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3. 01:2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책상 서랍의 모서리에, 머리를 찍혔다. 상처를 직접보진 못하였고, 음푹 패였다는 말만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거니, 하고 편하게 맘을 먹었다. 피는 시간이 지나 멎었고, 상처부위도 만지지만 않으면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다. 머리가 약간 아팠다. 경미하긴 했지만, 간간히 계속 아팠다. 지끈거리기도 했다. 뇌출혈에 대한 무서움을, 눈으로 직접 본지라,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뇌에 출혈이 생기면 사람이 순식간에 죽는다고, 누군가의 그 의미심장한 말이 계속 메아리 쳤다. 하지만, 아닐거야, 계속 내 상태를 부인하며,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 스스로 위로했다. 다시 잠들었다.
이틀이 지났다. 다시 눈을 깼을 때, 머리가 짜증나게 지끈거렸다. 이상한데, 아닐거야. 허나,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계속되는 두통에 걱정은 점점 더해갔다. 박사님들께서, 머리를 다쳤을 때는 경과를 지켜보는게 아니라고, 빨리 병원에 가서 CT를 찍어 확인해보라고 강권했다. 괜찮다고, 참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뇌출혈에 대한 그 무서움을 알기에, 고집피우지 않았다.
응급실로 바로 갔다. 모서리에 머리를 찍혔는데, 피가 났고, 계속 두통이 있어서 CT를 찍으러 왔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내 의식상태를 점검하는 몇 가지 테스트가 있었고, 나는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CT를 찍었다.
검사결과, 사진상으론 아무 이상이 없다고, 의사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보지 않고선 못믿겠더라. 의사에게 사진을 보고 싶다, 이야기했다. 눈으로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될 듯 했다. 사진을 봐도 잘 알진 못하지만, 의심가는 곳이 있으면 왜 그런지 물어봤고, 의사는 부딪힌 것과는 상관없다, 다시 무덤덤하게 말했다.
참, 다행이다. 계속 두통이 있긴 했지만, 두통을 대하는 내 태도는 달라졌다. 뭐, 두통 그까짓거 사라지겠지라고. 아무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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