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일터신학 _ 폴 스티븐스

2023. 3. 1. 21:54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21쪽

 비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일은 그에 따른 결과, 즉 봉급, 지위 혹은 선교의 기회를 얻기 위해 하는 일이다. 이에 비해 본질적 가치를 지닌 일은 그 자체로 선한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위 세속적인 일은 비본질적 가치밖에 없고, '사역'과 '사람을 돕는 일'은 비본질적 가치와 본질적 가치 모두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22쪽

 하나님의 목적은 사람이 천사가 되는 것이거나 종교적이 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사람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인간 공동체와 신앙 공동체를 세우고 열방을 축복하는 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28쪽

 나는 부끄럼 없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주제에 접근할 터인데, 이 책이 사업을 더 깊고 성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이 제공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일터에서의 활동에 대한 신학적 틀

 - 기업 문화와 문화 계발에 대한 이해 

 - 신앙이 일터에서의 업무 및 사역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일에 영구적이며 만족스러운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설명 

 - 영성이 지친 일꾼을 대상으로 한 동기 유발의 수단에 불과하지 않고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의 근원임을 보여 주는 것 

 - 까다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데 필요한 동기 중심적 관점

 - 아주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성찰하며 사는 길

 

30쪽 

 개신교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당신은 당신이 가진 업무와 도구의 수만큼 많은 선생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요즈음에는 그 도구가 목판과 술통에 국한되지 않고 컴퓨터, 정산표, 직원회의, 중역실까지 포함한다. 

 

53쪽

 "'부르심'이란 주제 아래서 바울은 그들의 '영성'을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하려 한다. 그들은 자기 부름 받았을 때 사회적 위치가 무엇이든 거기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그리스도 안에 있으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은 그러한 사회적 위치를 아주 상관없이 만들 만큼 그 위치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나 저란 상태 모두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

 

61쪽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의 주님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것의 주님이 되신다. 절대적으로 또 아무 조건도 없이. [그러므로] 세상의 일터에 몸담은 교회의 모든 성도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분의 주 되심을 가리키는 표지가 되도록 부름 받은 자들이다.                       

-레슬리 뉴비긴, 「아직 끝나지 않은 길」-

 

69쪽

 칼뱅과 루터는 모든 사람이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 모든 신분이 신의 재가를 받고 있다는 것, 누구든 자기 소명을 가볍게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에 서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소명의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루터는 하나님이 사랑으로 섬기는 삶을 살라고 소명을 주신다고 한 반면에, 칼뱅은 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적절한 질서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72쪽

 소명이란 것이 자기가 택한 직업, 곧 제자로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전반적 헌신 없이 그저 자기가 수행하는 직업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베버가 지적한 것처럼, 개신교 신학의 일부 측면, 특히 후기 칼뱅주의가 부지중에 소명의 세속화에 기여했던 것이다. 리처드 히긴슨은 세속화 단계들을 이렇게 요약한다. 

 -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자기 노력으로 구원의 확신에 도달하려는 유혹이 몰려왔다. 

 -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극단적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 게으름을 두려워하는 것이 강박관념이 되고 말았다. 

 - 남을 위해 일한다는 동기가 서서히 강력한 자기중심적 이데올로기로 대치되었다. 

 - 청지기 직분이란 개념은 강하게 남아 있었으나, 그것이 철저하게 이행되지 않을 때는 이기심을 가리는 가면이 되었다. 

 - 종교적 신앙과 관행이 점차 약화되면서 더 이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지 않게 되었다. 소명은 일이나 직업의 개념으로 대치되었다. 

 - '소명'(vocation)이란 단어가 살아남은 경우에도 그 적용범위가 갈수록 좁아졌다. 옛날 중세식의 구별이 다시 등장하게 되었고, 사업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219쪽

 개신교 노동 윤리는 여러 면에서 여가를 반대하는(anti-leisure) 태도를 가졌다고 비난받아 왔다. 이른바 노동만이 선하다는 칼뱅주의적 정서 때문이다. <중략>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개신교 노동 윤리는 다음과 같은 신념들을 포함한다. 게으름은 죄된 것, 근면함을 종교적 이상(ideal), 낭비는 악한 것, 검소는 미덕, 여가는 일로 획득하는 것이자 일에 대한 준비, 안일함과 실패는 금지된 것, 야망과 성공은 하나님의 총애의 확실한 징표, 부는 하나님의 총애의 특별한 징표 등. 

