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1. 23:3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게 추운 겨울을 춥지 않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봄에 대한 희망은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 김동조,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 ―
봄이 온다는 희망으로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다. 허나, 봄이 온다는 것을 몰라도 겨울이 지나면 자연스레 봄이 온다. 그게 자연의 순리다. 이래나 저래나 견디면 되는 것이다.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그렇게,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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