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당신이 오해하는 하나님의 사랑 _ 조너선 리먼

2021. 8. 2. 11:34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서론

17쪽

"매체가 곧 메시지다"(The medium is message)

 

20쪽

단지 '교회'가 복음의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메시지의 당연한 결과는 특별하고 구별된 형태의 교회이다. 등록 교인 제도와 권징은 인위적으로 세워진 구조가 아니다. 이 둘은 새 언약의 은혜 위에 더해진 법률적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부터 그리고 회개와 믿음으로 이끄는 복음의 부르심으로부터 유기적, 필연적으로 도출된 것이다. 지역교회 교인의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선한 일을 하거나, 이웃을 사랑하거나, 가난한 자들을 돌보거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도록 부름받은 부르심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참된 신자라면 지역교회에 헌신해야 한다. 이는 마치 참된 신자가 선한 일을 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 지역교회에 등록하거나 헌신하기를 거부한다면, 그는 의로운 삶을 거부하는 자이다. 이런 행위는 믿음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22쪽

교회론은 하나님의 사랑과 거룩하심,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나 타락해버림으로 말미암아 죄책감에 빠진 인류, 그리스도의 흠 없는 삶과 희생의 죽음과 승리의 부활, 죄인들에게 주어진 그리스도의 의, 회개와 믿음을 통해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누리는 삶 등에 관한 모든 지식을 반영해야 한다. 

 

26쪽

교회와 세상 사이의 경계선이 흐려질 때, 사랑하고 용서하고 돌보고 거룩하며 의로운 공동체에 대한 하나님의 그림 역시 모호해진다. 그러나 이 모호한 경계선은 또 다른 모호한 경계선, 즉 거룩한 창조주와 타락한 피조물 사이 그리고 사랑의 하나님과 맹신하는 사람 사시의 경계가 모호해진 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물이다. 이것은 오늘날 덜 '제도화'되고 덜 '경계화'된 지역교회의 개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초월하시는 하나님보다 내재하시는 하나님을 선호하고, 성자 예수보다 인간 예수를 선호하며, 거룩한 성경보다 인간저인 성경을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시사한다. 

 

35쪽

한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옮겨가거나,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전혀 희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무슨 의미일까? 사랑이 가장 큰 선이며, 사랑이 용서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무엇이, 또는 누가(!) 사랑을 정의하는가?

 

18세기와 19세기의 낭만주의자들은 제도보다는 사랑에 의해, 외부적인 구속보다는 내적인 열정에 의해, 이론적인 추론보다는 즉흥적인 감동에 의해, 사실보다는 감정에 의해, 효율과 질서보다는 아름다움과 자유에 의해, 생기 없는 신학 서적 탐독보다는 고된 삶에서 땀 흘리며 얻은 지혜에 의해 인도받기를 원했다. 나는 이와 유사한 충동들이 포스트모던 서구사회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사랑이라는 단어와 제도라는 단어가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 

 

43쪽

그러나 이 책이 다루려는 것은 제도주의의 위협과 권위의 남용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의 오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들 사이에 훨씬 더 만연한 오류로, 서구문화의 반제도적, 반경계적, 반윤리적, 반권위적, 세계관과 욕구들이다. 또한 이 책은 반권위적 비경계주의의 위협과 불복종의 위협에 대해 다룬다. 타락한 세상에서 이러한 논의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지역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49쪽

어떤 저자들은 등록 교인 제도가 오늘날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무익하며, 시대상황과 맞지 않으므로 포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저자들은 등록 교인 제도의 배타적인 경계선이 복음을 왜곡하므로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자들 사이에 '제도주의 축소' '진정한 공동체 확장' '조직 축소 및 사랑 확대' 등의 용어들이 반복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로마가톨릭교도들과 자유주의 개신교 저자들 중에도 19세기 중반 이후에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후로는 그 수가 더 많아졌다. 그러나 복음주의자들ㅇ과 소위 탈복음주의자들도 지난 10~20년 사이에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제 "제도주의는 악하고, 사랑의 공동체는 선하다"라는 주장이 거의 주문처럼 되어버렸다. 