 이 가운데 일부는 개신교 종교개혁에서 직접 나온 것들이다. 행정관과 같았던 종교개혁자들-루터와 칼뱅-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용납되었음을 알게 되는 방식을 '개혁'했을 뿐 아니라, 특히 세상과 노동에 대한 태도까지 개혁했다. 루터주의는 일꾼들에게 자신의 경제활동을 하나의 소명으로 생각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막스 베버에 따르면, 세상에서의 소명 혹은 신분에 대한 루터교의 신념에는 그것을 열심히 섭렵하고 합리화하고 혁신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베버의 견해처럼, 신자가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그 열정을 끌어 올리려면 무언가다른 것이 필요했다. 

 "세상의 현실을 실험을 장으로 바꾸고, 개인을 그 장에서 역동적인 계획을 세우며 끊임없이 일하는 '온통 긴장된 존재'로 변모시키는 종교적 비전만이, 유일하게 그런 감화력을 제공했다고 말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베버에 따르면, 칼뱅주의가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노박은 막스 베버가 지성사에서 불멸의 자리를 획득한 이유가 적어도 두 가지 있다고 말한다. 

 첫째, "그는 경제사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으며... 경제의 도덕적, 종교적 차원을 어렴풋이 알아챘다. 둘째, 마르크스주의가 설명 이론으로서 또 낙원의 비전을 제시하는 면에서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대에 앞서 암시했다. 그 철저한 유물론은 인간의 정신을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베버의 논제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부흥하려면 격렬한 활동과 구원의 명령이 모두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정신의 발흥은 칼뱅주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수도문의 문이 닫혀 하나님 앞에서 자기 공로를 입증할 수 있는 길이 막히자 열렬한 신자는 세상에서 소명으로 받은 일을 격렬하게 수행해 스스로를 입증하라는 명을 받았다. 후자와 관련하여 칼뱅주의는 자기부인과 자기희생, 곧 자본을 축적하는 데 필수적인 이른바 욕구 충족의 연기(延期)를 가르쳤다. 베버에 따르면, 이에 필요한 신학적 토대는 하나님의 초월성과 예정론이라는 칼뱅주의의 쌍둥이 교리가 제공해 주었다. 이 교리들은 신자에게 세상에서 하나님의 도구로 활동하고 그 과정에서 선택받은 자라는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첫째 교리는 "긴장을 끌어올리고", 둘째 교리는 "신자에게 세상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게" 만든다. 

  자기의 소명을 꼭 붙들라는 사도들의 권면이, 힘겨운 일상생활 가운데··· '자신의 선택과 칭의에 대한 확신에 도달하라'는 일종의 의무로 해석되었다.···그와 같은 자기 확신에 이르기 위해 격렬한 세상 활동이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추천되었다. 오직 그것만이 신앙적 회의를 없애 주고 은혜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준다.

 포기는 "그래서 칼뱅주의 신자의 모든 윤리적 달걀들은 자기 소명이란 바구니에 담겨졌다"라고 주장한다. 한편 베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명 안에서 노동의 열매로 부를 성취하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의 징표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세상적 소명 안에서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을, 가장 고도의 금욕주의의 수단으로 여기는 동시에 중생과 참 신앙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 여기는 종교적인 가치 부여는, 여기서 자본주의 정신이라 부르는 삶의 태도를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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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1 - 7장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언약

2023. 1. 14. 15:29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286쪽

 개혁주의 신학은 종종 "언약신학(covenant theology)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구속사와 신학의 전 영역에 구조와 틀을 제공하는 언약 개념은 극히 중요하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신을 계시하시고, 우리를 보살피고 우리를 구속하기 위하여 행하시는 환경을 제공한다. 

 

297쪽

 하나님의 언약에 관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장이 인간의 타락을 다루는 6장과 중보자 그리스도에 관한 8장 사이에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앙고백서 작성자들은 성경에서와 같이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아담이 인류를 던져 넣은 멸망을 설명한(6장) 후에 그들은 그리스도에게로 주의를 돌리기를 원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오신 분이다(8장). 그러나 우리가 예수님과 그의 구속 사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잃고 타락한 인류를 위해 구원자를 제공하신 언약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7장). 

