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 군인이었다.

2016. 5. 30. 22:35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일병 강상율, 2006




군대시절을 되돌아볼때, 고집이 세고 모난 성격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선임한테 한 대도 맞지않고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다르게 말하면 시대적 행운아라고 할 수 있겠다. 훈련병에 입대할 즈음 군내에서는 '녹색병영문화'라는 구호아래 폭력을 근절시키고 병사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군내 높은 지위를 가지신 분들이 하급부대로 녹색병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명령들을 하달시켰다. 참 운좋게도, 나는 연대 본부에 배치를 받았고, 연대 본부의 특성상 상급자들의 명령에 신속하게 복종해야 했다. 고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녹색 병사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다. 이등병 강상율은 누워서 TV를 시청했고, 축구할 때 공격수로 뛰었으며, 중대장실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가히 군대혁명이라 할 수 있었다. 



군기가 덜 든 이등병은 사고를 치게 된다. 그 첫번째 사건은... 바로, 이등병이 TV 채널을 제멋대로 바꾼것이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나는 1소대 이등병이었으며, 동기를 보기 위해 3소대로 향했다. 동기는 군기가 제법 들어 TV 앞에 각을 잡고 앉아있었다. 내가 3소대로 들어갔을 때, 3소대 선임들은 눈을 감고 자신의 관물대 아래에 누워있었다. 나는 그들이 자고 있을것이라고 '추정'했다. 내무반 턱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동기와 함께 리모콘을 보았고, 나는 리모콘을 얼른 잡아 동기 옆에 앉았으며, 그리고 리모콘의 채널버튼을 재빠르게 눌렀다. 물은 이미 엎어졌다...그 때 자고 있다고 '추정'했던 3소대 선임들의 입에서 욕들이 폭포수처럼 터지기 시작했고, 갈길을 잃은 맹렬한 욕들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나는 말그대로 얼어버렸다. 허나, 그날 이등병 강상율은 맞진 않았다. 전방위적이고 무자비한 쌍욕을 듣기 했지만 말이다. 



그 사건을 시작점으로 여러가지(?) 사건들을 일으켰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무사히 이등병 시절을 지났다는 것이다. 신의 은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돌이켜보면, 이등병 시절은 하루하루가 '은혜'의 시간들이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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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삶은 맞닿아 있어야 한다.

2016. 5. 28. 23:23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ru.ink361.com




언어와 삶은 확연히 맞닿아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사이에 친구란 없는 것이다. 그러하다. 이성관계의 시작점은 호감이다. 좋을 호(好), 느낄 감(感). 쌍방은 아니라도 어느 한 쪽은 호감을 가지고 관계는 맺어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대부분 그렇다, 고 말할 수 있다. 연초, 이성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여자사람친구는 없다'는 언어에 확신이 더해졌고, 그간 맺어온 이성관계를 정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유하는 기억들이 점점 줄어드는 관계들부터. 




새벽녘 10년지기 여자사람친구에게 '남녀사이에 친구가 될수 있느냐'라는 질문과 함께 장문의 카톡을 일방적으로 남겼고, 마음 편하게 잠이 들었다. 늘 이런식이다. 나만 편하면 되는 것이다. 다음날 친구는 웃음으로 그 상황을 무마하는듯 했지만, 나는 알아챘다. 황당한 이 상황에 적응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후로 우리는 안부를 묻지 않았다. 우리의 기억은 고스란히 버리기로 했다. 불필요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소모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언어와 삶은 확실히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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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이다.

2016. 5. 17. 19:1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 sskn1324.tistory.com

 

 


 

매번 돌아오는 봄이다. 사랑을 논하고, 벚꽃을 노래하며, 설렘을 간직한다. 다른이들은 말이다. 봄날, 사랑을 논하다 사람을 떠나보냈고 만개한 벚꽃을 보고 들뜨지 않았으며 따스한 햇살이 비추던 도서관에서 묵묵히 책을 읽었다. 그리고 어느 5월의 새벽녘 자취방에 덩그러니 홀로 남아 밤잠 이루지 못했다. 더욱이, 난 사람을 찾지 않았다. 그러하다. 나는 '봄'과는 상관없이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경험적 사실을 근거로 '봄'이란 단어를 나만의 언어로 제한시킨다. 봄이라 해서, 초록빛이 만연하고, 사람들이 들뜨고, 사회가 봄을 찬양한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는것이다. 봄은 봄이다.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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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2016. 5. 17. 19:0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이 두 조각 났습니다. 금이 가있었나봅니다. 나도 모르게 엄지와 검지로 날선 유리를 붙들고 말았습니다.  뭔가 깊숙히 들어오는 느낌이 들긴했습니다만, 놀라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을때 무덤덤해야 합니다. 단법석 떨어봤자 남는건 피로함뿐입니다. 다행히 상처가 그리 깊진 않습니다. 흐르는 피를 보고 몰려오던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피가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반창고라도 붙여야했기에 고시원 앞 편의점에 갔습니다. 피가난 손가락으로 반창고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합니다. 점원은 피가 흐르다 말라버린 검지와 반창고를 번갈아 봅니다. 그리고 나를 힐끗 쳐다봅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라고 대꾸라도 해줘야 하나 했지만, 그냥 카드를 건냅니다. 무덤덤하게 아픔을 직면하고 대수롭지 않게 반창고를 붙히는 나는 아무래도, '고통'과 '아픔'이란 언어와 닮아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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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ovo Ideapad z585, 자결하다.

