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숨 돌림 틈이 생겼다

2021. 2. 27. 14:48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갑작스런 실태점검탓에 약 3주간 바쁘게 움직였다. 실태점검 요청자료를 준비하고 관련 자료를 작성하고 또 다시 점검위원을 맞이하여 요청한 자료를 준비했다. 그들은 목적을 가지고 점검을 나왔으니, 어찌되었든 성과를 얻어갈 것이다. 그들은 질문하고 우리는 답변한다. 주로 전체적인 사업을 훤히 알고 있는 과장님께서 답변했지만 듣고 있는 나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하루 하루를 분주하게 살았고, 이제서야 숨 돌릴 틈이 생겼다. 바쁜 일상 덕분에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다만, 실태점검을 받으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았다. 실수와 실수, 그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맸다. 대학원 시절, 봉사활동 팀장으로 일을 맡아 진행할 때 교수님의 필요는 맞춰주지 못해 분주히 뛰어다니기만 했던 날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팀에 온 지 1년 4개월이 지났는데 사업의 전체적인 흐름을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어떠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을 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을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입을 떼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내가 너무 내 문제만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일, 관계, 일상의 모든 부분과 맞물려 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태도는 결국 다른 사람의 업무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친구와 대화하면서, 나의 오래된 친구는 지금 나의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성격으로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아마, 세월이 지나면 내 주위에 사람이 별로 남지 않을거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나도 동감하는 바라 반박하지는 않았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될 점들이 많다는 게 요즘 나의 생각이다.  

 

 일부터 이야기하자면, 일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효율을 높이려면 일을 체계적으로 해야한다. 일의 순서를 먼저 생각하고 일의 중요도를 살핀 다음, 중요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모든 걸 정리하려고 하기보다 각 단계에서 일을 살펴보고 중간중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는 일을 하면서 필요한 파일을 바탕화면에 다운받을 때가 있는데 일과 관련된 폴더에 미리 저장해서 진행하면 나중에 다시 파일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순간 일을 빠르게 처리하게 위해서 바탕화면에 다운로드를 받고 바탕화면에서 파일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짓을 한다. 체계와 효율, 지금 내게 꼭 필요한 두가지다. 

 

 인간관계에서는 먼저, 현재 주위에 있는 사람부터 잘 챙겨야 한다. 10년지기 친구들, 그리고 5~6년된 친구들까지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에게 다가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관계에서 떠나가는 사람을 잡아본 적은 한번도 없다. 몇번 연락을 미리 한적은 있지만, 굳이 내가 애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애를 써야 한다.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힘써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연락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신경써주는 것,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은 맞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다. 느리겠지만, 다시 한발씩 나아가보도록 하자. 방향만 옳다면 느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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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이야기 - 이제 그만할까요?

2018. 11. 17. 22:02 삶을 살아내다/상담

[여섯 번째 이야기 - 이제 그만할까요?]


 

 

 

지난 다섯번의 만남에서 해야할 이야기를 거의 다 했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만남이 끝날 즈음에 할말이 없어 머뭇거리던 선생님의 어색한 웃음도 떠올랐다. 그만해도 되겠다는, 아니 이젠 그만해도 되는 명분이 생겼다. 진전시킬 이야기가 없으니 선생님을 만나야 할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다시 선생님과 마주했다. 잠깐의 침묵이 우리 사이에 대화의 소재가 고갈됐음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켜주었다. "우리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선생님은 대화를 이끌어야 가야할 주체이지 않은가. 대화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렇죠. 우리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되레 물었다. 해야할 이야기가 대부분 끝났다는 생각들이 대화할 의지를 꺽었다. 

 

선생님은 지난번 만남때 언급되었던 '친절함'에 대해 다시 말씀하셨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상태와 상황을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하라는 것이 선생님의 요구였다. 관계에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타인의 대한 배려라고 강조하셨다. 아무말 없이 입을 닫아버리거나 관계를 거리를 두면 상대방은 당황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동의했지만, '굳이 내가 왜 나를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반문과 불편한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성향상 감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기도 하겠지만, 선생님이 친절하게 행동하라고 하니까 그 말을 따르기 싫은 것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본래 나는 친절하지 않기도 했다.

