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4. 20:1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기적이 보고 싶어 찾아간 것은 아니다"
기도하고 싶어 새벽에 눈을 떴다. 소리치고 싶은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불꺼진 낯선 예배당에서 혼자 기도하며 아파했다. 하소연할 곳이 예배당뿐이라는 것이, 화났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한참 부르짖은 후에 예배당을 나왔다. 컴컴한 방 안에 돌아와 다시 눈을 붙였다. 자명종 소리에 깨어났을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어지러웠다. 집을 나오면서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마음이 혼란스러울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침묵이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말이 거칠고 짧아진다. 언어는 직설적이며 날카롭다. 날선검처럼 말이다. 결국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무리에서 최대한 말을 절제했다. 무리속의 고독과 침묵이 낯설지 않다. 사람에 대한 편애가 싫어, 의도적으로 혼자 밥먹고, 묵묵히 혼자 일 했다. 누군가에게 더 많은 정을 쏟아붓고 혼자 아파하는 일도 이제 지겹다.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아프지 않는게 차라리 나으리라. 뒤돌아 보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말이 새어나가지 않아, 내맘이 공허하지 않다. 밤공기는 차갑지 않다.
허락된다면, (0) | 2016.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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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丙申)년에 병신(病身)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0) | 2016.12.06 |
그래, 괜찮다. (0) | 2016.12.03 |
경멸한다, 천한 것들. (0) | 2016.12.02 |
관계의 마침표 (0) | 2016.11.29 |
2016. 12. 3. 17:39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누군가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고, 나는 '외로움에 익숙하다'라고 답했다. 타인의 두 눈이 글썽거렸다. 고인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값싼 감정에 동의해버리면 단단히 묶어놨던 고이 억눌러 놓았던 외로움이 쉴새없이 터져버릴거란 두려움 때문에. 당신의 이해와 동정이 나를 얼마나 위로할 수 있을지... 위로나 할 수 있을까. 자주 말하지, 어설픈 이해는 위선이라고. 타인에게 '아니, 괜찮다고,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하고 스스로 타일렀다. 그래, 괜찮다. 죽지 않을 정도면 괜찮은거야. I'm fine.
병신(丙申)년에 병신(病身)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0) | 2016.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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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의 침묵 (0) | 2016.12.04 |
경멸한다, 천한 것들. (0) | 2016.12.02 |
관계의 마침표 (0) | 2016.11.29 |
이중 생활중 (0) | 2016.11.26 |
2016. 12. 2. 00:3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2016. 11. 29. 19: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피 흐르는 눈 3
한 강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초여름 천변
흔들리는 커다란 버드나무를 올려다보면서
그 영혼의 주파수에 맞출
내 영혼이 부서졌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에 대해서
(정말) 허락된다면 묻고 싶어
그렇게 부서지고도
나는 살아 있고
살갗이 부드럽고
이가 희고
아직 머리털이 검고
차가운 타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믿지 않는 신을 생각할 때
살려줘, 란 말이 어슴푸레 빛난 이유
눈에서 흐른 끈끈한 건
어떻게 피가 아니라 물이었는지
부서진 입술
어둠 속의 혀
(아직) 캄캄하게 부푼 허파로
더 묻고 싶어
허락된다면,
(정말)
허락되지 않는다면,
아니,
어두워지기 전에 _ 한 강 (0) | 2016.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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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소묘 3-유리창 _ 한강 (0) | 2016.12.06 |
유월 _ 한 강 (0) | 2016.11.29 |
새벽에 들은 노래 3 _ 한 강 (0) | 2016.11.24 |
몇 개의 이야기 12 _ 한 강 (0) | 2016.11.24 |
2016. 11. 29. 18:09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2016. 11. 29. 17:5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유월
한 강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유채꽃 만발하던 뒤안길에는
빗발이 쓰러뜨린 풀잎, 풀잎들 몸
못 일으키고
얼얼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었다
발바닥만이 아니었다
밤새 앓아 정든 胃장도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걷게 했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등을 떠밀고
맥없이 엎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는가 깨무는
혀끝을 감싸주었는가
비틀거리는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
아름다워라 山川, 빛나는
물살도 아니었다
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
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
숙주이니, 병들 대로 병들면
떠나려는가
발을 멈추면
휘청거려도 내 발 대지에 묶어줄
너, 홀씨 흔들리는 꽃들 있었다
거기 피어 있었다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
나는 귀를 막았지만
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로
막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저녁의 소묘 3-유리창 _ 한강 (0) | 2016.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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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흐르는 눈 3 _ 한 강 (0) | 2016.11.29 |
새벽에 들은 노래 3 _ 한 강 (0) | 2016.11.24 |
몇 개의 이야기 12 _ 한 강 (0) | 2016.11.24 |
조용한 날들 _ 한 강 (0) | 2016.11.23 |
2016. 11. 29. 15:39 신앙/감사(感謝)
"신자의 시작점은 은혜이고, 은혜를 깨닫는 자는 감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감사할 수 없다는 것은 신자가 아니라는 반증일 수 있다."
