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의 초상 _ 마종기

2021. 4. 3. 13:36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00122/99362403/1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니. 

모두들 잘 있습니다. 

무대도 조명도 객석도 잘 있고 

인간의 간절한 열정은 살아서 뛰며 

몸부림치는 영감의 현장이 되네요. 

새로운 첫번째만이 예술이라고 하신

당신의 어려운 주장이 무대를 채웁니다. 

 

삶이 어려워도 꿈은 기죽지 않고

기어이 당당하시던 당신의 발걸음. 

무용의 끝막은 인간이라며 온전히 

목숨을 태우며 춤을 만드시던

평생을 받아온 사랑의 결론입니다. 

어머니, 당신의 따뜻한, 

 

움직임의 파문은 사방에 살아 있고 한길 삶의 초점은 

섬세하고 강하다. 새로운 율동에 생명의 정수를 붓는다. 

세상의 모든 거짓으로부터 벗어난다. 그 용기가 춤으로 

태어난다. 버려진 흥을 바로 세운다. 춤 속에 살고 있는 

자유, 가식과 수식은 수면 아래로 숨고 옷 벗은 자유가 

다른 이름의 자유를 만난다. 

 

 어머니, 고집스러운 외길의 자부심에 

 부드럽고 그리운 움직임이 눈부십니다. 

 버려진 몸과 말이 마침내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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