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9. 19:4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 1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글의 울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훈 작가의 직설적이지만 아득한 문체가 맘에 들었다. 며칠을 베껴쓰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때부터 난, 글을 쓰고 싶었다.
응어리 진 것들은 글로써 내뱉고 싶었다. 글이 가볍지 않았으나, 글의 깊이는 없었다. 더럽고 치사하고 얕았다. 글이 나이기에, 내뱉어진 것들이 내가 감당할 수 없어 토해 내었던 것들이기에 역하고 비렸다.
# 2
그의 글들에서 '말(言)이 높다'는 구절을 배웠고, '날 것의 비린내'란 구절을 익혔다. 글로만 알고 있었으나, 높아져버린 말의 벽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체감했고, 성숙되지 못한 것들이 내뱉는 말과 글들에서 비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 3
나도 글을 쓴다.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글의 논리가 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 그러러면 글을 읽어야 한다. 느껴야 한다. 써야 한다. 글을 읽고, 쓸때는 고독해야 한다. 그리해야 글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보니, 잘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고민해서 글을 썼다. 쓴 글을 읽어보니 엉망이다. 더욱이, 명문가들의 글 앞에서, 초라하기 그지없다.
써왔던 글들을 죄다 찢어 버리기도 몇 번.
욕심을 버렸다. 글이 수려하지 않아도, 글이 나를 드러낼 수 있으면 된다. 글이 내 진정성을 더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쓴다. 그리고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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