 

301쪽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 사이의 구별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그 구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처음 우리와 언약 관계에 들어오셔서 우리에게 줄 필요가 없는 생명을 약속하시기 위해 자신을 낮추시는 것은 이미 은혜로운 역사이다. 즉, 행위 언약은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과 가지는 어떤 관계이든지 약속을 수반하는 것은 모두 은혜이다. 

 

303쪽

 은혜 언약이 "은혜"라고 불리는 이유가 하나님이 더 이상 순종을 요구하지 않으시고 이제는 자신의 거룩과 의를 타협하시기 때문은 아니다. 하나님은 행위 언약 혹은 그 자신의 의를 부인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그 기준을 바꾸지 않으신다. 은혜 언약에서 주님은 우리를 위해 율법을 완전하게 그리고 몸소 순종할 대리인 혹은 옹호자를 제공하시기를 기뻐하셨다. 하나님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해서 그 자신의 독생자를 보내시고 율법 아래 두시어 아담이 실패한 것을 우리를 위해 대신 행하도록 하셨다. 그 아들은 행위 언약의 조항들을 완전히 이행하셨다.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이 행한 것을 근거로 해서, 은혜 언약에서 우리가 그 아들을 믿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우리를 받아 주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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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1 - R. C. 스프로울

2023. 1. 4. 20:4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5장 섭리

203쪽

 하나님의 섭리는 수 세기 동안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었다. 섭리를 공부함으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 위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에 더욱 주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살펴보고 하나님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역사하셨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눈치 챌 수 없는 방식으로 일어난 결정적인 전환점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 삶의 과정을 영구히 바꾸어 버린 결정들을 생각해 보라. 기독교 신학에 따르면 우연한 일이나 우연한 만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모든 발걸음은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것이다. 

 

209쪽

 하나님의 자신의 본성과 성품에 일치되게 세상을 통치하시고 자신의 섭리를 시행하신다. 이것이 바로 신앙고백서 처음 시작에서 하나님의 속성들을 다룬 이유이다. 거기서 나는 개혁주의 신학과 다른 신학의 가장 큰 차이점이 신론에 있다고 언급했다. 왜냐하면 이 교리가 다른 모든 교리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론에서 시작한 후 다른 교리로 이동할 때 신론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신앙의 모든 교리는 하나님의 본성과 성품의 견지에서 이해해야 한다. 하나님은 만물을 통치하실 때, 자신의 본성과 성품을 떠나서 유지하시고 통치하시지 않는다. 

 

213쪽

2항. 제1원인이신 하나님의 예지와 작정에 따라 모든 것이 불변하게 그리고 절대 확실하게 일어난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동일한 그 섭리에 의해서, 제2원인들의 성질에 따라 필연적으로, 자유롭게 혹은 우발적으로 일어나도록 명령하신다.

214쪽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들의 의지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수단들을 통해서 자신의 목적들을 성취하신다.

 

215쪽

 합류에 대한 성경의 한 예는 요셉 이야기이다. 요셉은 형들의 손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부당함을 견딘 후에, 이국땅에서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요셉은 감옥에서 풀려났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인 애굽의 총리가 되었다. 그 후에 기근이 임했다. 요셉의 아버지 야곱은 음식을 구하기 위해 아들들을 애굽으로 보냈다. 형들은 요셉을 만났으나 요셉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까지 요셉을 알아보지 못했다. 형들은 무서워 떨며 자신의 죄를 자백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요셉을 학대했고 요셉이 그들에게 보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에 대해 요셉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을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이 이야기 안에서 하나님의 의도와 사람들의 의도가 합류하고 협력한다. 하나님의 계획은 순전한 거룩함으로 말미암은 것이지만 사람들의 계획은 전적인 사악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요셉의 형들은 악한 의도로 요셉의 고통을 꾀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동기인 한 그들은 하나님 앞에 죄책을 갖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요셉 형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서 요셉을 애굽으로 데려가도록 작정하셨다. 하나님은 이차적인 원인들을 넘어서 그리고 이차적인 원인들을 통해서 역사하심으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려고 하셨다. 하나님은 요셉의 형들의 행동을 구원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하셨다. 그러나 그것이 형들에게 변명의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섭리의 위대한 신비로 말미암아 만물의 초월적 통치자는 악으로부터 선을 이끌어 내신다. 하나님은 요셉의 형제들의 사악한 욕망을 가로막는 대신에 그것을 초월하여 그의 능력으로 악으로부터 선을 이끌어 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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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스프로울, 웨스터민스터신앙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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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 남자 _ 선안남

2022. 10. 10. 17:14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265쪽

 심리발당상으로도 아버지는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뒤늦게 감지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우리 생애 초기의 심리 풍경에 언제나 어머니 다음으로 등장한다. 태생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존재 의미를 어머니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는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 첫 3년을 보내는 동안 어머니의 시선과 감정, 욕구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더 큰 사회를 상징하는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은 어머니와의 관계가 안정되고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다. 

