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필요에 의해 만났을 뿐입니다.

2015. 11. 16. 16:4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 황인숙 <강> 중에서 - 





당신과 내가 서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도 나를 바라봅니다. 우리는 서로 말하진 않지만, 당신이 내게 바라는 것이 있고 나도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서로의 눈빛을 통해 알수 있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만났으니까요. 



당신의 필요는 나의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나의 필요를 당신이 채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난, 상당히 까다롭거든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굳이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귀찮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쿨해야 하니까요.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예의와 적당한 배려로 일관하는 것은 당신의 필요만을 채워주고 미련없이 떠나려는 나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굳이 나의 필요가 채워지지 않더라도 말이죠. 몹쓸 미련과 애정때문에 구차하게, 질척거리지 않겠다는 나의 단호한 의지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곧 멀어질거니까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거니, 걱정따위는 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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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의 이해, 그리고 오해.

2015. 11. 14. 20:1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www.hanoibethel.com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가와서 날씨가 제법 춥다.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나왔으니 다행이다. 앞에 여자는 우산을 못 챙겨왔는지, 비를 그대도 맞고 간다. 비가 제법 내리는데, 뛰지 않고 걷는다. 우산을 씌워줄까 고민한다. 아니, 무슨 오지랖이냐. 다시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내 길을 걷는다. 



나에게는 '호의'란 것이, 상대방에게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특히, 상대방이 이성이라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호의적인 행동, 그 자체만으로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나름대로의 이해, 어쩌냐. 

 
 


습관적인 행동과 말이 아니라면, 행동과 말은 의미와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하기에 단순한 말이나 행동이라도 그 사람의 처지와 상황을 배제한 나름대로의 이해는 오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추측, 짐작, 추정. 이러한 우리 나름대로의 이해가 다른 사람과 멀어지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쌀쌀한 바람을 동반한 겨울 비와 약간의 쓸쓸함이 싫지 않은, 토요일 저녁에 혼자 멀뚱히 생각한다.    






Understanding, and Misunderst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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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의 기억 2 _ 생라면

2015. 10. 24. 13:49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blogs.sap.com




불은 껐다. 눈은 멀뚱멀뚱, 정신도 또렷하다. 배는 고프다. 입은 심심하다. 잘 시간인데, 어쩌냐. 다시 불을 켰다. 취사실에 가서 삼양라면 하나를 꺼낸다. 생라면을 한 입에 넣기에 알맞은 크기로 부수고, 겉봉지를 뜯고, 새빨간 스프를 뜯어 다시 라면봉지에 다 털어넣고, 봉지 입구를 잘 틀어막고 위아래도 10번, 좌우로 10번 흔든다. 스프가 잘 섞였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힘껏 흔든다. 스프가 잘 섞인 생라면 한 조각을 어기적거리다. 고시원에서 생라면을 밥처럼 많이, 자주 먹는다. 잘게 부순 생라면을 한 조각씩 먹을수록 몸이 나빠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생라면과 이별할 수 없다. 너무 열심히 먹은 탓인지 잠이 완전 달아났다. 

 


새로 산 책을 편다. 새 책이라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빳빳한 종이가 그 다음장 종이를 핥으며 부드럽게 넘어간다. 읽다가 줄을 긋고, 또 읽다가 줄을 긋거나 페이지 상단 모서리를 약 2 센티미터를 안쪽으로 접는다. 넘기는 장수가 많아진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책은 나를 잠들게 한다. 불을 껐다.  






Light on and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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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의 기억 1 _ Light on and off

2015. 10. 22. 12:17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www.shutterstock.com



불을 껐다. 눈은 뜨고 있다. 컴컴한 방안에 눈꺼풀만 내렸다 올렸다... 눈꺼풀이 너무 가볍다. 눈은 뜨고 싶다. 아무렴, 어떠냐. 적막한 새벽인데, 다시 불을 켰다. 



마트에서 산 김 한 봉지를 꺼낸다. 겉봉지를 뜯고, 각진 투명 플라스틱에 고이 포개어진 김을 한장씩 씹어먹는다. 고소한것이, 짭짜름하기도 하다. 아, 이 새벽에 무슨짓인가. 그래도 맛있긴 하다. 

 
 

미세먼지가 대기중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뉴스에, 너도나도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다. 멀뚱멀뚱 눈만 끔벅인다. 적막한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느끼고 싶지만, 미세먼지를 대처하는 방법은 그저 창문을 꼭꼭 처닫고 있으라는 보건당국의 지시에, 어린아이도 알법한 당연한 이야기를 지껄이는 바람에, 31살의 어린아이는 고시원의 자그마한 창문을 꼭꼭 닫고 있다. 적막한 새벽이다. 눈만 껌벅이다






Light on and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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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름다운지.

