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4. 20:4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새벽에 들은 노래 3
한 강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하고
누군가는
제 이름을 잊었다 한다
그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
푸르고
희끗한 나무들은
속까지 얼진 않았다
고개를 들고 나는
찬 불덩이 같은 해가
하늘을 다 긋고 지나갈 때까지
두 눈이 채 씻기지 않았다
다시
견디기 힘든
달이 뜬다
다시
아문 데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한 강 시인의 시는 가슴 아프다 못해 처참하다... 시를 읽고 있으면, 왜 이리 가슴이 아플까. '더 피 흘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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