 

266쪽

 부부 관계에서 소원해지고 결핍된 마음을 자녀들의 승인과 지지를 구함으로써 채우려고 하고, 그러면서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이고 소화하기 어려운 불편한 감정을 자녀들에게 전가한다. 자녀가 어리면 어릴수록 어머니의 이런 하소연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68쪽

 그의 이야기 속에서 '전이transference'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개념이 생각난다.  전이는 과거에 자신에게 중요했던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배운 관계 양식을 다른 관계에 적용하는 경향성을 설명해주는 말이다. 쉽게 말해 관계의 성급한 일반화 법칙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쉽게 이전 관계가 좋았다는 감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관계도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전 관계가 나빴다는 감정적 경험을 토대로 부정적인 관계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바로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용어가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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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깊이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_ 이현승

2022. 10. 6. 22:0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이기는 데는 우연한 승리가 있지만 

지는 데는 우연한 패배가 없다는 말은 

노무라 가쓰라 감독의 것이다

그건 실패로부터 철저히 배우라는 뜻이고

실패가 그 만큼 더 가까운 스승이라는 뜻도 된다

 

가령, 죽을힘으로 뛰었으나 눈앞에서 전철을 놓쳤고

약속시간은 15분 후인데 배차 간격은 30분일 때, 

걷어낸다는 게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처럼

열차를 놓치기 위해 전력질주한 다리는 아직 후들거리는데

 

자연이 만드는 자연 위에서 

실패가 낳은 실패 속에서 

자연에게 배우는 자연

실패에게 배우는 실패로 

15분에게 15분은 잔혹하고 골똘하다

 

더러 사소한 불운이 평범한 아름다움을 일깨우기도 한다

얼이 빠진 철로 위로 가뿐하게 내려앉은 참새들

참새들이 노는 철로 위로 파랗게 열린 맑은 하늘

자꾸만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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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깊이는어떻게만들어낼것인가, 승리, 실패,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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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아픔이 길이 되려면 _ 김승섭

2022. 9. 2. 23:04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41쪽

 침몰 당시 방송으로 나왔던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든 알아서 각자 살아남으라'라고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사회가 나를 보호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처럼 공공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제 아이들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163쪽

 저는 아이들에게 경험이 많은 어른들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 배에 탔던 아이들은 그 상식을 지켰다는 이유로 죽었습니다. 

 

166쪽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176쪽

 외상 후 스트레스와 관련된 의학적 치료는 분명히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들이 집약된 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한 트라우마를, 개인적인 수준에서 진단하게 되고 그것이 개인적 수준의 치료'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세월호를 '교통사고'라고, 운이 없었다고, 개인의 책임이었다고 말하는 입장과 과연 얼마만큼 다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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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The meaning of marriage _ TIMOTHY KELLER with KATHY KELLER

2022. 8. 30. 20:2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4p

 The most painful, the most wonderful - this is the Bibical understanding of marriage, and the there has never been a more important time to lift it up and give it prominece in out culture. 

 

24p

 They said that "compatibility" above all meant someone who showed  a "wiilingness to take them as they are and not  change them." "More than a few of the men expressed resentment at women who try not to change the .... Some of the men describe marital compatibility as finding a woman who will 'fit into their life.' 'If you are truly compatible, then you don't have to change,' one man commented."

