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_ 안도현

2015. 10. 8. 01:5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darimsorilog.tistory.com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이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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