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날들 _ 한 강

2016. 11. 23. 14:01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조용한 날들 



                          한 강



아프다가 


담 밑에서 

하얀 돌을 보았다 


오래 때가 묻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주 보는 눈이 없다 


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 

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엇에게도 


아프다가 


돌아오다가 


지워지는 길 위에 

쪼그려 앉았다가 


손을 뻗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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