 

33p

 We never know whom we marry; we just think we do. Or even if we first marry the right person, just give it a while and he or she will change. For marriage, being [the enormous thing it is] means we are not the same person after we have entered it. The primay problem is ... learning how to love and care for the stranger to whom you find yourself marr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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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문장]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_ 존 그레이

2022. 7. 12. 22:5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7쪽

 내가 왜 그걸 알지 못했을까?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저 내가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안아주는 것일 뿐이었는데. 만일 내가 여자였다면 바니가 무엇을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로서 나는 안아주고, 귀를 기울여 그 말을 들어주는 것이 그녀에게 그토록 중요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10쪽

 남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와 책임, 협조와 애정이 촉발되도록 노력함과 아울러, 자존심과 인간적 존엄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1쪽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녀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자세히 인식하게 함으로써 관계 속의 긴장을 줄이고 사랑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그리고 실망과 좌절을 줄이고 친밀감과 행복감을 증진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남녀의 관계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투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우리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할 때 긴장과 원망과 불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20쪽

"차이를 기억할 것"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남자와 여자는 서로 충돌하게 된다. 이성으로 인해 화가 나거나 실망하는 것은 다개의 경우 이 중요한 진리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우리 자신과 비슷해지기를 기대한다. 또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고 우리가 느끼는 대로 느끼기'를 바란다. 

 

31쪽

 화성인들은 자기 문제를 스스로 처리하는 게 보통이므로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왜 남을 끌어들이는가?' 남의 도움이 있어야 일이 해결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은 자기 문제를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유약하다는 증거이다. 

 

47쪽

 만일 당신이 남자라면, 앞으로 일주일 동안 여자가 말을 할 때 그녀의 기분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자세로 그 말에 귀 기울여 볼 것을 권한다. 그녀의 기분이 타당하지 않다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싶은 충동이 일더라도 꾹 참아보라. 그러면 그녀가 당신을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는지 당신 자신도 놀랄 것이다. 

 

49쪽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그들이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남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한 곳에만 주의를 집중하며 내면으로 깊이 움츠러드는 반면, 여자는 점점 더 감정적으로 그 스트레스에 압도되고 휩쓸리게 된다. 이러한 때에 그 기분을 풀어야겠다는 욕구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남자들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그 긴장이 해소되는 반면, 여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문제들을 이야기함으로써 한결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고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관계 속에는 불필요한 마찰이 생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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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노모포비아-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_ 만프레드 슈피처

2022. 7. 9. 22:5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6쪽

 이 책은 있지도 않은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전문 잡지에 공개된 많은 과학자들의 인식을 요약하고, 스마트폰이 우리 모두에게 끼치는 해악을 이해하기 쉽고 핵심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6쪽

 미국에서는 몇 년 사이 여자 청소년과 젊의 여성들의 자살률이 두 대 증가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목숨을 끊으려는 심리적·정신적 충동은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쪽

 우리는 디지털 화면과 정보 통신 기술로는 손 글씨나 정서법, 암산, 독도법을 익히지 못한다. 또한 무언가에 대해 의지를 불태우고,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고, 남에게 공감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25쪽

 우선 스마트폰은 수면 시간을 물리적으로 감소시킨다. 둘째, 화면 내용이 흥분과 불안을 부추긴다. 셋째, 화면의 푸른 불빛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한다. 수면 실험에서의 조사가 보여주듯 낮에 디지털 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거소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27쪽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형태의 불안을 일으킨다.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불안(고립공포감, Fear of missing out, 줄여서 Fomo)은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의 60퍼센트 이상이 경험하는 현상이다.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도 매우 넓게 퍼져 있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거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5분을 버티지 못하거나, 강제로 스마트 사용을 제지당했을 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면 노모포비아로 볼 수 있다. 

 

34쪽

 게다가 타인과의 공감도 우리는 걸음마나 말처럼 학습을 통해 배운다. 그러려면 타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무수히 필요하다. 이러한 직접적인 접촉이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배제되면 공감능력이 생기기 어렵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날마다 화면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부모와 친구들에 대한 공감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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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SMARTPHONE, 노모포비아, 스마트폰, 스마트폰중독,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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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문장] 모순 _ 양귀자

2022. 6. 26. 22:35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0쪽

 내가 가진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무언가 요구가 있을 때 가능하면 그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15쪽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을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19쪽

 어머니와 이모는 결혼과 동시에 비로소 두 사람으로 나뉘었다. 두 사람으로 나뉘자마자 이들의 삶을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나머니 한 사람은 대신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신에게 약속이나 받았듯이 그렇게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불행을 짋어진 쪽으로 편입되어 이 세상에 태어났다. 

 

20쪽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 이것이 사춘기의 내가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어머니의 경험이 나에게서 멋진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동기 유발을 앗아가 버린 것이었다. 