2015. 9. 12. 22:43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감정이 정리된 줄 알았다. 2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히 아무렇지 않을거라 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내 눈 앞에 나타난 녀석을 봤을 때 잊었던 감정들이 되살나 났다. 생각지 못했던 나의 반응이다. 



녀석은 예전보다 더 해맑게 웃었고 예전보다 더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했다. "우리 친한거 맞지?"라고 계속 물어대는 녀석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도, 귀엽기만 했다는 것을. 녀석의 눈을 응시하면 응시할수록, 잊으려 했던 그 감정들이, 버렸다고 장담했던 그 옛 감정들이 점점 치고 올라왔다. 그 설렘...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 벅찬 감정들말이다. 근데 임자가 있잖냐...내년에 결혼한다는데... 결혼하면 결혼식에 오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라서 무심한 듯 흘려보냈지만 말은 순식간에, 무섭게, 무겁게 돌아왔다. 녀석을 보내고 저녁내내 녀석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스산한 가을이라는 계절 때문인걸까, 아직 내 맘속에서 녀석을 놓아주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아름다웠던 녀석때문일까. 






나 왜 이러냐, 짜증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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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2015. 8. 18. 23:0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비판을 위한 비판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피해야 한다. 나의 입장을 제 3자가 납득할만큼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에 대한 근거와 이유도 타당해야 함은 당연지사. 다름을 이해시키기 위한, 아니, 내가 다른 이들과 다른건지 틀린건지 구분하기 위하여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차근차근, 정리해보자. 




 


Let me think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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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싫습니다.

2015. 8. 15. 18:53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당신에 대한 실망, 아픔, 그리고 그로부터 자라난 미움이, 당신과 나 사이를 멀게 했습니다. 당신을 보고 있으면 기쁨보다는 분노가 먼저 찾아옵니다. 당신의 좋은 점만을 생각하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당신의 단점들이 떠오르는 건 어찌할 수 없는 나의 연약함 때문인가 봅니다. 하나의 단점을 통해 당신의 모든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어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 앞에서 웃음따위는 보여주기도 싫고 당신이 나와 친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몰랐던 사람처럼 모른척 하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용서라는 것은 그 사람이 나의 마음을 상하기 전의 그 사람으로 인식하고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당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요. 나와 관계가 깨어진 사람들 중에, 부끄러운 말이지만, 다시 관계가 회복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한 명 뿐이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잠깐 불편함을 피하고자 갈등을 최소화하고 당신을 배려하기는 하지만, 마음으로는 오랫동안 보지 않을 사람이라 생각하며 당신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당신이 없어도 나는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늘 그렇게, 관계를 끊고 멀리 멀리 도망갔습니다. 당신이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그 어딘가로 말이죠. Run away. 


이번에도 또 어딘가로 도망갈 궁리만 합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자명한 진리를 믿으며.     





당신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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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가벼움', 그리도 단칼의 '차가움'

2015. 2. 20. 23:29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관계의 '가벼움', 그리도 단칼의 '차가움




2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 연락하는 사람은 동기 단 한 명뿐이고, 

- 그 때는 사회성이 너무나 부족해서, 군대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고등학교 때 친했던 10여명 친구들 중 그나마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친구도 한 명뿐이고, 

- 방황하던 시절 세상의 것들이 좋아 만난 친구들이니, 이젠 관심사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하고-

1년간 아프리카 선교를 다녀와서 연락하고 있는 선교사님은 두명 뿐이고.

- 음...




위의 사례들을 제외하고도 오랜시간 함께 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이유는 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하고.

 



지난 세월간 인간관계가 더 확장되지 못한 더 큰 이유는 관계를 단칼에 자르고 뒤를 다시 돌아보지 않는 차가움에 있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너무 쉽게 버리는 성향은 나의 삶 어떤 부분에서 비롯된 것일까. 삶의 흔적들을 되 짚어 보지만, 관계의 차가움을 일으키게 한 사건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하다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일까. 





연구실 후배들과 이성친구과의 인간관계를 너무나 쉽게,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내 옛적 모습들로 인해 진짜 '나쁜놈'이 되어버렸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나쁜남자' 말고. 그래도 연구실 후배들은 내가 선배인지라, 예의상 '나쁜남자'라고 이야기한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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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예의 _ 인생에 대한 책임

2015. 2. 6. 17:33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인생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지 몰라 고민할 때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이 신뢰하는 책을 읽으면서 삶을 방향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다. 그 고민의 순간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겠지만 그에 대한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이어야 한다선택 이후의 모든 삶과 선택에 따른 결과는 자신이 떠 안는 것이 삶에 대한 예의이지 않을까 싶다. 

