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게

2018. 7. 16. 19: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출처 : https://deskgram.org





언어의 무게 

 

                                                                      강상율


 

생각이 많아질수록 입은 더욱 굳게 다문다. 내뱉은 언어의 무게가 날 내리누룬다. 

무수한 언어들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내게 묻는다.

너는 누구더냐. 

재해석되는 언어에 대해서 다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해하고 싶은대로 받아들여라. 나는 단지 방관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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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무게, 언어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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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항상 옳다

2018. 3. 19. 21:53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침묵은 항상 옳다. 새어나가는 말들을 꾸역꾸역 삼킨다. 헛헛한 마음이 비로소 채워진다. 잃어버린 단어들은 생각한다. 지나간 시간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아도 되었던 그 말들을 생각한다. 잃는다는 것은 언제나 슬프다. 슬퍼서 더욱 입을 굳게 닫는다. 잃어버린 말들이 많을수록 침묵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돌아오지 못할 말들을 기다린다.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 바보처럼 기다린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러하다. 기나긴 침묵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찌됐든, 침묵은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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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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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間隙)

2017. 11. 4. 00:30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간극(間隙)

                                                                                                                                                          강상율 


 

 우리의 간극이 커질수록, 당신에 대한 기억도 그 간극의 크기만큼 소멸됩니다. 당신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내가 자꾸 뒷걸음치고 있으니 우리의 간극은 점점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당신이든 아니면 나든 둘중에 하나라도 그 간극을 메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간극속에서 당신의 기억들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지워질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아니라고 해도, 나는 그렇습니다. 아마 당신은 어제의 나를 말하고, 나는 오늘의 나를 이야기하는 다름에서 우리가 멀어졌다는 것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을겁니다. 내겐 흔한 일이니, 다만, 놀라지 마시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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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기억의 소멸,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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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고양이 _ 강상율

2016. 12. 4. 21:51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새벽녘 고양이 



                                               강상율



새벽녘 새끼 고양이는 소름끼치게 울기만 했다

어미를 찾는 것인지 아니면 배가 고픈 것인지 

갓난 아이처럼 울기만 했다 

아무도 손 내밀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는 지칠때까지 날카롭게 울기만 했다



속으로 한참을 울었다

숨이 막혀 몇번이나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소리내어 울기엔 너무 어른이었다

구태여 손 잡아달라고 할 필요는 애당초 없었는지도 모른다

손 내밀지 않으며 내민 손 붙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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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언제 사람을 찾았더냐, 새벽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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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운다 _ 강상율

2016. 10. 30. 01:10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그녀가 운다

 

                                                   강상율

 

그녀가 운다 그녀의 울음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여자의 울음 앞에 단호하지만, 그녀의 울음 앞에서는 나도 무너진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녀는 울고 나는 듣는다 괜찮다는 위로는 사치다 옆에 있어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지만 나는 지금 그녀 옆에 없다 그녀가 운다 나는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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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운다,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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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 _ 강상율

2016. 10. 15. 21:23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그해 가을 



                                강



고등학교 3학년 가을에 흠씬 두들겨 맞았다 두 동강난 코뼈 사이로 피가 많이 흘렀다 부서진 코뼈를 맞추기 위해 차가운 수술대 위해 누워 조각난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선명하게 들었다 수술 후 첫날밤 코에서 입으로 넘어온 거즈를 고통스럽게 빼 내면서 '인생은 고통'이란 문장을 가슴 속 깊이 새겼다 해 가을 혼자서 울음을 삼켰다  


제대후 가을에 다시 수술대 위에 누웠다 나도 모르게 떨리는 두 다리를 움켜잡지 못했다 두려움에 대한 본능이 간호사를 당혹스럽게 했다 코뼈가 갈리고 부서지는 소리를, 양쪽 귀로 선명하게 들었다 두손으로 귀를 막고 싶었으나 두손은 수술대 위에 묶여 있었다 


수술이 끝나고 자취방에서 홀로 이틀밤을 지새웠다 두 콧구멍을 거즈로 막고 입으로 뻐금뻐금 숨만 쉬었다 입 속은 메말라 건조했고 입술은 쉽게 터 갈라졌 해 가을 눈물도 메말랐다


가을에 외롭지 않다고 늘 말했고, 그리고 외로워 했다 한 사람을 잊지 못해 내게로 오려던 다른 사람을 모질게 밀어 냈던 그 계절도, 바로 가을이었다 해 가을 그녀를 여러번 울렸고, 나는 그녀앞에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서야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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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울렸다, 그해 가을, 눈물도 메말랐다,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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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얼룩진 안경

2016. 3. 24. 13:44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출처: holemess221.tistory.com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한치 앞을 알 수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난 월요일 새벽에 둘째 큰아버지는 갑작스레 숨을 거두셨다. 예견치 못한 모든 것들은 당혹스럽다.

 

 

작년 장례식이 잦았고 장례식장에 자주 들락거렸지만, 타인의 '죽음'앞에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과 나는 별개였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처럼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의 사이에서 타인의 죽음을 아무런 초점없이 바라봤다.  

 

 

이번에는 달랐다. 장례식장에서 자주 휘청거리는 둘째 큰어머니의 모습에서 죽음이 불러온 충격를 보았으며, 둘째 큰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촌형과 사촌누나의 충혈된 눈 속에서 죽음이 드리운 이별의 아픔을 체감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대면했다. 형님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몰래 눈물을 훔치셨고, 안경에 눈물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셨다. 아버지는 얼룩진 안경알을 장례식 내내 닦지 않으셨다.   

 

 

 

의도치않게 맨 앞에서 큰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가장 앞선 자리에서 장례행렬을 이끌었고, 가장 처음 화장(火葬)실에 들어갔고, 잘게 빻은 뼛가루가 담긴 유골함을 든 첫째 큰아버지를 모시고 가장 먼저 묘에 도착했다. 남은 자가 감당해야 할 슬픔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그 아픔을 받아냈다. 연로한 아버지와 마시마로처럼 귀엽게 웃는 엄마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단 몇시간 만에 뼛가루가 되어 땅속에 고이 묻힌 둘째 큰아버지를 생각했다. 혼자 되뇌었다.

 

 

"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세기 3: 19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살아있을 때 잘 살자..." 그리고 아무 말이 없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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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새벽 _ 강상율

2013. 6. 29. 17:30 책과 글, 그리고 시/시를 쓰다


 


청도의 새벽 


                          강상율 



중국 청도의 새벽은 몹시 추웠다

새벽녘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날 짓누르고

낯선 곳의 스산함과 적막함이 날 에워쌌 

선택과 책임은 별개가 아니어야 한다 

되뇌고 또 되뇌었 

모든 말이 온전히 삶이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발버둥쳐야 한다 

 

두 번의 새벽이 아프게 지나가고 

다시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하면서 

담담해졌고 평안해졌다 

스스로 죄었던 책임의 고리를 끊어버렸다

중국의 새벽은 여전히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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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마종기, 선택에 따른 책임, 재갈 물린 세월, 중국의 새벽, 청도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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