 인간은 타락한 존재가 된다. 모든 의지와 욕구가 자아를 충족시키는데 몰두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인간이 타락하긴 했지만,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든 인간은, 하나님의 지적체계를 이어받은 존재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과 사고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하나님의 절대 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나님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 -사랑, 온유, 기쁨 등-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가능성들이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과 부활로 인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그리스도가 행하신 모든 일들을 믿는 자들에게는 새로운 존재로서 살아가는 기회가 부여된 것이다. 즉, 본질적으로 신자는 생각하는 방향이 불신자와는 다르게 작동된다는 것이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후 5:17



 

2. 신자와 자유의지


새롭게 된 신자는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성경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유의지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원적인 죄악(아담의 죄)을 행함으로써 선과 악이 공존하는 육신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인생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하기에 신자도 이기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생각과 죄의 유혹 때문에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분명한 것은 신자는 불신자와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날마다 죄를 단호히 거부하고, 의지적으로 싸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창조시 자유의지를 주신 것은 하나님께 순종함으로써 선을 행하게 하기위함이었지, 악을 위한 도구로 만드신 것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의 창조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자유의지와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 

 

 그러면 우리는 ‘신자가 자유의지를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했을 때, 하나님은 어떻게 하실까?’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그 신자가 참된 신자라고 전제한다면, 참된 신자안에는 성령님이 계시고, 그분은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이끌어주시며 그 가운데 지혜를 주신다. 또한 참된 신자는 자신의 삶을 항상 성경에 비추어 볼 것이기 때문에, 그 신자는 자신의 행동이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 의지적으로 애쓸 것이다. 이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의 잘못한 것을 제대로 깨닫고, 그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하였는가 또는 순종하였는가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섭리측면에서 문제의 대답을 이어갈 수 있다.

 

 하나님의 섭리사역의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우리의 모든 것에 개입하시면서 우리의 삶을 선한방향으로 이끌어 가실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은 우리를 선한 방향으로 질질 끌고 가시진 않는다. 그리고 그 선한방향이라는 것은 우리의 측면에서 선하지 않은 방향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1) 우리가 인생전체를 알지 못한다는 것2) 결국에는 하나님이 우리는 선한 길로 이끄신다는 믿음안에 거하며 그분을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선하게 창조되었고, 죄로 인한 타락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그 방향이 왜곡되었으나,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으로 이뤄진 구속사역으로 선한방향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창조와 타락은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구속은 예수님을 주와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신자들에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라 하더라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아직 연약한 육체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죄와 싸워야 하는 존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자는 의지를 사용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예수그리스도의 능력이 더해졌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Free will




공감하신다면, 아래의 heart 표시를 눌러주세요. 

더 많은 사람과 소통 & 공유 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이병헌과 삼성을 생각한다.

2015. 12. 31. 23:30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출처: iamkorean.com



이병헌이 배우로서의 실력과 공인으로서 책임져야 할 도덕성의 문제를 어떻게 연관지어 생각해야 하는가. 파렴치한 인간이었던 '이병헌'은 내부자들을 통해 연기로서 다시 한번 인정을 받으면서, 배우 이병헌으로 탈바꿈했다. 네이버에서 이병헌의 연관검색어는 내부자들과 관련된 단어로 거의 바꼈고, 구글(Google) 이미지에서 이병헌을 검색하면 이병헌과 다희, 그리고 이지연을 함께 볼 수 없다. 이병헌은 이미지 변신에 보란듯이 성공했다. 배우가 연로 승부해야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나, 공인으로서의 도덕성과 배우로서의 연기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출처: calfocus.com



이병헌을 보면서 삼성을 생각했다. 삼성은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성이 결여된 여러가지 사건들과 연루되어 있다. 특히, 삼성반도체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태에 대하여 방관하며 문제를 회피하려고만 한다. 2007년 삼성업체 노동자가 죽었을 때 삼성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 공화국의 일원임을 고백한다. 삼성 제품은 타사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a/s 체계도 잘 되어있어서, 제품을 고를때 고민없이 삼성을 선택한다. 기업의 도덕성과 그 기업 제품의 우수성은 별개이어야 한다는 논리하에 말이다.

