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8. 14:28 책과 글, 그리고 시/서평(書評)
출처: www.mathplan.com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기뻐하고 좋을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치도록 화나고, 분하고, 짜증난다. 늘 좋은 수도, 늘 나쁠 수도 없는게 사람들과의 관계다. 나는 사람한테 잘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잘 실망하지도 않지만, 근데 간혹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붓고, 은근하게 큰 기대를 하다가, 다시 실망하고,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리곤 한다.
"사람한테 다정하지만 사람한테 까칠하다.
자주 숨고 자주 간절하며 자주 미친다."
- 이병률 -
'내 옆에 있는 사람' 첫 장에 쓰여진 이병률 작가에 대한 글구다. 작가의 글구는, 곧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라 깜짝 놀라면서 반가웠다. 사람한테 다정하지만, 사람한테 까칠하다... 특정사람한테 잘해주고, 특정사람한테는 눈길 한번 주지않는, 편애가 심한 나의 인간관계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글구인 것 같다는.
이 책은 제목처럼 사람에 대한 글이다. 사람 때문에, 사람에 의하여, 즐겁고 슬프고 화나고, 그리고 다시 가슴 뭉클해지는, 이병률 작가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조심스레 떠올렸고, 떠오르는 얼굴에 미소짓기로 했지만, 다시 떠오른 얼굴은 나의 인생가운데 부디 사라져 주길 바라며 얼굴을 내젓기도 했다.
이병률 작가의 글을 읽으면, 늘 느끼는 거지만, 일상의 소재를 아주 맛깔스럽게, 그리고 탁월하게 글로 써내려가는 능력이 있는 듯 하다. 작가라면, 다들 이런 능력이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이병률 작가의 그 감성과 약간의 우울함이 곁들여진 글은, 나의 우울함과 맞닿아 있기에, 친근하지만 아프다.
아, 그리고 이병률 작가의 책은 페이지번호 따로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아챘다는.
가슴에 맺혀서
지키고픈
무엇을
가졌습니까
온 마음으로 지키고픈 무엇이, 몇몇 날을 길바닥에 누워서라도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이냐고 울고불고 대들 그 무엇이 가슴 한쪽에 맺혀 있는 것인지. 있다면 그걸 지켜내는 데 까짓 두려울 일은 그 무엇일지 당장 알고만 싶어졌던 것이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어진간히
따로가
아름답겠습니다
살아보니 당신이 보였습니다, 라는 첫 문장으로 편지를 쓰면서
당신하고는 이토록 소박한 삶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라든가
어지간히 따로 지내는 것이 아름답겠습니다, 라는 말을 적는 건 어떨지.
아무리 긴 시간을 꾸민다 해도 더이상 같이 지낼 수 없다는 것은
공기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일 테니.
근사한 말들을 동원해 마술을 보여줄 것도 아니라면
게다가 장엄한 결말을 내기엔 주인공들이 지쳐 보이므로.
불확실한 것으로 연명하는 것은 어쩌면 죽임이기도 한 것인
안녕, 안녕, 안녕이라고 백번을 말해줄게.
그토록
무섭고도
지랄맞은
꽃
어쩌면 그렇게 우리의 내부에는 그토록 무섭고도 지랄맞은 꽃이 자라고 있는가. 빛깔은 날카롭고 향은 진하디진한 그 꽃의 씨앗은 어디로부터 스며들었단 말이가.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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