2016. 5. 5. 16:47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지난 2일전 Lenovo Ideapad z585는 159개의 window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한 다음, 자결했다. 자신의 본체를 불사르려고 했던 탓에 우측 자판은 손이 닿으면 뜨거울만큼 달아올랐다. 카페에서 하릴없이 뜨거운 카푸치노만 연신 들이켰다. 

 

 

한 가닥의 생명의 끈을 잡고 싶어 다시 전원키를 눌렀다. 어, 불이 들어온다. 살아있다는 신호다. 소생하는가 싶더니... 다시 폭발할 것처럼 팬이 돌아간다. 그러다 몇 번을 졸도했다. 다시 반응이 없다. 짜증나게 말이지. 이 망할놈의 z585 같으니라고. 미리 알려주고 죽던가. 나보고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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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시집을 사다

2016. 4. 28. 22:4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시집 두권을 샀다. 봄의 나른함을 시의 고독함으로 지우고 싶었다. 봄과 여름의 촘촘한 간격을 기억하고, 그 짧고 나른했던 봄날에 햇볕을 벗삼아 읽었던 시들을 떠올리고, 시를 읽으며 사람이 보고싶어 흘렸던 한방울의 뜨거운 눈물을 그리워하고, 사람을 찾지 않았던 그 봄날을 곱씹는다. 



새벽에 시집을 펴서 몇개의 시를 읽다가 다시 덮었다. 시들은 꿈적하지 않았고, 하나의 글로 버텼다. 시는 시로 남았고, 나는 시를 읽지 못했다. 아, 봄의 새벽이여. 다시 잠들지 못하는 시간속에서 마종기 시인의 『첫날밤』을 떠올렸다. 다음날 다시 시집을 펼쳤다. 시가 아무런 의미없는 문장으로 읽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시들을 읽었다. 시구가 가슴팍에 새겨지고, 시를 몇번이나 읽고 되뇌인다. 시에 줄을 긋는다. 철자로 정없는 일직선을 긋지 않는다. 지식의 사유욕과 직선은 어울린다만, 감성의 욕구와 직선은 평행선을 달릴뿐 교점이 없다. 엄지와 검지로 힘을 주어 선을 굵게 긋는다. 시와 나의 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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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빚을 청산하다

2016. 4. 21. 19:23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www.factoll.com

 

 

 

중학교 동창를 만나러 가기위해 용인행 좌석버스를 탔다. 한번 만나서 밥이나 먹자는 말은, 그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하나의 인사이겠지만 내게는 '밥을 먹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 의미있는 말이다. 그러기하기에 함부로 내뱉지 않으며, 말을 내뱉으면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 말 때문에 나는 용인으로 갔다고 하는것이 맞을것 같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밥을 사기 위해' 용인행 버스를 탔다. 

  

 

약 1시간 버스를 타고 용인에 도착했다. 친구를 만나, 근황을 묻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는 여자친구가  있냐는, 요즘 '밥먹었냐' 만큼 많이 듣는 질문에, 아직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할일없이 멍하니 야구 중계를 보다가,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다는 말에, 위닝도 있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오랜시간 조작패드를 바쁘게 두드렸다.

 

 

꽤 시간이 흘렀고, 배가 고팠다. 나는 삼겹살을 먹고 싶었고, 친구도 동의했으며, 우리는 근처 삼겹살 집으로 향했다. 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굽고, 먹고, 또 굽고 먹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기만 씹었다. 배가 불렀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친구가 들고있던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내가 사겠노라고." 지난 번 친구가 밥을 살 때, 생색내듯 웃으면서 다음에는 니가 사라고 했다. 밥을 샀다고 그렇게 티를 내야만했는지... 심기가 불편했고, 짜증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내가 사겠노라고, 서울에서 출발하면서 다짐했다.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었던 빚을 청산했다.