 
 



삼성의 도덕성을 비난하긴 하지만, 그 파렴치한 행위가 나의 권리와 행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면 나는 행동하지 않는다. 행동이 없는 지식은 죽은 것인데 말이다. 사회에서 개인을 먼저 분리하고, 그 다음 기업에서 도덕성과 그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을 따로 떼어 생각한다. 그리하며 삼성의 제품을 고르는 것은 사회의 악을 저지르는 한 기업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개인의 기호에 따라 하나의 상품을 구매한 것 뿐이다, 라는 결론을 맺게된다.



그러하다면, 나는 이병헌이 열연한 내부자들을 볼 것인가, 2015년이 저물어가는 마지막 날에 다시 묻고 있다.  






모순: 창과 방패



반응형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2012) _ 이병률 여행산문집

2015. 10. 29. 17:18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이병률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우울함과 애틋함이 깃든 글을 좋아한다. 그러하기에, 그의 책을 사면 설레이는 맘으로 한 장씩 아껴가면서 읽는다. '끌림(2010)'이 그러했고, '내 옆에 있는 사람(2015)'도 그러했다. 한 번에 다 읽기에는 아까웠으므로, 조금씩 글을 곱씹으며 생각하며 읽었다. 



이번에도 설레이는 맘으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샀고, 아껴 읽을 요량으로 책을 폈다. 근데 어쩌냐. 글들이 잘 읽혀지지 않는다. 글을 읽고 싶었는데, 글이 읽혀지지 않는다, 짜증나게. 그만이 가지고 있는 글의 감성들이 읽혀지지 않는다. 글을 잘쓰는 것과는 별개로, 글을 공감할 수 있게, 나의 이야기인냥 몰입할 수 있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이병률 작가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이번 책의 58개의 여행 에피소드 중에 쉽게, 물 흘러가듯이 읽혀지는 에피소드가 몇 개 되지 않는다. 



글이 죽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병률 작가가 마감기한에 맞춰 글을 짜냈어야 했나, 

자문하면서. 



한 권의 책을 마무리지어야겠다는 일념하에 꾸역꾸역 책을 읽다가 마지막 장을 넘겼다. 참, 재미없게 말이다. 건질만한 몇 가지 에피소드만 남긴다.  

 





8# 나를 덮어주는 사람 


이토록 많이 받아서 영영 받기만 하면서 사는 사람으로 굳어져 버리게 될까 두렵고 어려웠던 사람. 

그렇게나마 내 허술한 빈 곳을 가릴 수 있으니 나에게는 축제 같았던 사람. 




14# 묻고 싶은게 많아서 


문득 행복하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기울고 있어서가 아니라 

넌 지금 어떤지 궁금할 때. 


많이 사랑했느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누구였는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만큼을 살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할 때.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보다 

누구를 사랑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이 

낫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불가능한 사랑이어서, 

하면 안 되는 사랑일수록

그 사랑은 무서운 불꽃으로 연명하게 돼 있지 않은가. 


누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답답함 답답함 때문이 아니라 

누가 내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롭고, 목이 마른 이유들을 아느냐고 묻고 싶다. 


묻고 싶은 게 많아서 당신이겠다. 


나를 지나간 

내가 지나간 세상 모든 것들에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어서 

당신을 만난 거겠다. 




45# 여행을 가서 토끼를 기르겠다고 토끼를 샀다. 


태어난 지 삼 개월 된 토끼는 진한 회색이었다. 고급스런 털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리 눈에 띄진 않았다. 토끼를 사고 사료를 사면서 당근도 조금 샀다. 이름을 '삼개월'이라 지을 수 없어 '삼월'이라고 지었다. 


<중략>


문제는, 삼월이가 무척이나 외롭다는 생각에 빠졌다는 것이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삼월이도 그럴 것이었으며, 그러니 내가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결국 나는 두 번째 토끼를 또 사고 말았다. 말도 안되게 이번에 산 토끼는 수놈이었다. 좋아하는 11월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이름은 자동적으로 '십일월'이라고 지었다. 