혹여나, 그 선택의 결과로 인해 그 선택을 권했던 누군가를 탓하고 싶어진다면, 그 말을 따라갔던 너의 우둔함을 욕하면 되는 것이다. 그 선택을 하게끔 나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고 간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 그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나수동적인 태도를 꾸짖으면 될 터. 

여하튼, 명심해라, 나의 인생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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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서답.

2014. 7. 23. 22:1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www.segye.com



동문서답.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교수님께서 내게 지적해주신 말이다. "너는 질문하면 왜 딴소리를 하냐!"고. 사무실에서 교수님과 함께있으면 그 팍팍한 분위기에 눌려 올바른 사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향도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나의 잘못이다. 왜냐면 교수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왜 동문서답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첫번째로 상대방의 질문을 전체적으로 듣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들어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들으면서 대답할 내용을 생각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생각하느라 전체 질문을 다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질문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올바른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문제는 나의 조급한 성격으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두번째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상대방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문을 다 듣긴 했으나,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지않고 무작정 이야기하는 것이다. 생각 좀 하고 살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질문의 요지를 파악도 하고 머리속에 정리도 할겸, 질문한 상대방에게 재차 물으면서 질문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교수님과의 대화에서는 다시 물었다가, 혼이 날 수도 있긴 하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다시 질문을 물어 확인하는 태도는 대화의 몰입도를 높여줄 것 같다. 




먼저 잘 듣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남의 이야기를 대충대충 흘려듣는 삶의 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익힌다면, 어떤 사람과 대화하더라도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고 짧은 시간에 생각들을 정리하는 연습도 필요할 듯 하다.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면,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Soli Deo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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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워라, Copycat.

2014. 7. 21. 22:4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계속되는 실수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앞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늘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 왔는데, 이번 일은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듯 하다. 그간 살아오면서 직면한 문제를, 삶의 문제건 시험이건, 풀어오는 방식이 틀렸음을 깨닫고 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나의 문제점을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어떻게 풀지 생각할 시간을 갖지 않았다. 전체 글을 쓰려면 개요가 필요하듯,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풀 것인지, 어떤 전략으로 나갈 것인지를 선택하기 위해서 전체 그림을 먼저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무작정 문제를 풀기위해 부딪혔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불안했고,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조바심도 낫고, 자리에 잠자코 앉아 있을 인내심도 부족했다.



둘째, 스스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주어진 문제 앞에서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답 만을 찾으려 했다. 누가 풀어놓은 해설집을 따라 정답을 베끼듯, 인생도 남의 그럴듯한 인생을 베껴왔다. Copycat. 초등학교 때 매 방학이 끝날 때 즈음 누나가 방학 동안 잘 정리해 놓은 탐구 생활을 그대로 베끼는 일에서부터, 대학생 시절 시험공부를 하면서 족보만 달달 외웠던 일까지. 



암튼, 난, 생각하지 않는, 주어진 뇌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바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비판적인 사고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착각하고 있었음을. 이제는 정확히 안다. 나는 일정한 생각의 틀 안에 갇혀버린 바보라는 것을. 경직된 사고를 확장시키고 싶으나, 단기간 내에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 확장시키는 방법도 모르겠다. 답답한 노릇이다. 



 Creative, 내게는 절실한, thinking, 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삶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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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삶이었던가.

2014. 3. 5. 22:55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작년 2013년, 홀로 쉼 없이 달렸다.


나가야 할 전체거리를 재지 않고, 무작정 내달렸다. 


체력안배, 호흡조절, 보폭,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헉, 헉... 숨이 찼다.  이러다가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잠시 숨을 고르긴 했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다른 것들을 볼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누구를 위한 삶이었던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초, 하나의 사건이 1년의 삶을 흔들었다. 쿵! 쾅! 


다음 발을 디뎌야 할 곳을 찾지 못했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채 무기력해졌다. 


한 곳에 오랫동안 멍하니 머물렀다. 


그러면서 앞으로만 향해있던 두 눈이, 옆과 뒤를 살피기 시작했다. 


옆은 허전했고, 뒤는 쓸쓸했다. 


다시 물었다. 무엇을 위한 삶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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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개발론 수업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섭리, 그저 놀라울 뿐이다.

2013. 9. 2. 23:55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2010년 학부 시절,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국제관련학과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 교수님은 나의 무모한 열정을 좋게 봐주시면서, 두서없는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정답은 아니었지만, 장황한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다.