 

 

친구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카푸치노를 마셨고, 일본의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흘리듯 말했다. 하지만, 친구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자연재해나 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어도 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이는 바람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친구집에 돌아가 짐을 챙겼고, 버스정류장로 향했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나야 할 목적을 달성했다.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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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의 아버지.

2016. 3. 29. 13:25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blog.ohmynews.com




한 명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 아버지의 아들은 그의 삶의 굴곡을 두 눈으로 지켜봤으며, 그가 얼마나 진실되게 삶을 살아갔는지 알고 있습니다. 다른사람은 몰라도 그는 압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그는 아버지가 밉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온종일 흘리시던 그 굵은 땀방울을 간과했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가 겪는 삶의 무게를 그는 몰랐습니다. 32살의 아들은 이제야, 남자의 이름으로 그 아버지의 삶을 투영합니다.



"열심히 공부해라...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네 공부는 시켜주마..." 라는 아버지의 말이 하나의 진실로 받아들여지기까지 그렇게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가을이었죠. 그는 경주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아버지와 마주쳤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땀과 먼지로 찌들어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순간, 그는 으스러져야 마땅했습니다. 아들이란 이름으로 아버지의 삶을 갉아먹고 있음을 직시했기때문입니다. 그에게는 너무나 처참한 하루였습니다.



당신이 아니고서야, 아버지란 이름이 짊어져야하는 삶의 무게를...어찌 알수 있겠습니까. 아버지, 당신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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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 하세요

2016. 3. 26. 01:1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넓은 오지랖은 정신건강에 해롭다 

부단히 내민손을 거두며,

스스로에게 외치길.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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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의 족쇄

2016. 1. 18. 21:45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뜻하지 않게 여러번 리더의 자리에 있었다. 그 자리는 언제나 책임감이 부여된 자리였으며,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했기에 사익보다는 공익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 개인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면 공익을 우선시하게 된다. 성향과 맞지 않지만, 그 어색함을 무릅쓰는 것은 올바른 방향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안에 '옳다'고 정의된 가치관삶에서 행해지는 행동의 괴리감에서 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보다, 차라리 책임감에서 부여된 삶의 무거움을 견디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맡은 바를 즐거이 하고 싶으나, 역할에 대한 책임감에 매여 경직되어 십상이다. 그렇게 '책임감'이란 것에 질질 끌려다니다 보면, 지치는건 시간문제이며, 다시 책임감이란 족쇄가 풀리면 어디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일이다. 그저, 은혜를 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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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2016. 1. 5. 21:1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www.badaklee.com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삶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죠. 왜냐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온 인생이 당신의 삶이라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지리멸렬한 삶도 오랜 세월 봐왔습니다. 그러함에도 당신의 삶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이 분한 마음은 어찌된 것일까요. 마음 속 울분이 자꾸 치밀어 오릅니다.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당신의 모습은 늘 두렵고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한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아니, 소리치고 싶기도 합니다.

 

 

 

 

"꼭 그렇게 하셔야 하겠습니까..."

 

 

"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후련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말이죠. 내가 더 힘든 건...삶 가운데 부정하고 싶은 당신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다시 그러지 말아야지 각오하지만, 자주, 그리고 아주 쉽게 내뱉어지는 말몸에 밴 행동은 당신의 삶을 너무 닮아있습니다. 솔직히 두렵습니다. 당신의 삶을 내가 고스란히 살아낼까봐... 당신의 삶에 할 말을 잃고, 그 삶에 전이된 나의 삶에 숨이 막혔습니다. 이렇게 나는 또 다시 아픕니다.

 

 


 

 

삶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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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다 _ At a loss for words

2016. 1. 1. 22:4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www.quotehd.com



말을 잃어버린 어느 저녁밤에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글을 쓴다...악한 본성과 마주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며, 화를 참지 못하고, 부모를 공경하지 못하며, 뜻대로 안되면 말을 하지 않고, 상당히 많은면에서 아주 이기적인, 하찮은 막돼먹은 인간임을. 이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지 않을까, 너무나 아찔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데, 당신은 어제의 나를 이야기 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 간극속에서 멀어진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이 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성숙한 나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아닌 듯 하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형편없다는 것을 직시하게 되는 새해 첫날이다. 한해 한해를 살아간다는 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성숙해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애써왔건만...지금 나는 실망했고 실망하며 아프다. 마음도 몸도 쓸쓸히 아프다. 웃지 못하고 쓸쓸하게 시작하는 병신년에는 무슨일이 일어날까, 기대하기보다는 걱정되는 밤이다. 말을 잃다. 