 

21쪽

 내 삶이 이토록 지리멸렬해진 것을 모두 다 어머니에게 떠넘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원인을 분석한다고 때로는 문제가 있는 가정에, 혹은 사회에, 아니면 제도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분석들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자신의 방종을 정당화하려는 젊은 애들을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교활함을 참을 수 없어한다. 특히 열대여섯 되는 어린애들이 텅 빈 머리로 앵무새처럼 그런 핑계를 대고 있으면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야 한다. 영악함만 있는 자존심은 없는 인간들. <중략>

 그러나, 그러나, 이런 말은 어떤가.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51쪽

 진모가 나 못지않은, 아니, 나를 훨씬 능가하는 문제아로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나는 그 애의 삶에 참견하지 않았다. 진모의 삶은 진모의 것이었고 진진이의 삶은 진진이의 것이었다.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삶의 공식인가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그런 실례의 발언을 하는 것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과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상처받은 내 자존심이 용서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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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안진진, 양귀순, 좋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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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부의 대이동 _ 오건영

2022. 5. 12. 10:0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50쪽

 기준금리의 타깃인 7일물 RP금리가 현재 0.78%라고 해보죠. 기준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시중에 자금이 모자라다는 의미일 겁니다. 돈이 모자라니 너도나도 돈을 구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더 높은 이자를 불러서라도 돈을 구하려고 할 거잖아요? 7일물 RP금리가 한국은행이 의도하는 기준금리인 0.75%보다 높으면 시중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한국은행은 시중에 자금을 주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금 공급이 늘어나겠죠? 돈이 풀리면서 돈 구하기가 편해진 사람들은 무리해서 높은 금리를 부르며 자금을 땡기려 하지 않겠죠. 네, 7일물 RP금리가 하락합니다. 어디까지 하락하냐면요. 기준금리 레벨인 0.75%까지 내려갑니다. 

 

53쪽

 기사를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장기국채와 회사채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도 있다고 나오죠. 보통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중장기국채나 회사채 금리는 이에 따라 하락하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일반적인데요. 이런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금 설명이 길기는 하지만 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은 김준금리를 인상 또는 인하할 수는 있지만 시장금리를 마음대로 올리고 내리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면서 중앙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체 금리를 유도를 하는 것이죠. 

 

56쪽

 여기서 구축은 무언가를 쌓는다는 의미의 '구축'이 아니고요, 내쫓는다는 의미의 '구축'을 말합니다. 혹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나빠지는 것이 좋아지는 것을 만든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의 악화는 나빠진다는 게 아니고 '나쁜 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양화는 '좋은 돈'이라는 의미죠. 즉,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내쫓는다는 의미인 거죠. 

 아주 오랜 옜날에는 금과 은을 녹여서 금화, 은화를 만들었다고 하죠. 그런데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금화의 끝을 조금씩 깍아낸 거예요. 깎아서 조금씩 모은 금을 갖고 새로운 금화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럼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지 않겠어요? 그런데 한두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앉아서 조금씩 조금씩 금화의 금을 깍아내는 겁니다. 자, 제가 제대로 된 금화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시중에는 금의 함량이 많이 줄어든(하도 깍아내서) 금화가 돌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제대로 된 금화인 '양화'와 깎여버린 금화 즉, '악화'를 갖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저는 물건을 살 때 어떤 금화를 내놓을까요? 당연히 제대로 된 양화는 집에 꽁꽁 숨겨두죠. 그리고 악화만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악화만 유통이 되고 양화는 집으로 숨어버리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상황' 벌어지겠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의미는 바로 이겁니다. 삼천포를 다녀온 듯한데요...... 그냥 구축한다는 의미를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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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의대이동, 삼프로TV, 오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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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책 읽는 뇌 _ 매리언 울프

2022. 5. 1. 23:1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36쪽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거(steven Pinker)는 매우 공감가는 표현을 했다. "소리(sound)에 관한 한 아이들은 이미 선이 연결된(wired) 상태다. 반면에 문자(print)는 고생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옵션 액세서리다."

