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깊이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_ 이현승

2022. 10. 6. 22:0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이기는 데는 우연한 승리가 있지만 

지는 데는 우연한 패배가 없다는 말은 

노무라 가쓰라 감독의 것이다

그건 실패로부터 철저히 배우라는 뜻이고

실패가 그 만큼 더 가까운 스승이라는 뜻도 된다

 

가령, 죽을힘으로 뛰었으나 눈앞에서 전철을 놓쳤고

약속시간은 15분 후인데 배차 간격은 30분일 때, 

걷어낸다는 게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처럼

열차를 놓치기 위해 전력질주한 다리는 아직 후들거리는데

 

자연이 만드는 자연 위에서 

실패가 낳은 실패 속에서 

자연에게 배우는 자연

실패에게 배우는 실패로 

15분에게 15분은 잔혹하고 골똘하다

 

더러 사소한 불운이 평범한 아름다움을 일깨우기도 한다

얼이 빠진 철로 위로 가뿐하게 내려앉은 참새들

참새들이 노는 철로 위로 파랗게 열린 맑은 하늘

자꾸만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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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_ 복효근

2022. 5. 1. 19:2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aradosflo&logNo=120175364843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쓰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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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동 밤길 _ 마종기

2021. 4. 17. 11:0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약속한 술집을 찾아가던 늦은 저녁, 

신설동 개천을 끼고도 얼마나 어둡던지 

가로등 하나 없어 동행은 무섭다는데

내게는 왜 정겹고 편하기만 하던지.

 

실컷 배웠던 의학은 학문이 아니었고

사람의 신음 사이로 열심히 배어드는 일, 

그 어두움 안으로 스며드는 일이었지. 

스며들다가 내가 젖어버린 먼 길. 

 

젖어버린 나이여, 오랜 기다림이여, 

그래도 꺾이지 않았던 날들은 모여 

꽃이나 열매로 이름을 새기리니

이 밤길이 내 끝이라도 후회는 없다. 

 

거칠고 메마른 발바닥의 상처는 

인파에 밀려난 자책의 껍질들, 

병든 나그네의 발에 의지해 걸어도 

개울물 소리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오늘은 추위마저 안심하고 인사하는 

구수한 밤의 눈동자가 빛난다. 

편안한 말과 얼굴이 섞여 하나가 되는 

저 불빛이 우리들의 술집이겠지.

 

가진 정성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미련의 극치라고 모두들 피하는데 

그 세련된 도시를 떠나 여기까지 온 

내 몸에 깊이 스며드는 신설동의 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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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빈다 _ 나태주

2021. 4. 15. 22:0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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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의 초상 _ 마종기

2021. 4. 3. 13:36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00122/99362403/1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니. 

모두들 잘 있습니다. 

무대도 조명도 객석도 잘 있고 

인간의 간절한 열정은 살아서 뛰며 

몸부림치는 영감의 현장이 되네요. 

새로운 첫번째만이 예술이라고 하신

당신의 어려운 주장이 무대를 채웁니다. 

 

삶이 어려워도 꿈은 기죽지 않고

기어이 당당하시던 당신의 발걸음. 

무용의 끝막은 인간이라며 온전히 

목숨을 태우며 춤을 만드시던

평생을 받아온 사랑의 결론입니다. 

어머니, 당신의 따뜻한, 

 

움직임의 파문은 사방에 살아 있고 한길 삶의 초점은 

섬세하고 강하다. 새로운 율동에 생명의 정수를 붓는다. 

세상의 모든 거짓으로부터 벗어난다. 그 용기가 춤으로 

태어난다. 버려진 흥을 바로 세운다. 춤 속에 살고 있는 

자유, 가식과 수식은 수면 아래로 숨고 옷 벗은 자유가 

다른 이름의 자유를 만난다. 

 

 어머니, 고집스러운 외길의 자부심에 

 부드럽고 그리운 움직임이 눈부십니다. 

 버려진 몸과 말이 마침내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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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의 세월 _ 마종기

2021. 4. 2. 19:3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4개월 정도의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단단히 잠가둔 문을 열고 빈방에 들어서니 

방 안 가득 모여 한참 시들어가던 공기들이 

도대체 이렇게 꽁꽁 가두어두어도 되느냐고, 

숨 쉬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아우성이다. 

(1년 만에 문을 열었다면 어땠을까.)

여는 김에 커튼도 열고 창문도 활짝 열었더니 

혼수상태의 공기가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하고 

부풀어 오른 몸으로 뛰어다니며 노래까지 한다. 

 

무엇이건 누구건 오래 가두지는 말 것, 

젊은 날, 나도 이를 갈며 옥중 생활을 했다. 

어두운 공기와 침울한 벽과 숨 쉬기 어렵던 분노, 

어느 나라도 죄 없이 사는 공기나 부들을 

강제로 투옥하고 위협하고 짓누를 수 없기를. 

아무리 큰 이름이나 이념이나 권력으로도 

방심한 남의 생활을 굴복시키지 말 것. 