<중략>


그러던 어느 날, 전화를 거는데 전화가 먹통이었다. 이빨이 더 나려고 잇몸이 가려웠는지 전화선을 갉아먹은 거였다. "너희들이 끊어놔서 전화가 안 되잖아!"


<중략>


그래, 너희들끼리 잘 해봐라. 나는 그들에게 진정 잘 해주고 싶었으므로 그래 잘 해봐라, 했다. 나는 시 쓰기에 열중했다. 며칠 동안 잡히지 않는 시의 끄덩이를 물고 놓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당근 따위를 씹어 먹으며 지낸 어느 날, 뭔가가 내 발등에 올려졌다. 따듯한 무엇이었다. 몰캉한 무엇이었다. 


<중략>


시를 쓰겠다고 며칠 동안 몰두하는 사이, 아무것도 먹을 것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그게 며칠이 지났는지 기억나지도 않았다. 




49# 마음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 거기에 누가 손 잡아줄 이가 있나요.


<중략>


- 언제는 나에게 손 잘아줄 사람 있었겠습니까?


라고 까칠한 문자를 하려다 


- 손 말고 모가지 묶어줄 사람 구합니다. 


라고 허튼 문자를 하려다 


- 네, 어떻게든 구해야지요. 


라고 쓸쓸히, 안간힘을 보태 문자를 보낸다. 




57# 이별이었구나 


아, 이별이었구나. 

나는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느라 한 번도 뒷일을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이별이 아팠구나. 미안하다. 나, 이토록 텁텁하게 살아서, 정말 미안하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음식에다 감정을 담는 것인데 하물며 나라는 사람, 이렇게 모른척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2012)



반응형

내 옆에 있는 사람(2015) _ 이병률 여행 산문집

2015. 10. 28. 14:28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출처: www.mathplan.com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기뻐하고 좋을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치도록 화나고, 분하고, 짜증난다. 늘 좋은 수도, 늘 나쁠 수도 없는게 사람들과의 관계다. 나는 사람한테 잘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잘 실망하지도 않지만, 근데 간혹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붓고, 은근하게 큰 기대를 하다가, 다시 실망하고,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리곤 한다.  

  





"사람한테 다정하지만 사람한테 까칠하다. 

자주 숨고 자주 간절하며 자주 미친다."


- 이병률 -





'내 옆에 있는 사람' 첫 장에 쓰여진 이병률 작가에 대한 글구다. 작가의 글구는, 곧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라 깜짝 놀라면서 반가웠다. 사람한테 다정하지만, 사람한테 까칠하다... 특정사람한테 잘해주고, 특정사람한테는 눈길 한번 주지않는, 편애가 심한 나의 인간관계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글구인 것 같다는.  



이 책은 제목처럼 사람에 대한 글이다. 사람 때문에, 사람에 의하여, 즐겁고 슬프고 화나고, 그리고 다시 가슴 뭉클해지는, 이병률 작가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조심스레 떠올렸고, 떠오르는 얼굴에 미소짓기로 했지만, 다시 떠오른 얼굴은 나의 인생가운데 부디 사라져 주길 바라며 얼굴을 내젓기도 했다. 

 



이병률 작가의 글을 읽으면, 늘 느끼는 거지만, 일상의 소재를 아주 맛깔스럽게, 그리고 탁월하게 글로 써내려가는 능력이 있는 듯 하다. 작가라면, 다들 이런 능력이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이병률 작가의 그 감성과 약간의 우울함이 곁들여진 글은, 나의 우울함과 맞닿아 있기에, 친근하지만 아프다.


아, 그리고 이병률 작가의 책은 페이지번호 따로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아챘다는.



가슴에 맺혀서 


                          지키고픈 

                          무엇을 

                          가졌습니까 



온 마음으로 지키고픈 무엇이, 몇몇 날을 길바닥에 누워서라도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이냐고 울고불고 대들 그 무엇이 가슴 한쪽에 맺혀 있는 것인지. 있다면 그걸 지켜내는 데 까짓 두려울 일은 그 무엇일지 당장 알고만 싶어졌던 것이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어진간히 

따로가 


                              아름답겠습니다



살아보니 당신이 보였습니다, 라는 첫 문장으로 편지를 쓰면서 

당신하고는 이토록 소박한 삶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라든가 

어지간히 따로 지내는 것이 아름답겠습니다, 라는 말을 적는 건 어떨지. 