 

52쪽 

이 책의 논지는 매우 단순하다. 하나님이 교회를 부르셔서 경계를 긋게 하시고, 그 경계를 통해 어떤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분리하시고, 어떤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게 하시며, 어떤 사람들이 이미 교회에 들어와 있다면 그들을 내보내도록 하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교회가 사랑이 정확히 무엇인지 세상에 드러내는 데 유익하도록 이러한 경계표를 사용하게 하셨다. 

 

1부 잘못 정의된 사랑

64쪽

사람들은 교회를 둘러싼 경계선을 긋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여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랑'이라는 것을 정의할 때 우리가 찾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정말 성격적일까? 오늘날의 많은 작가들은 서구의 그리스도인들이 대체로 (1)개인주의적 이라고 평가한다. 그들은 또한 개인주의와 함께 (2)소비주의, (3)일반적인 헌신의 부재 그리고 (4)모든 절대 진리에 대한 회의주의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참고]

소비주의 세계관은 처음에는 상대적이었던 선-소비-을 결국 절대적인 선으로 대체한 관점이다. 소비주의는 부와 그에 수반되는 모든 것을 축적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소비를 절대화한다. 소비주의는 우리의 모든 필요는 물질적 소비로 충족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많은 욕구가 채워진다. 욕구 충족이 구원의 핵심내용이기 때문에 사실상 소비주의는 세속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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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_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2021. 6. 3. 21:32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P 30

협상에서는 절대 상대방을 이기려 들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힘의 우위에 기반을 둔 협상 전략의 문제를 계속 지적할 것이다. 

 

P 31

"혹시 제가 도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든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즉시 세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 상대방으로 하여금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솔직한 모습을 통해 나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다. 셋째,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지나치게 소심한 성격이라면 이렇게 말하자.

"제가 저도 모르게 양보를 너무 많이 하면 나중에 상황을 되돌리게 될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P 32

협상은 상대방이 특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P 34

다음은 내 협상론을 함축하는 세 가지 질문이다.

1.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2. 상대방은 누구인가?

3. 설득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P 35 

앞으로 상대방과 갈들이 생기면 다음 사항들을 자문하라. 

- 나는 어떻게 인식하는가?

- 상대방은 어떻게 인식하는가?

- 둘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있는가?

- 인식의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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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독서 목록

2021. 5. 23. 17:50 책과 글, 그리고 시/독서 목록

 

□ 경제

소수몽키(홍승초) 외 2명, 「잠든 사이 월급 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 베가북스 

알렉산드리아 J·래브넬,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롤러코스트

박경철,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리더스북

박경철,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리더스북

켈리 라이트,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홍춘옥·한지영, 리딩리더

 

□ 예술

조원재, 「방구석 미술과」, 블랙피쉬

이소영, 「미술에게 말을 걸다」, 카시오페아 

서현, 「미술에게 말을 걸다」, 효형출판

이진숙, 「시대를 훔친 미술」, 민음사

김영숙,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비에이블

 

□ 종교

테리 홀, 「성경 파노라마」, 배용준 역, 규장 

임승민, 「연애를 말하다」, 세움북스

 

□ 심리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1」, 황혜숙 역, 21세기북스

로버트 치알디니 외 2인, 「설득의 심리학2」, 윤미나 역, 21세기북스

 

□ 글쓰기

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괘함에 대하여」, 북드라망

 

□ 에세이

이재명, 「이재명은 합니다」, 위즈덤하우스

김용민, 「마이너리티 이재명」, 지식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역, 문학사상

권성민, 「서울에 내 방 하나」, 해냄

최태성, 「역사의 쓸모」, 다산초당

인디고서원,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 궁리 

박정민, 「쓸 만한 인간」, 상상출판

 

□ 자기계발

하우석, 「내인생 5년 후」, 다온북스

 

□ 잡지 

매거진 B, The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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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동 밤길 _ 마종기

2021. 4. 17. 11:0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약속한 술집을 찾아가던 늦은 저녁, 

신설동 개천을 끼고도 얼마나 어둡던지 

가로등 하나 없어 동행은 무섭다는데

내게는 왜 정겹고 편하기만 하던지.

