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3. 16:09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7쪽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부릅니다. 상아탑은 '현실과 거리를 둔 정신적 행동의 장소'라는 뜻입니다. 현실과 거리를 둔다는 것은 현실을 다루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의 현실을 다루기 위해 거리를 둔다는 의미입니다. 거리를 둬야 현실을 객관적으로 대상화해서 응시할 수 있으니까요.
25쪽
프랑스의 철학자 미셜 푸코는 "텍스트란 작가 개인이 아니다. 사회의 힘에 의해 써지는 사회적 작업니다"라고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저명한 문화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텍스트가 세계 속에, 세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모두 글쓰기의 사회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38쪽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그에 대해 글을 쓰면 필연적으로 사건이 벌어진 당시 상황을 '대상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됩니다. 대상화란 쉽게 말해 '떨어뜨려 놓고 보기'입니다. 자신에게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고통과 상황을 떨어뜨려 놓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대상화가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만들어 냅니다.
39쪽
지적 도약을 이루면, 고통이 일정 부분 줄어듭니다. 고통이 자기 성장의 땔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란 어찌 보면 정신적으로 성장할 것이냐, 고통 속에서 죽어 갈 것이냐 하는 중대 기로, 즉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절체절명의 상태에 놓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통은 정신적 성장을 요구합니다. 정신적으로 성장해야만 견디면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그 정신적 성장에 도움을 줍니다. 그것을 치유라고 부를 수 있다면, 글쓰기는 자기 치유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42쪽
글은 기본적으로 자기 정신의 표현입니다. 글만큼 자기 정신을 표현하는 최적의 도구는 없습니다. 독일을 철학자 니체는 독서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를 다른 사람의 혼속을 거닐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바꿔 보면, 글을 쓰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내 혼 속을 거닐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글쓰기는 한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48쪽
글을 쓰다 보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위상이 강화됩니다. 개인적 자아에서 사회적 자아로 진화합니다. 글쓰기가 사회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발표한 글이 사회에 일정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도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의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53쪽
글쓰기와 독서의 관계는 파고 들어가면 좀 묘합니다. 열혈 독자중에서 필자가 나오는 것은 맞지만, 반대로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더 많은 독서를 하게 된다는 것과 맞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려면 많은 지식과 참고문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글을 쓰면 책을 안 읽던 사람도 읽게 되고, 책을 읽던 사람은 더 많은 책을 보게 됩니다. 글쓰기와 독서는 상호 되먹임 관계에 있습니다. 글쓰기가 독서를 부추기고, 독서를 통해 아는 게 많아지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생깁니다.
69쪽
메모는 '깊이 읽기'의 시작이면서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저는 글쓰기 강의를 할 때면 "메모를 하면 글을 쓰고, 메모를 안 하면 글을 못 쓴다"고 단언합니다. 거의 모든 작가는 메모광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글을 쓰려는 사람은 메모를 습관해해야 합니다. 메모의 내용이 결국 글이 되기 때문입니다.
79쪽
자료와 메모가 충분하면 머리를 쥐어짤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쓸 것들이 생각나니까요. 충분한 자료와 메모는 인문적 글쓰기에서 논리와 근거를, 문학적 글쓰기에서는 상상력을 제공해 줍니다. 소설 같은 것을 쓸 때도 자료와 메모가 충분하면, 스토리가 저절도 생각납니다. 글을 쓰고 싶은 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제까지 읽은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부터 정리해 보세요.
81쪽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내 생각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내 생각을 잘 알아야, 남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밑줄 그은 내용을 컴퓨터로 정리하면, 내 생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밑줄 그은 내용은 대부분 자신이 동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내용을 컴퓨터 파일에 모아 놓으면, 자신이 어떤 내용에 주로 동의하는지 확실해집니다.
83쪽
정리하자면,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컴퓨터로 정리해놓으면 글감이 생기고, 자기 철학이 확고해지며, 놀리와 근거가 치밀해집니다. 또한 문장력이 좋아지고 어휘량도 늘어납니다. 어떤가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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