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그리고 그 쓸쓸함에 대하여.

2015. 11. 22. 21:5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이른아침 역할분배책임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고 책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일으킵니다. 늘, 이런식입니다. 비가 내리려나 봅니다. 빗방울 하나가 볼을 스칩니다. 차갑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한 방울, 두 방울, 겨울비가 오려나 봅니다. 몸은 피곤합니다. 입은 굳게 닫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지껄였던 탓에 더이상 말을 하기가 싫습니다. 늦은 저녁 역할의 분배와 책임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역할이 주어지면,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하고, 책임져야 하면, 다시 갇혀버릴것 같다, 두 발이 묶여 버릴것 같다고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배가 고픕니다. 입맛은 없는데, 배는 고픕니다. 취사실에 올라가서 라면을 끓입니다. MSG와 면이 물에서 요란하게 끓습니다. 끓인 라면을 식탁에 가지고 와서, 살기 위해 먹습니다. 누군가 취사실에 들어옵니다. 몇번 본 적은 있으나, 그에 대해 아는건 없습니다. 다만, 좁디 좁은 한평 남짓한 고시원에 산다는 사실밖에는. 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들고 온 반찬을 식탁에 놓습니다. 밥통에서 따뜻한 밥을 퍼서 식탁에 놓습니다. 아무 말없이 각자의 식사를 합니다. 젓가락과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와 쩝쩝거리는 소리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적막함이 취사실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적막함 가운데 스며든 어쭙잖은 쓸쓸함이, 나와 만나 온전해집니다. 그와 나는 같은 공간에 마주하고 있지만, 어차피 우리는 서로 아무것도 모르니, 진정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존재하는 '쓸쓸함'입니다. 그 쓸쓸함은 나를 안정시키고, 나는 그 쓸쓸함을 사랑합니다. 조금 울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혼자인데.


 
 





"나 카페가는데, 잠깐 나올래요?"

"아니, 나 할일이 있어서...못 나갈 것 같아"

"알았어요..."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이렇게 다시 물러섭니다. 당신의 삶에 개입하려 했다가 당신이 가진 삶의 무게에 겁이 나서 다시 도망쳤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늘 이런식입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내가 싫은데 말이죠. 

 


 

반응형
반응형

L'Étranger by kangsy85

Notices

Search

Category

First scene (1190)
프로필 (19)
삶을 살아내다 (407)
산업단지 (13)
도시재생 (4)
토목직 7급 수리수문학 (8)
토목직 7급 토질역학 (8)
자료공유 (107)
편집 프로그램 (8)
신앙 (285)
책과 글, 그리고 시 (252)
초대장 배포 (55)

Statistics

  • Total :
  • Today :
  • Yesterday :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Copyright © Nothing, Everything _ Soli Deo Gloria All Rights Reserved | JB All In One Version 0.1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