 

실컷 배웠던 의학은 학문이 아니었고

사람의 신음 사이로 열심히 배어드는 일, 

그 어두움 안으로 스며드는 일이었지. 

스며들다가 내가 젖어버린 먼 길. 

 

젖어버린 나이여, 오랜 기다림이여, 

그래도 꺾이지 않았던 날들은 모여 

꽃이나 열매로 이름을 새기리니

이 밤길이 내 끝이라도 후회는 없다. 

 

거칠고 메마른 발바닥의 상처는 

인파에 밀려난 자책의 껍질들, 

병든 나그네의 발에 의지해 걸어도 

개울물 소리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오늘은 추위마저 안심하고 인사하는 

구수한 밤의 눈동자가 빛난다. 

편안한 말과 얼굴이 섞여 하나가 되는 

저 불빛이 우리들의 술집이겠지.

 

가진 정성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미련의 극치라고 모두들 피하는데 

그 세련된 도시를 떠나 여기까지 온 

내 몸에 깊이 스며드는 신설동의 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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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빈다 _ 나태주

2021. 4. 15. 22:0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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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의 초상 _ 마종기

2021. 4. 3. 13:36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00122/99362403/1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니. 

모두들 잘 있습니다. 

무대도 조명도 객석도 잘 있고 

인간의 간절한 열정은 살아서 뛰며 

몸부림치는 영감의 현장이 되네요. 

새로운 첫번째만이 예술이라고 하신

당신의 어려운 주장이 무대를 채웁니다. 

 

삶이 어려워도 꿈은 기죽지 않고

기어이 당당하시던 당신의 발걸음. 

무용의 끝막은 인간이라며 온전히 

목숨을 태우며 춤을 만드시던

평생을 받아온 사랑의 결론입니다. 

어머니, 당신의 따뜻한, 

 

움직임의 파문은 사방에 살아 있고 한길 삶의 초점은 

섬세하고 강하다. 새로운 율동에 생명의 정수를 붓는다. 

세상의 모든 거짓으로부터 벗어난다. 그 용기가 춤으로 

태어난다. 버려진 흥을 바로 세운다. 춤 속에 살고 있는 

자유, 가식과 수식은 수면 아래로 숨고 옷 벗은 자유가 

다른 이름의 자유를 만난다. 

 

 어머니, 고집스러운 외길의 자부심에 

 부드럽고 그리운 움직임이 눈부십니다. 

 버려진 몸과 말이 마침내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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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의 세월 _ 마종기

2021. 4. 2. 19:3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4개월 정도의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단단히 잠가둔 문을 열고 빈방에 들어서니 

방 안 가득 모여 한참 시들어가던 공기들이 

도대체 이렇게 꽁꽁 가두어두어도 되느냐고, 

숨 쉬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아우성이다. 

(1년 만에 문을 열었다면 어땠을까.)

여는 김에 커튼도 열고 창문도 활짝 열었더니 

혼수상태의 공기가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하고 

부풀어 오른 몸으로 뛰어다니며 노래까지 한다. 

 

무엇이건 누구건 오래 가두지는 말 것, 

젊은 날, 나도 이를 갈며 옥중 생활을 했다. 

어두운 공기와 침울한 벽과 숨 쉬기 어렵던 분노, 

어느 나라도 죄 없이 사는 공기나 부들을 

강제로 투옥하고 위협하고 짓누를 수 없기를. 

아무리 큰 이름이나 이념이나 권력으로도 

방심한 남의 생활을 굴복시키지 말 것. 

사는 일이 갑자기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래도 가두지는 말 것, 때리지 말 것, 

잃어버린 앞날이 아득하게 추워온다지만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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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식 변명 _ 마종기

2021. 4. 1. 21:5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다시 가게 된 것은 조바심 때문이었다.