사는 일이 갑자기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래도 가두지는 말 것, 때리지 말 것, 

잃어버린 앞날이 아득하게 추워온다지만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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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식 변명 _ 마종기

2021. 4. 1. 21:5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다시 가게 된 것은 조바심 때문이었다.

나이는 들어가고 겁도 늘어나고 

돌아보아야 점점 좁아지는 세상에서 

높고도 더 높은 유정천의 하늘을 만나

보이는 것이 끝일 수 없다고 말하려 했다. 

고집도 늘어가고 트집거리도 늘어가고

주위로 막아선 높은 벽들은 가슴을 조이고 

내 힘으로는 두들겨 깰 수도 없으면서 

무엇이 여기까지 끌고 왔는지 알고 싶었다. 

 

주위가 허전해져서 채근이라도 하고 싶었다. 

파타고니아의 정상은 화산 연기를 뿜어내며

나를 보지도 않고 화가 나서 묵묵부답인데 

무섭고 겁이 나도 돌아설 수가 없었다. 

이것이 다냐고, 여기가 다냐고 묻고 싶었다. 

 

매일 저녁 구워 먹었던 일곱 살짜리 양, 

내 손자보다 어린 양이 눈으로 조롱했다. 

인연의 끈들이 구름같이 다 풀어지는 

파타고니아의 하늘에서 내리는 굵은 빗줄기, 

올가미로 느껴지던 질긴 관계들을 끊어버린다. 

비를 맞으면 흐르는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피부를 헤집어 상처만 주는 주위의 풀잎, 

칼 같은 풀잎이 가슴까지 찌른다. 

아무도 거두지 않은 죽음들이 

오래 젖어서 천천히 일어서는 땅, 

지상의 날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도 잊고 

굵은 비에 가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간, 

약속해준 그 용서만 나를 아프게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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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날 _ 마종기

2021. 4. 1. 21:3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갔다. 

저희들끼리 자라고 저희들끼리 

날아다니다가 짝을 찾아

여러 모양의 열매를 맺었다.

 

그 후에는 방문 두드리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 들리다 말다 한 소리는

바람에 쓸려가는 낙엽들이었다. 

모두가 필요 없다며 버린 인연들.

어느 날 저녁부터는 주위가 작아지고

흥얼거리는 박자인지, 누가 오는 건지 

밤새도록 속삭이는 음성이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밤과 눈을 부지런히 섞고 있었다. 

 

보이는 게 다 흐렸지만 고백하자면

그것이 바로 내 질긴 평생이었다. 

그래도 끝이 흰색이라는 게 좋았다. 

체세포에 묻은 인내는 무게만 있는 건지

한 발 두 발 걷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참는 법을 몰라 헤매던 날들을 떠났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차가운 후회들이 모여 눈이 되었겠지, 

맨몸을 감는 겨울밤이 오히려 정답다. 

겨울의 끝은 저만치에 오고 있지만 

그 뒤에 오는 날들은 누구의 진정인가, 

숨이 끝나도 한동안 귀는 열려 있다지. 

나이 든 후부터 자라난 힘든 물음들이 

다 되살아나 내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안에 나를 부르는 정든 목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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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_ 박노해

2021. 3. 28. 14:3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박 노 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 잎에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각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 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 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 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 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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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여름 _ 유지원

2021. 3. 28. 14: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첫사랑, 여름 

 

                                         유지원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 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

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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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_ 나태주

2021. 3. 27. 14:2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혼자서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의초로울 때가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룸다울 때가 있다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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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우는 사람 _ 박진성

2021. 3. 25. 19:2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새벽에 울면 위험하다.

 

둘러싸고 있는 공기들이 같이 울고 그 울음이 또 자신을 울게 한다. 울음은, 울면서 확산되면서 슬픔을 옅게 해야 하는 것인데 새벽의 울음은 확산이 아니라 응축이다. 울고 있는 그 자신을 다시 울게 한다. 

 

새벽에 울어 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깊은 동굴속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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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_ 엘렌 바스

2021. 3. 24. 22:1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 엘렌 바스, 류시화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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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좀 추운 구석이 있다

2020. 3. 15. 23:38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젊은 날, 들개처럼 헤매며 살다가 낯선 땅에 쓰러진다 해도

내가 한때 강제로 잃었던 자유만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유는 좀 추운 구석이 있다.

  아무 데나 적당히 기댈 수 없어서일까. 

 

- 마종기 시집 《마흔 두 개의 초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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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등대 3 _ 박 준

2019. 2. 12. 16:1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세상 끝 등대 3

 

 

                                                              박  준

 

 

   늘어난 옷섶을 만지는 것으로 생각의 끝을 가두어도

좋았다 눈이 바람 위로 내리고 다시 그 눈 위로 옥양목

같은 빛이 기우는 연안의 광경을 보다 보면 인연보다는

우연으로 소란했던 당신과의 하늘을 그려보는 일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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