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소묘 3-유리창 _ 한강

2016. 12. 6. 19:06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저녁의 소묘 3

- 유리창



                             한 강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붉은 것 없이 저무는 저녁 


앞집 마당 

나목에 매놓은 빨랫줄에서 

검색 학생코트가 이따금 펄럭인다


(이런 저녁 

내 심장은 서랍 속에 있고)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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