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1. 22:0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파도의 말 2
마종기
답답해 바다에 나왔다.
서글픔으로 감싸인 연약한 해안을
파도가 대신해 몸 풀어준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다.
해방된 빈 배도 떠나고
시들어가는 바다의 파도만 남았다.
해안을 조심해 걸으며
작은 파도를 하나씩 줍는다.
한기와 체념으로 말라버린
바다의 말을 줍는다.
내 파도여,
말하는 바다의 잎이여,
이렇게 쉽게 사는 것이
죄는 짓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파도의 여러 음성은 내내
이승의 아쉬움을 말하고 있지만
저녁은 우리 사이를 막고 덮어서
내게 오던 파도가
돌아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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