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 19:3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4개월 정도의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단단히 잠가둔 문을 열고 빈방에 들어서니
방 안 가득 모여 한참 시들어가던 공기들이
도대체 이렇게 꽁꽁 가두어두어도 되느냐고,
숨 쉬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아우성이다.
(1년 만에 문을 열었다면 어땠을까.)
여는 김에 커튼도 열고 창문도 활짝 열었더니
혼수상태의 공기가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하고
부풀어 오른 몸으로 뛰어다니며 노래까지 한다.
무엇이건 누구건 오래 가두지는 말 것,
젊은 날, 나도 이를 갈며 옥중 생활을 했다.
어두운 공기와 침울한 벽과 숨 쉬기 어렵던 분노,
어느 나라도 죄 없이 사는 공기나 부들을
강제로 투옥하고 위협하고 짓누를 수 없기를.
아무리 큰 이름이나 이념이나 권력으로도
방심한 남의 생활을 굴복시키지 말 것.
사는 일이 갑자기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래도 가두지는 말 것, 때리지 말 것,
잃어버린 앞날이 아득하게 추워온다지만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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