나이는 들어가고 겁도 늘어나고 

돌아보아야 점점 좁아지는 세상에서 

높고도 더 높은 유정천의 하늘을 만나

보이는 것이 끝일 수 없다고 말하려 했다. 

고집도 늘어가고 트집거리도 늘어가고

주위로 막아선 높은 벽들은 가슴을 조이고 

내 힘으로는 두들겨 깰 수도 없으면서 

무엇이 여기까지 끌고 왔는지 알고 싶었다. 

 

주위가 허전해져서 채근이라도 하고 싶었다. 

파타고니아의 정상은 화산 연기를 뿜어내며

나를 보지도 않고 화가 나서 묵묵부답인데 

무섭고 겁이 나도 돌아설 수가 없었다. 

이것이 다냐고, 여기가 다냐고 묻고 싶었다. 

 

매일 저녁 구워 먹었던 일곱 살짜리 양, 

내 손자보다 어린 양이 눈으로 조롱했다. 

인연의 끈들이 구름같이 다 풀어지는 

파타고니아의 하늘에서 내리는 굵은 빗줄기, 

올가미로 느껴지던 질긴 관계들을 끊어버린다. 

비를 맞으면 흐르는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피부를 헤집어 상처만 주는 주위의 풀잎, 

칼 같은 풀잎이 가슴까지 찌른다. 

아무도 거두지 않은 죽음들이 

오래 젖어서 천천히 일어서는 땅, 

지상의 날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도 잊고 

굵은 비에 가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간, 

약속해준 그 용서만 나를 아프게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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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날 _ 마종기

2021. 4. 1. 21:3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갔다. 

저희들끼리 자라고 저희들끼리 

날아다니다가 짝을 찾아

여러 모양의 열매를 맺었다.

 

그 후에는 방문 두드리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 들리다 말다 한 소리는

바람에 쓸려가는 낙엽들이었다. 

모두가 필요 없다며 버린 인연들.

어느 날 저녁부터는 주위가 작아지고

흥얼거리는 박자인지, 누가 오는 건지 

밤새도록 속삭이는 음성이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밤과 눈을 부지런히 섞고 있었다. 

 

보이는 게 다 흐렸지만 고백하자면

그것이 바로 내 질긴 평생이었다. 

그래도 끝이 흰색이라는 게 좋았다. 

체세포에 묻은 인내는 무게만 있는 건지

한 발 두 발 걷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참는 법을 몰라 헤매던 날들을 떠났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차가운 후회들이 모여 눈이 되었겠지, 

맨몸을 감는 겨울밤이 오히려 정답다. 

겨울의 끝은 저만치에 오고 있지만 

그 뒤에 오는 날들은 누구의 진정인가, 

숨이 끝나도 한동안 귀는 열려 있다지. 

나이 든 후부터 자라난 힘든 물음들이 

다 되살아나 내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안에 나를 부르는 정든 목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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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_ 박경철

2021. 3. 28. 23:0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0쪽

어떤 경우에도 원칙을 보면 답이 보이지만, 현상만 바라보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흔들리게 됩니다. 물론 이 책이 원칙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지만 그나마 독자 여러분들이 원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저자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31쪽

노후와 은퇴에 대한 준비는 기본적으로 나의 자산가치에서 '잉여 부분', 즉 나머지를 덜어내고 모으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은퇴 후에 현재가치로 10억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월 35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현재의 경제 수준을 노후에도 유지하겠다는 의미이고, 은퇴 후에 5억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월 175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기준으로 노후를 준비하면 된다.

 

33쪽

재테크의 세 가지 기준

첫째,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부자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앞에서 부자란 " 더 이상의 부를 확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따라서 재테크의 첫번째 단계는 내가 더 이상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의 총량이 과연 얼마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때 재테크란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나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남이 얼마를 가졌든 상관없이 내가 만족살 수 있는 목푤르 먼저 정하자.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평생 돈의 노예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자산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개 사람들은 재테크라고 하면 화페로 교환이 가능한 것들을 모으는 데만 집착한다. 그러나 나의 자산은 통장의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고정자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나의 생산성이야말로 중요한 자산가치를 형성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안정적이고, 오래 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과 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서 부자가 되는 것이 자신의 부가가치가 낮은 상태에서 재태크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윗길이다.  

