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3. 12:1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mlbpark.donga.com
몬태나 평원
마종기
모두 너를 모른다고 돌아갔지.
그렇게 사철을 열심히 살면서도
큰 눈으로 한번 웃지도 않고
억울하다 소리쳐 울지도 않으니
누가 거칠어진 네 속을 알아볼 수 있겠니.
헤어져본 사람만은 안다.
수척한 겨울, 눈보라 치는 이마에
억새밭이 얼어서 떨고 있는 의미를
그 넓은 소리 지평선까지 갔다 오는 동안
참기만 하면서 포기하는 네 나이의 고행.
그래 울어야 한다, 별들의 얼굴아,
북부 몬태나 주에서는 얼마나 어렵게
하늘과 땅이 만나 몸 녹이다가
새벽녘 되어서야 아쉽게 헤어지는지.
그리워해본 사람만은 안다.
이방의 평원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인생이 얼마나 작고 쓰고 한없이 얇은지를,
겨울 새벽이 얼마나 곱고 뼈아픈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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