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_ 정호승

2016. 10. 16. 23:0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wizztour.com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에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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