셋째, 은퇴 후 노후자금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비율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자산가치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비율의 개념으로 은퇴 후 노후자금에 접근하도록 하자

 

44쪽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장기적으로 그 가치는 항상 증가하는 반면, 종잇조각에 불과한 화폐의 가치는 이 실물자산의 가치 증가분만큼 하락하게 되는데 이게 곧 인플레다. 

 

46쪽

부자란 더 이상 돈을 벌 생각이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은 돈을 더 벌려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면, 이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자란 이자율을 기준으로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 '부자가 아닌 사람은 경제적 결정에서 이자율보다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해도 별 무리가 없다. 

 

64쪽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전설적인 투자자는 '토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주식투자 모델을 제안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왜 주가가 정점에 있을 때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가 바닥에 이르면 주식을 파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중략>

먼저 금리가 과열 단계를 넘어 A국면(금리 정점)에 이르면(서서히 경기 연착륙, 경착륙에 대한 논쟁이 붙기 시작하고 장기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하지만, 이때 예금에 투자한 자금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자처를 잃어버린다. 

그저 은행에 돈을 맡기기만 하면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고금리 환경은 돈을 벌기보다 지키는 데 익숙한 부자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구간이다. 이때 은행 예금은 예금자들에게 절대 손실을 입지 않고 돈을 불릴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막상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동안 보장받았던 안전 수익(금리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뙤면 부자들은 다른 안전자산을 찾아 나선다. 그 결과 B국면에서는 예금보다는 약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고 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확정금리(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사실 부자들의 속성에 가장 맞지 않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부자들은 얼마나 더 버느냐보다는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하는 주식은 삼성전자, 포항제철, 국민은행, 현대차, 한국전력 등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초우량기업이나 배당수익률은 충분히 보장하는 주식으로 제한된다. 그래서 부자들의 자금이나 법인들의 뭉칫돈이 시장에 들어오면 우량주의 상승이 이루어진다.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동안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은 그들에게 적당한 중소형 종목이나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 데 익숙해 있다가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73쪽

당신이 보수적인 투자자라서 지금 금리투자를 한다고 해도 그 선택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반면 당신이 자산 운용에 자신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주식이나 부동산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그 역시 잘못은 아니다. 이제는 바야흐로 자산 운용에 있어서 백화제방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만 이때 문제가 되는 사람은 돈만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인플레만큼의 자산가치를 까먹고 있는 사람이다. 

 

77쪽

당신은 아는가? 다른 사람이 망하는데 혼자 안 망하는 기쁨을. 시장이 폭락하는데 현금만 보유하고 있을 때의 기쁨이 내가 보유한 주식만 오르고 다름 사람이 보유한 주식은 오르지 않을 때의 기쁨보다 10배쯤 된다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라는 것을. 

 

81쪽

다시 주제를 가볍게 해보자. 지금까지 당신이 일단 이자율이 안전하고 크든 작든 돈이 되는 재테크 수단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물론 복리냐 단리냐, 이율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자율의 움직임이 바로 '보유 자산의 안전성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재력가들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잣대가 된다.'는 전제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90쪽

금리, 즉 돈의 흐름을 꿰뚫지 못한다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투자행위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투자자라면 매일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는가?"라고 말이다. 

 

98쪽

그 이유는 나의 기준으로 투자자란 '스스로 투자의 철학이 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고, 투기꾼은 '왜 투자를 하는지 이유를 모르면서 아무 때나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쪽

주식이나 부동산이 오르고 내리는 데는 경기와 실적, 금리 등의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지만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수요/공급이라는 가장 중요한 경제 원리의 중심축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면 아파트 10채를 사든, 100채를 사든 당신은 그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경제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정확히 읽고, 그것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움지이면 투자가 되고,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남이 한다고 나도 거름을 지고 장에 가면 투기가 되는 것이다. 