1. 지체로부터 지원을 받게 하심
2. 집에서 지역모임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심
3. 건축헌금을 1/4을 할 수 있게 하심
4. 교회에서 맡은 일을 감당하게 하심
5. 상황으로부터 도망 가지 않게 하심
6. 엄마의 권면을 듣고 경각심을 갖게 하심
7. 친구들 축의금을 할 수 있는 재정을 허락하심
8. 실수를 깨닫고 고쳐야할 마음을 갖게 하심
9. 구글 광고 수표를 높은 환율에 매입하게 하심
10. 죄인에게 은혜를 부어주심에
11.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허락하심에
Soli Deo Gloria
일상의 감사(10~11월) (0) | 2017.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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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감사 (0) | 2017.09.05 |
일상의 감사(11.12-11.20) (0) | 2016.11.20 |
일상의 감사(10.1-19) (0) | 2016.10.20 |
일상의 감사(8.21-8.25) (0) | 2016.08.25 |
2016. 11. 26. 22:2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2016. 11. 24. 20:4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새벽에 들은 노래 3
한 강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하고
누군가는
제 이름을 잊었다 한다
그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
푸르고
희끗한 나무들은
속까지 얼진 않았다
고개를 들고 나는
찬 불덩이 같은 해가
하늘을 다 긋고 지나갈 때까지
두 눈이 채 씻기지 않았다
다시
견디기 힘든
달이 뜬다
다시
아문 데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한 강 시인의 시는 가슴 아프다 못해 처참하다... 시를 읽고 있으면, 왜 이리 가슴이 아플까. '더 피 흘려도 좋다...'
피 흐르는 눈 3 _ 한 강 (0) | 2016.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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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_ 한 강 (0) | 2016.11.29 |
몇 개의 이야기 12 _ 한 강 (0) | 2016.11.24 |
조용한 날들 _ 한 강 (0) | 2016.11.23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_ 이상화 (0) | 2016.11.23 |
2016. 11. 24. 08:1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몇 개의 이야기 12
한 강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
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유월 _ 한 강 (0) | 2016.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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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들은 노래 3 _ 한 강 (0) | 2016.11.24 |
조용한 날들 _ 한 강 (0) | 2016.11.23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_ 이상화 (0) | 2016.11.23 |
갈대 _ 신경림 (0) | 2016.10.24 |
2016. 11. 23. 14:01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조용한 날들
한 강
아프다가
담 밑에서
하얀 돌을 보았다
오래 때가 묻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주 보는 눈이 없다
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
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엇에게도
아프다가
돌아오다가
지워지는 길 위에
쪼그려 앉았다가
손을 뻗지 않았다
새벽에 들은 노래 3 _ 한 강 (0) | 2016.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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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이야기 12 _ 한 강 (0) | 2016.11.24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_ 이상화 (0) | 2016.11.23 |
갈대 _ 신경림 (0) | 2016.10.24 |
수선화에게 _ 정호승 (0) | 2016.10.16 |
2016. 11. 23. 01:2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은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과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루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봄은 왔다. 그리고 봄은 반드시 다시 온다.
몇 개의 이야기 12 _ 한 강 (0) | 2016.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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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 _ 한 강 (0) | 2016.11.23 |
갈대 _ 신경림 (0) | 2016.10.24 |
수선화에게 _ 정호승 (0) | 2016.10.16 |
널 사랑하지 않아 _ 어반자카파 (0) | 2016.10.11 |
2016. 11. 21. 23:3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게 추운 겨울을 춥지 않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봄에 대한 희망은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 김동조,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 ―
봄이 온다는 희망으로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다. 허나, 봄이 온다는 것을 몰라도 겨울이 지나면 자연스레 봄이 온다. 그게 자연의 순리다. 이래나 저래나 견디면 되는 것이다.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그렇게, 봄은 온다.
관계의 마침표 (0) | 2016.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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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생활중 (0) | 2016.11.26 |
낙서장 - 야구 (0) | 2016.11.20 |
[무제] (0) | 2016.11.19 |
흥망성쇠(興亡盛衰) (0) | 2016.11.17 |
2016. 11. 20. 23:29 신앙/감사(感謝)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1. 일찍 일어나서 필기시험을 보러갈 수 있게 하심에
2.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맞닥 드리게 하심에
3. 재정적으로 부족하지 않게 하심에
4. 구글 광고 수익 수표를 받게 하심에
5. 기쁜 마음으로 축의금을 할 수 있게 하심에
6. 라디오를 다시 듣게 하심에
7. 절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심에
8. 신앙적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붙여주심에
9.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더 열심히 해야 할 마음을 주심에
10. 현실을 탓하지 않게 하심에
11. 중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게 하심에
12. 중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추억들을 나누게 하심에
13. 해피캠퍼스 판매 수익을 얻게 하심에
14. 지인의 생일을 기억하게 하시고, 전화로 축하하게 하심에
15. 몸이 지칠때 마냥 누워있지 않게 하심에
Soli Deo Gloria
일상의 감사 (0) | 2017.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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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감사(11.23-11.29) (0) | 2016.11.29 |
일상의 감사(10.1-19) (0) | 2016.10.20 |
일상의 감사(8.21-8.25) (0) | 2016.08.25 |
일상의 감사(7.29~8.8) (0) | 2016.08.08 |
2016. 11. 20. 22:0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