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9. 10:08 삶을 살아내다/상담
[여덟 번째 이야기 - "정서적 불만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에 계획했던 세달간 만남의 중간 지점을 넘어섰다. 선생님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졌고, 나의 이야기를 편하게 터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선생님은 이야기의 주제를 정해놓지 않으신다. 나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내안에 뒤틀려 있는 감정을 찾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번 '싸움닭'인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내가 갈등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적인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대부분 내 주장을 고집하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틀어지기 일쑤였다. 나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물러날 때도 있다. 근데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면 물러남은 관계를 끊겠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특히 잘못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서먹서먹한 관계를 견딘다. 모르는 사람보다 더 못한 관계가 되는건 시간 문제였다. 오랜세월 많은 사람을 잃었다.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했다는 경험이 갈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이되었다고 생각한다. 갈등이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위축된다. 학습된 두려움은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경험의 학습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한 긍정적인 경험의 축적을 통해 기존의 인식를 대체하는 것이다. 성공의 경험이 실패의 경험을 무마시키는 것이다.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친절'이 다시 필요한 것이다. 하하하.
상담을 시작하게된 주제와 관련하여 정서적 불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내세웠던 두가지 명분 아래 잠재된 정서적 불만이 존재했다. 공동체안에서 나의 반려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과 많은 일에 눌려 지쳐 있었다는 것. 교회공동체가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신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믿음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한 측면도 인정하지만 상황에 의해 발생한 내재된 정서적 불만도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성경 말씀을 더 봐", "기도를 더 해봐"라는 막연한 해결책은 정서적 불만을 해소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선생님께서는 정서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하고 기본적인 욕구를 총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말 자체가 큰 위안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공동체와 나 사이에 심리적 간격이 발생했고, 이 간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이야기했다. 선생님께서는 일적인 모임말고 사적인 만남이나 나눔을 통해 현재의 삶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관계의 시작은 서로에 대한 이해다.
많은 언어 가운데 나는 피곤하지 않다. 이것이 상담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말하는 것이 편하지 않은 내가 자발적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어쩌면 하나의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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