 

118쪽

 투자 결정의 대부분은 평균값에 수렴한다. 평균값에서 멀어질수록 그 결정은 오류가 될 가능성이 크고, 평균값에 가까울수록 기대손실과 기대이익의 수준은 낮아진다. 

 

126쪽 유용한 정보에는 네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정보는 다른 사람이 가진 정보와 달라야 한다. 둘째, 내가 가진 정보는 다른 사람의 정보보다 정확해야 한다. 셋째, 내가 가진 정보는 좀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넷째, 유용한 정보는 시의성이 있어야 한다. 

 

129쪽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호가가 상승하고, 거래가 부진하면 '팔지 않겠다'는 사람들만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사겠다는 사람은 초조하고 팔겠다는 사람은 여유롭지만, 가격이 좀더 오르면 사겠다는 사람이 철수하고 팔겠다는 사람이 초조해진다. 이때 누군가가 팔겠다고 나서면 갑자기 시장은 모두 '팔자'로 돌아서고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거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인지부조화 상황을 경계하라. 내가 가장 합리적이고 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라. 만약 내가 항상 옳다면 나는 지금 굳이 이 거래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될 정도의 위치에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내가 가진 정보를 평가하라. 그 정보의 유용성을 평가해서 그것이 독점적이지 않다면 그 정보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피는 돋보기로 활용하라.  셋째, 다른 사람의 판단을 주시하라.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라. 다만 이때 들은 이야기는 상대의 예측을 이해하고 수를 읽는 힌트일 뿐 그것을 따라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넷째, 거래 자체를 주목하라. 거래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존재해야 하고 거래가 많다는 것은 곧 어떤 상황이 크게 변할 수 있는 신호임을 기억하라. 

 

134쪽

 부동산 투자의 철학은 주식과 달리 인플레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앞서 나가면 서서히 관심을 떼고, 그 격차가 커지면 매수해서 부동산 가격이 인플레를 따라잡고 능가할 때까지 투자한 다음, 그 시점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다시는 부동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136쪽

 주식시장이 인플레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 배당금 때문이다. 즉, 주식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인플레 성장률과 흡사하게 증가하지만 사실상 그동안 배당금의 형태로 지급받는 것만큼은 고스란히 과외소득이다. 

 만약 당신이 KT, KT&G, SK텔레콤처럼 금리 이상의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어지간해서는 망할 가능성이 없는 배당주식에 투자해서 10년 후 그 기업이 망하지 않고 주식의 가격이 인플레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면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 돈을 예금에 넣어도 마찬가지 결과로 생각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즉, 당신은 해마다 받은 배당금으로 상당한 추가 수익을 올린 것이며, 만약 배당금을 복리예금에 재투자했다면 연 단위의 추가 복지 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139쪽

 장기투자는 이익을 낼 확률이 크지만 이때의 전제 조건은 기업이 내가 투자하는 동안 최소한 존속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존속하는 한 확률상 실적의 부침 속에서도 인플레 이상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고, 배당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141쪽

 모든 자산을 장기간 관찰해보면 놀랍게도 적절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고 공급의 한계국면에 이르면 대체물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수요가 한계에 이르면 공급이 줄어든다. 

 

179쪽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월 100만 원씩 70년 이상을 모아야 10억 원이 가능하다는 명제는 한편으로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금 100만 원의 저축은 인플레를 감안하면 10년 후와 20년 후, 30년 후에는 그 가치가 급속히 하락하기 때문에 현재 월 100만 원이라는 개념도 인플레를 감안한 미래가치로 수정되어야 한다. 

 

182쪽 

 인간의 욕망은 과학과 산업의 발달을 가져왔지만, 결국 성취는 인간을 소외시켰다. 미디어의 발달은 체온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산업의 발달은 근육을 배제한다. 결국 생산물의 잉여는 인간 자체를 잉여 상태에 빠지게 하고 그 결과 인간의 개체도 줄어든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화살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온다. 

