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속의 침묵

2016. 12. 4. 20:1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기적이 보고 싶어 찾아간 것은 아니다"






기도하고 싶어 새벽에 눈을 떴다. 소리치고 싶은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불꺼진 낯선 예배당에서 혼자 기도하며 아파했다. 하소연할 곳이 예배당뿐이라는 것이, 화났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한참 부르짖은 후에 예배당을 나왔다. 컴컴한 방 안에 돌아와 다시 눈을 붙였다. 자명종 소리에 깨어났을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어지러웠다. 집을 나오면서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마음이 혼란스러울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침묵이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말이 거칠고 짧아진다. 언어는 직설적이며 날카롭다. 날선검처럼 말이다. 결국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무리에서 최대한 말을 절제했다. 무리속의 고독과 침묵이 낯설지 않다. 사람에 대한 편애가 싫어, 의도적으로 혼자 밥먹고, 묵묵히 혼자 일 했다. 누군가에게 더 많은 정을 쏟아붓고 혼자 아파하는 일도 이제 지겹다.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아프지 않는게 차라리 나으리라. 뒤돌아 보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말이 새어나가지 않아, 내맘이 공허하지 않다. 밤공기는 차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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