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1. 10:2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kr.clipart.me
도마뱀
마종기
내가 사는 외국의 동네에는 도마뱀이 많이 산다.
10센티 정도의 길이가 동작 재빠르고 눈치도 빠르다.
가끔은 죽은 듯 오래 움직이지 않는 재주도 있다.
영리한 이 도마뱀을 잡으면 잡힌 부분을 스스로 쉽게
끊어버리고 도망간다. 짧게 꼬리는 잡으면 그 꼬리를 버리고,
길게 잡아도 몸의 반쯤만 한 꼬리까리 포기하고 도망쳐버린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꼬리 잘린 도마뱀을 본 적이 없다.
그런 도마뱀은 숨어서만 사는 것일까.
아니면 요술같이 새 꼬리가 금세 자라나는 것일까.
내가 도마뱀의 끊어진 꼬리를 두 개나 가지게 된 날 밤,
나는 내 머리가 없는 것을 알았다.
처음 가졌던, 내 아버지가 주신 머리가 없는 것을 알았다.
고국의 친구가 그랬을까, 하느님같이 큰 손이 그랬을까.
머리를 잘 세워 생각을 옳게 고쳐주려고 내 머리를 잡았던 것인가.
나는 귀찮은 참견이 싫어 내 머리를 끊어주고 도망치고 말았던가.
머리 없는 몸뚱이와 사지만으로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숨어사는 도마뱀. 가끔은 내 머리가 그리워진다.
잘려나간 내 머리는 지금쯤,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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