 

184쪽

 과도하게 집중된 부는 은퇴를 고민하는 보통 사람들을 위해 적절히 분배되고, 부의 획득에 대한 정당한 질서가 강조되며, 빈부의 사회적 균형이 중시되면 넘치는 부는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확대에 쓰인다. 

 

197쪽

 사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고생도 하고, 허리띠도 졸라매고, 가끔은 식당에서 구두끈도 맸다 풀었다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천장에 굴비를 매달고 간장으로 밥을 먹기에 앞서 당신의 존재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당신의 수입에서 비용을 제하면 얼마나 저축할 수 있는 지를 계산해보고, 다음으로는 당신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치를 정하자.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종잣돈이 필요한지를 결정하자. 

 

206쪽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종잣돈 마련을 위해 다음의 은행 상품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ELD(주가지수연동예금)가 있다. 이것은 가장 전통적인 파생상품으로 은행이 고객의 원금을 정기예금에 넣고 그 이자를 주식이나 옵션 등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증권사의 ELS(주가연계증권)가 원금 보장 없이 고수익 고위험을 지향한다면, ELD는 원금이 보장되는 대신 기대수익을 낮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297쪽

 재테크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수단 중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까다롭고 예민한 제도라는 점을 기억하라. 재테크란 좀 과장하여 생각하면 인간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벌어들인 자산을 두고 서로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마지막 전쟁터다. 1차 전선인 노동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에도 실패한 사람이 그것을 다투는 2차 전쟁에서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298쪽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라. 당신이 주식투자를 하건, 부동산 투자를 하건 혹시 그 매매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잃은 자신감을, 또 지금 당신이 정말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서 태만한 자신을 자위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이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재테크에 나서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나는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을 위해 재테크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299쪽

 지금 당신이 거래하는 주식에는 증권거래세와 수수료가 붙고, 사고파는 부동산에는 양도세, 취득세가 붙으며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는 재산세가 붙는다. 그리고 중개업자 몫의 수수료가 더해진다. 채권을 투자하면 소득세와 중개 비용이 든다. 물론 보험도 마찬가지다. 

 

338쪽

<주역>의 <계사전>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다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지속된다는 뜻이다. 

 

339쪽

 지금 막혔다는 생각이 든다면 즉시 변화를 모색하되 그 변화의 시점은 반드시 해가 중천에 이를 때가 되어야 한다. 아직 아침도 오지 않은 여명기에 햇살이 더디다고 석양을 준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해가 중천에 떠 있다고 어둠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것 역시 무모한 일이다. 

 성공을 꿈꾼다며 철저한 자기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 지금 자신이 막혀 있다고 여겨지면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은 매너리즘이다. 

 요즘 화두가 된 블루오션 역시 막히면 변하라는 이치와 같다. 지금 당신이 막혀 있다면 무엇이 변해야 할지를 생각하라. 단, 당신의 변화는 막힘에 대한 부정이지 도피를 위한 변명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당신이 막힌 이유가 나태함이라면 성실을, 자만이라면 근면을, 부족함이라면 단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부정이 전제되지 않은 변화는 도피일 따름이다. 

 주변에서 성실히 살았음에도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그것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열심히 산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변화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란 성실과 근면에 버금가는 중요한 덕목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막혔다고 여겨지거든 변화하라. 

 

340쪽 

"살아남으려면 변화하라. 

막히면 막힐수록, 잘나가면 잘나갈수록 더 많이 변화하라.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는 바로 나'라는 생각으로 죽을만큼 정진하라."

 

347쪽

 한 인간의 가능성을 살펴볼 때 필자처럼 여러 가지 잔재주는 많이 보이지만 결국에는 한 가지도 매듭을 잘 짓지 못하는 사람과, 우직하지만 한 가지에 끝까지 매달려 결국 극 이치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은 당연히 후자의 몫이다. 