 


 그렇게 상담을 끝내고 교수님 방을 떠날 때, 코이카로부터 받은 '국제개발협력의 이해'란 책을 내게 선물로 주셨다. 국제개발협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말과 함께. 시간날 때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까지 내 책장에 장식처럼 꽂혀있다. 







 4년이 지난, 오늘 사회복지학과의 '국제사회개발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수업실에 들어가니, 담당강사님은 먼저 와서 조교랑 이야기하고 계셨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분이었다. 갑자기 떠올랐다. 그 분은 코이카 제안서를 준비할 때, 내가 찾던 주제와 관련된 것이 많아서 한참을 살펴보았던 블로그의 주인, 전 네팔외교관이자, 코이카 이사 홍승목씨였다. 그때 국제개발협력에 관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메일을 보내볼까 고민했다가, 내 생각이 정리가 안돼서 보내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분이 지금 내 앞에 있다. 느낌이 이상했다. 신기하기고 했고, 조금 벅차기도 했다. 그보다 더 날 가슴벅차게 했던 것은, 수업 주 교재가 4년 전에 국제학과 교수님한테 받았던 '국제개발협력의 이해' 란 것이었다.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시간의 타이밍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퍼즐의 조각처럼, 딱 맞아 떨어졌다. 순간, 너무나 벅찼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에 너무 놀랐다. 




 첫 수업에 들어가서, 수강할지 말지 결정하려고 했는데, 이제 고민할 이유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다시, 내게 기회가 주어졌으니, 감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다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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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에 대한 트라우마 _ 머리에 피가 나다, 그리고 계속된 두통

2013. 8. 3. 01:2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책상 서랍의 모서리에, 머리를 찍혔다. 상처를 직접보진 못하였고, 음푹 패였다는 말만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거니, 하고 편하게 맘을 먹었다. 피는 시간이 지나 멎었고, 상처부위도 만지지만 않으면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다. 머리가 약간 아팠다. 경미하긴 했지만, 간간히 계속 아팠다. 지끈거리기도 했다. 뇌출혈에 대한 무서움을, 눈으로 직접 본지라,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뇌에 출혈이 생기면 사람이 순식간에 죽는다고, 누군가의 그 의미심장한 말이 계속 메아리 쳤다. 하지만, 아닐거야, 계속 내 상태를 부인하며,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 스스로 위로했다. 다시 잠들었다. 



 이틀이 지났다. 다시 눈을 깼을 때, 머리가 짜증나게 지끈거렸다. 이상한데, 아닐거야. 허나,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계속되는 두통에 걱정은 점점 더해갔다. 박사님들께서, 머리를 다쳤을 때는 경과를 지켜보는게 아니라고, 빨리 병원에 가서 CT를 찍어 확인해보라고 강권했다. 괜찮다고, 참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뇌출혈에 대한 그 무서움을 알기에, 고집피우지 않았다.



 응급실로 바로 갔다. 모서리에 머리를 찍혔는데, 피가 났고, 계속 두통이 있어서 CT를 찍으러 왔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내 의식상태를 점검하는 몇 가지 테스트가 있었고,  나는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CT를 찍었다. 



 검사결과, 사진상으론 아무 이상이 없다고, 의사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보지 않고선 못믿겠더라. 의사에게 사진을 보고 싶다, 이야기했다. 눈으로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될 듯 했다. 사진을 봐도 잘 알진 못하지만, 의심가는 곳이 있으면 왜 그런지 물어봤고, 의사는 부딪힌 것과는 상관없다, 다시 무덤덤하게 말했다. 



 참, 다행이다. 계속 두통이 있긴 했지만, 두통을 대하는 내 태도는 달라졌다. 뭐, 두통 그까짓거 사라지겠지라고. 아무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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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무료함, 그리고 관계의 상실.

2013. 6. 29. 23:0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브뤼겔의 회화 <게으름뱅이의 천국>

 

 

 

 

# 1

바빴던 몇 주간의 일정이 끝났으니, 잠시 게을러지겠다는 나태함토요일의 무료함이 이성적인 사고를 감상적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한 때의 무료함이, 배움의 궤도에 충실히 순행하고 있는 구심력을 약화시키고, 소위 '일탈'을 시도하게 만드는 원심력을 가중시킨다.

 

# 2 

사람과의 관계에 충실하지 못하고 진실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문제점을 나에게서 찾으려하지 않고 괜한 피해의식으로 타인의 무정함을 탓하고 있다. 관계의 상실은 남을 이해해서 받아들이려 하기보다 나와 너의 명확한 경계선을 그어서 들어옴과 나감이 없는 소통의 단절로 인한 것이다. 또한 관용의 미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개인을 더 개인화시키고, 버려야 할 '우월감'과 '거만'을 키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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