 

37쪽

 한  아이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동화를 처음 들을 때, 바로 그 순간부터 독서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후 5년 동안 이런 일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못하는가가 후일 그 아이의 독서 능력을 예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 

 

224쪽

 독서 발달의 자연사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헤밍웨이가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하나의 진정한 문장'을 고른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독서 발달의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끝없는 독서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며 매 순간 뇌와 독자를 변화시키고 눈과 혀와 단어와 작가를 남겨둔 채 '싱싱하고 푸르른 진실이 솟구치는' 새로운 곳을 향해 전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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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독서, 독서, 매리언 울프, 숙련된독서가, 책 읽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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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_ 복효근

2022. 5. 1. 19:2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aradosflo&logNo=120175364843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쓰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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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복효근, 안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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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_ 김호연

2022. 3. 20. 09:00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출처: yes24

 자취생활을 할 때 가장 유용한 곳이 집 앞 편의점이다. 할인매장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1인용 음식들이 많고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만 거의 다 살 수 있는 편의점은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이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첫장을 읽었을때 편의점 이야기로 어떻게 이어질 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개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김호연 작가의 글은 흡인력이 있었다. 웬만하면 소설은 잘 읽지 않지만, 첫 장을 읽고나서 이 소설은 '흥미롭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이야기는 염 여사가 파우치를 잃어버린 데서 시작된다. 염 여사는 서울역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렸고, 그 파우치를 '독고'라는 노숙자가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염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가 그 파우치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염여사가 잃어버린 파우치를 찾아준 독고에서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데려간 곳이 그녀가 운용하는 always 편의점이었다. 그렇게 편의점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바생 시현, 오 여사, 성필씨, 그리고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소설의 등장인물이다. 편의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독고가 있다. 초라한 행색에 말도 어눌한 탓에 사람들이 기피하지만 그는 그만의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각박해진 이 시대의 산물인 편의점과 사람 냄새 나는 독고가 묘하게 얽혀있다. 독고는 과거 충격적인 일과 지나친 음주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냥 자신의 원칙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하다. 결국 독고는 편의점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과거도 알게된다.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 새로운 삶을 내딪게 된다.   

 소설의 중심에는 독고가 있지만 각 챕터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각자의 삶의 고충과 어려움이 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되는 시작점이 독고의 행동과 말인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것. 각박한 이 시대의 산물인 편의점에서 온기를 전해주는 독고의 캐릭터가 소설 전체에 관통하는 이미지다. 아무리 시대가 개인화되고 삭막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타인의 아픔이 나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다면 그 아픔은 방관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정이지 않을까 싶다. 독고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도움을 베풀 수 있었던 것은 염 여사의 호의 때문이었으니까. 염 여사의 호의가 독고의 마음 열게 했고, 마음을 연 독고는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 오랜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꿔본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불편한 편의점>, 140쪽-


15쪽

 다른 노숙자들에게 맞아가면서까지 파우치를 지킨 것부터, 주인에게 잘 돌려주기 위해 꼼꼼하게 확인을 한 것까지, 사실 어지간한 책임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47쪽

 느릿느릿 일어나 경찰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독고 씨의 커다랗고 듬직한 등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고개를 돌린 독고 씨가 그녀를 향해  찡그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처음으로 보는 웃는 그의 얼굴은 눈가에서부터 흘러내린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독고 씨는 아랑곳없이 피 묻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229쪽

 사장님의 제안을 수락한 뒤 술을 끊고 편의점 일을 시작한 것은, 아마 내 안의 마지막 생존 본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임신한 길고양이가 불쑥 사람의 집에 들어와 새끼를 낳듯이, 나 역시 살아 있어야 할 최후의 이유가 있어 알코올중독마저 잠 재우고 이 피난처를 찾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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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_ 제레드 쿠니 호바스

2022. 3. 7. 09:0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출처: goodreads

31쪽

 우리는 대체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려고 한다. 멀티 플레이어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우리의 뇌는 두 가지 이상의 정보 흐름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뇌과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신경과학자로서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 가지에 집중하라!"

 사람들에게 내 뜻과 생각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전달하고 싶다면, 그들을 한 가지에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메시지를 각인시키고 싶다면, 그들을 한 가지에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한다. 

 

32쪽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에 예외란 없다. 사람들은 당신의 자료와 목소리를 왔다갔다 하다가 중요한 정보들을 모두 잃고 만다. 

 

36쪽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슬라이드에 포함된 것과 동일한 발표를 듣게 하지 마라. 일대일 미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건넨 자료를 그대로 읽으며 설명하는 행위는 최악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할 습관이다. 

