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의 기억 2 _ 생라면

2015. 10. 24. 13:49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blogs.sap.com




불은 껐다. 눈은 멀뚱멀뚱, 정신도 또렷하다. 배는 고프다. 입은 심심하다. 잘 시간인데, 어쩌냐. 다시 불을 켰다. 취사실에 가서 삼양라면 하나를 꺼낸다. 생라면을 한 입에 넣기에 알맞은 크기로 부수고, 겉봉지를 뜯고, 새빨간 스프를 뜯어 다시 라면봉지에 다 털어넣고, 봉지 입구를 잘 틀어막고 위아래도 10번, 좌우로 10번 흔든다. 스프가 잘 섞였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힘껏 흔든다. 스프가 잘 섞인 생라면 한 조각을 어기적거리다. 고시원에서 생라면을 밥처럼 많이, 자주 먹는다. 잘게 부순 생라면을 한 조각씩 먹을수록 몸이 나빠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생라면과 이별할 수 없다. 너무 열심히 먹은 탓인지 잠이 완전 달아났다. 

 


새로 산 책을 편다. 새 책이라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빳빳한 종이가 그 다음장 종이를 핥으며 부드럽게 넘어간다. 읽다가 줄을 긋고, 또 읽다가 줄을 긋거나 페이지 상단 모서리를 약 2 센티미터를 안쪽으로 접는다. 넘기는 장수가 많아진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책은 나를 잠들게 한다.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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