아무리 긴 시간을 꾸민다 해도 더이상 같이 지낼 수 없다는 것은 

공기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일 테니.

근사한 말들을 동원해 마술을 보여줄 것도 아니라면

게다가 장엄한 결말을 내기엔 주인공들이 지쳐 보이므로. 


불확실한 것으로 연명하는 것은 어쩌면 죽임이기도 한 것인

안녕, 안녕, 안녕이라고 백번을 말해줄게. 



그토록 

 

                                 무섭고도

                                 지랄맞은

                                 꽃


어쩌면 그렇게 우리의 내부에는 그토록 무섭고도 지랄맞은 꽃이 자라고 있는가. 빛깔은 날카롭고 향은 진하디진한 그 꽃의 씨앗은 어디로부터 스며들었단 말이가.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반응형

Thank You _ 넬(Nell)

2015. 10. 20. 18:31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Thank You  


                                      넬


Hey 참 정말 고마워

이렇게 내 눈물 속에서 

매일같이 나와 함께 해 줘서 

허전함뿐인 날

그리움으로 채워 줘서 


Hey 참 정말 고마워

한 번도 널 잊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떠나 줘서 

이렇게 평생 널 간직하게 해줘서 


So thank you

I miss you

Thank you again


I am so fine I am so fine

매일 울며 잠들고

또 숨 쉴 때마다 아파했던

내 안에 네가 있어

나는 행복할 수 있어 


Hey 참 정말 고마워

달아나버릴 따뜻함이 

아닌 떠날 수 없는 아픔이라서 

이렇게 평생 널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I am so fine I am so fine

매일 울며 잠들고 

또 숨 쉴 때마다 아파했던 

내 안에 네가 있어 

나는 행복할 수 있어 


근데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정말 모두 날 위해서였나요 

그래서 이별을 말하고 

내 안에 상처로 아픔으로 남은 건가요

그렇다면 Is it okay to believe that we were once in love


I am so fine I am so fine

매일 울며 잠들고 

또 숨 쉴때마다 아파해도 

내 안에 네가 있어 

나는 행복할 수 있어 


So thank you

Thank you

I miss you

I'm so missing you

정말 다 나를 위해서였죠







반응형

연탄 한 장 _ 안도현

2015. 10. 8. 01:5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darimsorilog.tistory.com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이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반응형

From Mark _ 하동균

2015. 10. 3. 23:58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www.maniadb.com




From Mark              


                                                        하동균 



남겨진 바다에 버려진 병처럼 

멈출 수가 없어 닿을 수도 없어


차라리 부서져 가라앉는다면 

조금은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자꾸 흘러서 점점 멀어져 

힘껏 달려도 또 제자리에 있어 난


I will fly 날 밀어내는 너라는 파도와

날 조여오는 기억의 바람과

날 묶어버릴 남겨진 시간들


모든 건 멈췄어 시간은 닫혔어 

기억이란 감옥 불타버린 희망


추억이 나타나 흔적에 닿으면 

머리칼을 뜯고 소리를 지르다


니가 넘쳐서 숨이 막혀와

힘껏 달려도 늘 닿을 수도 없어 난


I will fly 날 밀어내는 너라는 파도와

날 조여오는 기억의 바람과

널 묶어버릴 남겨진 시간들


I will fly 날 밀어내는 너라는 파도와

날 조여오는 기억의 바람과

널 묶어버릴 남겨진 시간들


I will fly from mark

I will fly from mark





From Mark







반응형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_ 신경림

2015. 8. 15. 20:4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신경림                                                     


폭풍이 덤벼들어 뒤집어놓기도 하고

짐승들이 들이닥쳐 오물로 흐려놓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푸르기만 하랴

산자락에 막혀 수없는 세월 제자리를 맴돌고

매몰찬 둑에 뎅겅 허리를 잘리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도도하기만 하랴

제 속에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아픔과 

수많은 눈물을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이슬처럼 수정처럼 맑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니 세상에 