 

39쪽

 반면에 깊은 필기는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들을 이치에 맞게 만들고 정리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도출하는 데 신경을 쏟는다. 발표자의 음성을 들으며 퍼뜩 떠오른 것들을 발표 자료 여백에 휘갈겨쓴 메모, 낙서, 자료에 적힌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해보거나 문장을 재해석해본 것 등등이 깊은 필기에 속한다. 따라서 깊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 발표자의 목소리를 단어로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이에, 발표자의 목소리를 배경 소음으로 전락하고 만다. 

 거듭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깊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유발한다. 나아가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프레젠테이션에서 얻은 정보와 아이디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그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킨다. 

 깊은 필기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배움의 총량은 감소시킨다. 하지만 그 프레젠테이션에서 당신이 얻은 정보나 아이디어들에 대해 당신이 더 잘 배울 수 있게 돕는다. 따라서 깊은 필기를 해야 할 경우에는, 기억에 꼭 남겨야만 하는 정보를 잘 추려내어 적어야 한다. 

 

43쪽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동시에 단어들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 묵독은 그다지 조용하지 않다. 

-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으로 인해 우리는 한 번에 하나의 언어 정보만 파악할 수 있다. 

- 단어를 읽는 것과 강연을 듣는 것 사이를 제아무리 빠르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할지라도, 이 두 가지 정보의 흐름 사이에서 이를 모두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344쪽

 사람들은 종종 '감정emotion'과 '느낌feeling'이라는 용어를 구별 없이 혼용한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매우 다른 두 가지를 가리킨다. 

 감정이란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에 반응해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감각을 뜻한다. 감정은 신체 내부의 화학물질을 통해 생겨난다. 심장의 두근거림, 피부의 얼얼함, 가뿐 호흡, 뱃속의 울렁거림 등등이 그 예다. 

 반면에 느낌은 이러한 신체적 감각들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다. 마음에 존재하는 '주관적 인식subjective perception'을 통해 나타나는 느낌은 신체적 감각에 대한 정신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은 뇌 깊은 곳에 위치한 두 개의 작은 구조인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의해 매개된다. 편도체는 우리의 17가지 감각(!)으로부터 신호를 받고, 이것들을 각각의 상황과 관련된 감정을 선택하는 데 사용한다. 시상하부는 차례대로 그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화학물질의 체내 분출을 촉발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으르렁거리는 늑대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당신의 편도체는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 시상하부는 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고, 동공을 확장시키고, 호흡을 단축시키기 위해 당신으로 목속으로 화학물질을 방출할 것이다. 이렇게 신체상에 나타는 '감각들'이 바로 두려움의 감정이다. 

 흥미롭게도 우리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화학물질을 아주 많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연구자들은 편도체/시상하부 조합이 인간의 기본적인 6가지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347쪽

 감정들 중 어떤 것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까?

 스트레스는 감정이 아니다. 느낌이다.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심리가 그렇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막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릴 때 마구 쏟아지는 화학물질(아드레날린, 엔돌핀 등)을 '흥분'이라고 해석한다. 또 다른 사람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마구 쏟아지는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을 '스트레스'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심리적 해석(느낌)이 제공하는 피드백에 따라 화학 물질의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발생한다. 동일한 상황, 동일한 화학물질, 동일한 신체 감각··· 하지만 해석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건 스트레스가 아니야."

 당신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우리의 스트레스에 대한 모든 논의는 무효가 된다는 뜻이다. 

 

358쪽

 앞에서 배운 바와 같이, 노르에피네프린은 해마 속으로 아크 단백질을 방출시키고, 이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기억을 강화시킨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스트레스가 노르에피네프린의 방출을 유발하는 유일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 호르몬은 우리가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분비된다. 

 만일 당신이 행복에서 슬픔으로, 분노에서 두려움으로, 놀라움에서 역겨움으로 감정을 갈아타도 노르에피테프린은 분비되고 기억은 강화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끼다가 점점 황홀한 지경으로, 약간 슬픈 감정에서 우울한 감정으로, 약간 화가 나 있다가 점점 격분을 느끼는 수준으로 올라설 때도 몸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고 기억은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면, 그들의 감정을 리듬감 있게, 적절하게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슬픔의 바다에서는 기쁨이 돋보이고, 기쁨의 바다에서는 슬픔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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