Lost for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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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편린들.

2015. 12. 22. 23:2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darkgreysoul.blogspot.com




요즘 자주 누군가를 만났으며, 무리에 오랫동안 속해 있었으며, 나보다는 다른 뭔가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나와 내가 아닌것 같은 나에게로 이어진 연장선불분명한 지점에서 외줄타기를 하듯 휘청거리고 있다. 지금 나에게로 향하려는 자아에 대한 욕구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흐름에 따라 정해진 나이에 걸맞는 경제활동과 능력을 가져야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31살이라는 삶의 무게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기에 내 자리를 묻고 있는것이다.



헬조선에서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열심히 하는것으로 부족하다. 잘해야한다. 누가 모르냐. 헬조선에서 정의는 불법과 싸워 이길 힘을 잃었고, 일개 국민의 소리는 개짖는 소리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근혜누나의 독재정치는 아버지의 정치를 꼭 빼닮았다. 안철수 아저씨는 괜히 정치판에 끼여 안개속을 거닐고 있고, 가끔 횡설수설 하기도 하며, 국민의 기대를 처참히 저버렸다. 정치는 삼류개그며, 개그콘서트에는 '개그'가 실종되었다고 생각하며, TV를 끈다  



유투브의 '철구'를 보며 석사학위는 일찍이 개나 주는게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헬조선에서는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논리에 어느정도 수긍하며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을 조금씩 읽는다. 그렇고, 그러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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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자 _ 복제(copy)된 인간들

2015. 12. 5. 12:5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news.joins.com



면접장에 네이비톤 정장을 입은, 머리스타일만 조금씩 다른 복제듯한 청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있었다. 사회가 규정해놓은 틀에 대다수가 갇혀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앉아 면접자들을 바라봤다. 무엇을 그리 열심히 외우고 있는건지. 한참을 바라봤고, 한참을 생각했다. 기업이 원하는 대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에 적합한 사람임을 드러내야 하고... 아, 싫다.  



면접실에서 국정화 교과서의 찬반에 대하여 묻는 질문에 나는 다른 면접자들과 다른 의견을 내비쳤고, 면접관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노조는 반드시 존재해야 된다고 표명했으며, 당신은 왜 그것을 묻느냐고 되묻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묻는말에, 어처구니 없이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글픈 현실앞에서, 애석하게도 웃었다.  



어쩌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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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그리고 그 쓸쓸함에 대하여.

2015. 11. 22. 21:5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이른아침 역할분배책임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고 책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일으킵니다. 늘, 이런식입니다. 비가 내리려나 봅니다. 빗방울 하나가 볼을 스칩니다. 차갑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한 방울, 두 방울, 겨울비가 오려나 봅니다. 몸은 피곤합니다. 입은 굳게 닫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지껄였던 탓에 더이상 말을 하기가 싫습니다. 늦은 저녁 역할의 분배와 책임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역할이 주어지면,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하고, 책임져야 하면, 다시 갇혀버릴것 같다, 두 발이 묶여 버릴것 같다고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배가 고픕니다. 입맛은 없는데, 배는 고픕니다. 취사실에 올라가서 라면을 끓입니다. MSG와 면이 물에서 요란하게 끓습니다. 끓인 라면을 식탁에 가지고 와서, 살기 위해 먹습니다. 누군가 취사실에 들어옵니다. 몇번 본 적은 있으나, 그에 대해 아는건 없습니다. 다만, 좁디 좁은 한평 남짓한 고시원에 산다는 사실밖에는. 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들고 온 반찬을 식탁에 놓습니다. 밥통에서 따뜻한 밥을 퍼서 식탁에 놓습니다. 아무 말없이 각자의 식사를 합니다. 젓가락과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와 쩝쩝거리는 소리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적막함이 취사실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적막함 가운데 스며든 어쭙잖은 쓸쓸함이, 나와 만나 온전해집니다. 그와 나는 같은 공간에 마주하고 있지만, 어차피 우리는 서로 아무것도 모르니, 진정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존재하는 '쓸쓸함'입니다. 그 쓸쓸함은 나를 안정시키고, 나는 그 쓸쓸함을 사랑합니다. 조금 울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혼자인데.


 
 





"나 카페가는데, 잠깐 나올래요?"

"아니, 나 할일이 있어서...못 나갈 것 같아"

"알았어요..."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이렇게 다시 물러섭니다. 당신의 삶에 개입하려 했다가 당신이 가진 삶의 무게에 겁이 나서 다시 도망쳤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늘 이런식입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내가 싫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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