 

396쪽

 그들은 증권시장이 급락하면 그 이유를 말하고, 지지선과 목표가를 이야기하고,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족집게 부동산 도사는 왜 스스로가 그 땅을 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사라고 하는 것일까? 주식에 도통한 전문가들은 왜 사람들에게 투자유망종목을 추천하면서 스스로는 그것을 사지 않는 것일까? 이미 그들이 충분한 부자이기 때문일까?

 아쉽게도 그곳에 돈의 논리가 숨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가격은 예측 불가능하다. 어떤 종목, 어떤 대상이라도 가격을 예측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가격이란 당시 사람들의 심리의 반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가격을 예측할 수 있고, 실제도 그것이 항상 들어맞는다면 기본적으로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시장이란 대상물을 사고파는 행위로서 존재한다. 또 대상물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의견차이가 가격이다. 이때 누군가가 상승과 하락의 방향을 모두 맞힌다면 시장은 그 사람이 장악하게 된다. 복리효과를 감안한다면 누군가가 거래에서 연속적으로 100번 이상 방향을 맞힌다면 그 사람은 지구를 살 수도 있다. 시장이나 가격은 예측 불가능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397쪽

 전문가란 이러한 방향성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랜 경험으로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금 시장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바람이 남쪽으로 불면 파란 깃발을, 북쪽으로 불면 빨간 깃발을 든다. 줄곧 북풍이 불다가 지금 남풍이 불면 10분 후에도 남풍이 불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1분 후에 동풍으로 바뀌면 그때는 다시 노란 깃발을 들면 된다. 

 

399쪽

 실제 투자에서 전문가의 생각이 일부라도 유용하다면 그것은 전문가가 현자이거나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상황에 매몰된 사람과 직업상 그것을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사람의 차이일 뿐이다. 

 

403쪽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

리더가 되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안목을 기르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이 발전하기 위한 가장 큰 바탕은 옳은 판단이고, 옳은 판단은 탁월한 안목을 필요로 한다. 안목은 무엇인가? 그것은 같은 사물을 보아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철학적이다. 

 

406쪽

 하루에 잠은 여덟 시간 이상을 자는 것이 좋다는 망발을 잊어버려라. 지금부터 당신의 삶을 관리하고 자신을 단련할 준비를 시작하다라. <중략>

 그 방식은 무엇이라도 좋다. 지금 당장 맨발로 땅 위를 걷는 운동을 시작해도 좋고, 모차르트 전집을 사서 음률을 다 외울 때까지 음률을 다 외울 때까지, 그것이 소음이 아닌 아름다운 선율로 들리고 오르가즘을 느낄때까지 그것만 들어도 좋고, 황동규의 시집 <풍장>을 사서 소리 내 읽으며 외워도 좋다. 아니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집어 들고 이를 악물고 읽어도 좋다.

 그냥 지금과 달라지면 된다. 내일은 오늘과 달라지고 모레는 내일과 달라지면 된다. 

 

408쪽

 통찰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스스로를 일깨우고 스스로를 개발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바로 통찰이다. 진정 성공하고 싶다면 먼저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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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_ 박노해

2021. 3. 28. 14:3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박 노 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 잎에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각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 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 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 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 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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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여름 _ 유지원

2021. 3. 28. 14:2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첫사랑, 여름 

 

                                         유지원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 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

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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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_ 나태주

2021. 3. 27. 14:2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혼자서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의초로울 때가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룸다울 때가 있다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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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우는 사람 _ 박진성

2021. 3. 25. 19:2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새벽에 울면 위험하다.

 

둘러싸고 있는 공기들이 같이 울고 그 울음이 또 자신을 울게 한다. 울음은, 울면서 확산되면서 슬픔을 옅게 해야 하는 것인데 새벽의 울음은 확산이 아니라 응축이다. 울고 있는 그 자신을 다시 울게 한다. 

 

새벽에 울어 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깊은 동굴속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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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_ 엘렌 바스

2021. 3. 24. 22:1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 엘렌 바스, 류시화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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