마실 것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노래가 되고 얘기가 되면서 

강물이 어찌 늘 고요하기만 하랴 

자잘한 노여움과 하찮은 시새움에 휘말려 

싸움과 죽음까지도 때로는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넓기만 하랴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의 힘을 빌려다 마을과 들판을

눈물로 쓸어버리기도 하는 강물이 

제 몸까지 내던지며 하늘과 

땅을 한바탕 뒤집어놓는 강물이 

어찌 늘 편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유유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도도하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고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반응형

'책과 글, 그리고 시 > 시에 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탄 한 장 _ 안도현  (0) 2015.10.08
From Mark _ 하동균  (0) 2015.10.03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_ 김경미  (0) 2015.08.15
비망록_김경미  (0) 2015.01.20
몸 하나의 희망  (0) 2014.12.22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_ 김경미

2015. 8. 15. 20:3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김경미 



낯선 읍내를 찾아간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포플러나무가 떠밀고 

시외버스가 부추기는 일이다 


읍내 우체국 옆 철물점 싸리비와 

고무호스를 사고 싶다 

청춘의 그 방과 마당을 다시 청소하고 싶다 

리어카 위 잔뜩 쌓인 붉은 생고기들

그 피가 옆집 화원의 장미꽃을 피운다고 

청춘에 배웠던 관계들 

언제나 들어오지 마시오 써 있던 풀밭들

늘 지나치던 보석상 주인은 두 다리가 없었다

머리 위 구름에서는 언제나 푸성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손목부터 어깨까지 시계를 차도 시간이 가지 않던 

시간이 오지 않던

하늘에 1년 내내 뜯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건 

좌절과 실패라는 것도 청춘의 짓이었다 


구름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고개가 부러졌던 스물셋

설욕도 못한 스물여섯 살의 9월

새벽 기차에서 내리면 늘 바닷속이었던 

하루에 소매치기를 세 번도 당했던 

일주일 전 함께 갔던 교외 찻집에 각각

새로운 연인과 동행했던 것도 

어색하게 인사하거나 외면했던 것도 언제나 청춘이 시킨 짓이었다 


서른 한 살에도 서른 여섯 살에도 

계속 청춘이라고 청춘이 계속 시키며 

여기까지 오게 한 것도 다 청춘의 짓이다 

어느덧 불 꺼진 낯선 읍내 

밤의 양품점 앞에서 

불 꺼진 진열장 속 어둠 속 마네킹을 구경하다가 

검은 마네킹들에게 도리어 구경 당하는 것도 

낯선 읍내 심야 터미널 시외버스도 

술 취해 옆 건물 계단에 앉아 우는 남학생도 

떨어져 흔들리는 공중전화 수화기도 

다 청춘이 불러낸 짓이다. 


그 수화기 떨어지며 내 청춘 끝났다 절규하던 목소리도 

그 전화 아직 끊기지 않았다는 것도 

지금이라도 얼른 받아보라고 

지금도 시키는 것도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아직도 시킨다고 따라나서는 것도 

아직도 청춘이 시키는 일이라고 믿는 청춘이 

있다는 것도 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31살, 청춘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반응형

'책과 글, 그리고 시 > 시에 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From Mark _ 하동균  (0) 2015.10.03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_ 신경림  (0) 2015.08.15
비망록_김경미  (0) 2015.01.20
몸 하나의 희망  (0) 2014.12.22
풍경소리_김춘성  (0) 2014.11.24
반응형

L'Étranger by kangsy85

Notices

Search

Category

First scene (1190)
프로필 (19)
삶을 살아내다 (407)
산업단지 (13)
도시재생 (4)
토목직 7급 수리수문학 (8)
토목직 7급 토질역학 (8)
자료공유 (107)
편집 프로그램 (8)
신앙 (285)
책과 글, 그리고 시 (252)
초대장 배포 (55)

Statistics

  • Total :
  • Today :
  • Yesterday :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Copyright © Nothing, Everything _ Soli Deo Gloria All Rights Reserved | JB All In One Version 0.1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