 

갑자기 내가 관계를 중요시 하지 않는 이유가 불현듯 떠올랐다. 대화의 주제를 갑자기 바꿨다. "나는 왜 인간관계를 경시하는지, 왜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하는지" 어릴적 아버지는 나에게 "친구 다 소용없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근데 아버지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 말이 사실이었음을, 간접적인 경험의 축적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는 친구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 그 일로 인해 어머니와 자주 싸우던 모습이 생생하다. 친구 보증때문에 친구와의 통화에서 언성을 높이시며 벌겋게 달아오른 아버지의 얼굴도 선명히 기억난다. 그렇다. 경험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선생님은 주로 듣고, 나는 나의 삶을 이야기한다. 선생님과 대화할 때 이야기의 맥락은 없다. 생각나는대로 대화의 주제를 바꾸어 이야기한다. 왜냐면 정보의 축적이 선생님이 나를 더 올바르게 파악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1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고나서 좀 더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선생님은 다음주 공동 의회에서 사고치지 말라고 당부하셨고, 나는 멋적게 웃으며 인사했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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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잘 가라

2018. 6. 29. 23:4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 www.socimage.com



# 인간관계에서 영원한 건 없다.

 

이 사람만은 끝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보내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보내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먼저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서랍에 있던 물건을 버리듯이 대수롭지 않게 사람을 지워내는 나를 보면 가끔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씁쓸한 건 지워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잊혀진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듯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어찌됐든, 부디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끝날땐 끝나더라도 마음 상하지 않게 잘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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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법칙

2016. 12. 6. 22:20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서로 편하게 대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최소한 지켜야 하고,

상대방의 치부를 놀림거리로 만들어서는 아니되고, 

인격을 갉아먹는 언행은 삼가해야 하며, 

우리 외에 다른 사람이 재미의 소재가 되어서는 아니되고, 

누군가의 상황이 희화화 되어서는 더욱 안되는 것이다. 


관계는 맺을 때 신중해야하지만, 

관계를 대하는 태도 또한  진중하고 진실해야 한다. 

그 주위의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지내기 마련이다. 

내 주위는 어떠한가 살펴볼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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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마침표.

2016. 6. 13. 16:1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출처: brunch.co.kr>



 당신과 나 사이에 쉼표를 찍기에는 우리사이가 너무 멀어졌습니다. 마침표를 찍듯이 우리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서로의 독립성을,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의 독립성을 확보하겠습니다. 마침표을 찍고, 두 개의 문장으로 나눠 문맥의 연관성은 유지하되 문장의 독립성은 보존하듯이 말입니다. 나에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자아와 분리된, 관계성이 없는 '타자'로 규정하고 당신의 어떠한 일에도 감정을 내어주지 않는건, 흔한일이니 말입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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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 대한 단상.

2015. 1. 3. 22:10 삶을 살아내다




여러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관계에 있어 서로간 삶의 간격과 앎의 깊이는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알아가려고 하면, 먼저 그 사람의 삶의 반경에 한발짝 발을 내딛어야 하지 않을까. 너의 삶이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그 적정선에서, 누군가를 알아가겠다고, 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내게 있어, 그건 거짓말이다.



도종환 선생님의 시처럼,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랍스럽다. 어설픈 이해관계로 맺어진 피상적인 인간관계는 조그마한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말인즉슨, 서로간에 믿음이 형성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찌 한 번 사람을 대하고서, 그 인생을 알려고 조바심 내는지.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해서 무엇을 알았다고 그렇게 지껄이는지. 적게는 20년, 길게는 30년간 살아온 한 개인의 역사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1년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누구든지간에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내게 묻는다. 










"너는 누구의 인생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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