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6. 22:03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이기는 데는 우연한 승리가 있지만
지는 데는 우연한 패배가 없다는 말은
노무라 가쓰라 감독의 것이다
그건 실패로부터 철저히 배우라는 뜻이고
실패가 그 만큼 더 가까운 스승이라는 뜻도 된다
가령, 죽을힘으로 뛰었으나 눈앞에서 전철을 놓쳤고
약속시간은 15분 후인데 배차 간격은 30분일 때,
걷어낸다는 게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처럼
열차를 놓치기 위해 전력질주한 다리는 아직 후들거리는데
자연이 만드는 자연 위에서
실패가 낳은 실패 속에서
자연에게 배우는 자연
실패에게 배우는 실패로
15분에게 15분은 잔혹하고 골똘하다
더러 사소한 불운이 평범한 아름다움을 일깨우기도 한다
얼이 빠진 철로 위로 가뿐하게 내려앉은 참새들
참새들이 노는 철로 위로 파랗게 열린 맑은 하늘
자꾸만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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