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_ 넬(Nell)

2015. 10. 20. 18:31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Thank You  


                                      넬


Hey 참 정말 고마워

이렇게 내 눈물 속에서 

매일같이 나와 함께 해 줘서 

허전함뿐인 날

그리움으로 채워 줘서 


Hey 참 정말 고마워

한 번도 널 잊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떠나 줘서 

이렇게 평생 널 간직하게 해줘서 


So thank you

I miss you

Thank you again


I am so fine I am so fine

매일 울며 잠들고

또 숨 쉴 때마다 아파했던

내 안에 네가 있어

나는 행복할 수 있어 


Hey 참 정말 고마워

달아나버릴 따뜻함이 

아닌 떠날 수 없는 아픔이라서 

이렇게 평생 널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I am so fine I am so fine

매일 울며 잠들고 

또 숨 쉴 때마다 아파했던 

내 안에 네가 있어 

나는 행복할 수 있어 


근데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정말 모두 날 위해서였나요 

그래서 이별을 말하고 

내 안에 상처로 아픔으로 남은 건가요

그렇다면 Is it okay to believe that we were once in love


I am so fine I am so fine

매일 울며 잠들고 

또 숨 쉴때마다 아파해도 

내 안에 네가 있어 

나는 행복할 수 있어 


So thank you

Thank you

I miss you

I'm so missing you

정말 다 나를 위해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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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_ 안도현

2015. 10. 8. 01:5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 darimsorilog.tistory.com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이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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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ark _ 하동균

2015. 10. 3. 23:58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www.maniadb.com




From Mark              


                                                        하동균 



남겨진 바다에 버려진 병처럼 

멈출 수가 없어 닿을 수도 없어


차라리 부서져 가라앉는다면 

조금은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자꾸 흘러서 점점 멀어져 

힘껏 달려도 또 제자리에 있어 난


I will fly 날 밀어내는 너라는 파도와

날 조여오는 기억의 바람과

날 묶어버릴 남겨진 시간들


모든 건 멈췄어 시간은 닫혔어 

기억이란 감옥 불타버린 희망


추억이 나타나 흔적에 닿으면 

머리칼을 뜯고 소리를 지르다


니가 넘쳐서 숨이 막혀와

힘껏 달려도 늘 닿을 수도 없어 난


I will fly 날 밀어내는 너라는 파도와

날 조여오는 기억의 바람과

널 묶어버릴 남겨진 시간들


I will fly 날 밀어내는 너라는 파도와

날 조여오는 기억의 바람과

널 묶어버릴 남겨진 시간들


I will fly from mark

I will fly from mark





From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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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_ 신경림

2015. 8. 15. 20:4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신경림                                                     


폭풍이 덤벼들어 뒤집어놓기도 하고

짐승들이 들이닥쳐 오물로 흐려놓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푸르기만 하랴

산자락에 막혀 수없는 세월 제자리를 맴돌고

매몰찬 둑에 뎅겅 허리를 잘리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도도하기만 하랴

제 속에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아픔과 

수많은 눈물을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이슬처럼 수정처럼 맑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니 세상에 

마실 것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노래가 되고 얘기가 되면서 

강물이 어찌 늘 고요하기만 하랴 

자잘한 노여움과 하찮은 시새움에 휘말려 

싸움과 죽음까지도 때로는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넓기만 하랴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의 힘을 빌려다 마을과 들판을

눈물로 쓸어버리기도 하는 강물이 

제 몸까지 내던지며 하늘과 

땅을 한바탕 뒤집어놓는 강물이 

어찌 늘 편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유유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도도하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고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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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_ 김경미

2015. 8. 15. 20:37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김경미 



낯선 읍내를 찾아간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포플러나무가 떠밀고 

시외버스가 부추기는 일이다 


읍내 우체국 옆 철물점 싸리비와 

고무호스를 사고 싶다 

청춘의 그 방과 마당을 다시 청소하고 싶다 

리어카 위 잔뜩 쌓인 붉은 생고기들

그 피가 옆집 화원의 장미꽃을 피운다고 

청춘에 배웠던 관계들 

언제나 들어오지 마시오 써 있던 풀밭들

늘 지나치던 보석상 주인은 두 다리가 없었다

머리 위 구름에서는 언제나 푸성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손목부터 어깨까지 시계를 차도 시간이 가지 않던 

시간이 오지 않던

하늘에 1년 내내 뜯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건 

좌절과 실패라는 것도 청춘의 짓이었다 


구름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고개가 부러졌던 스물셋

설욕도 못한 스물여섯 살의 9월

새벽 기차에서 내리면 늘 바닷속이었던 

하루에 소매치기를 세 번도 당했던 

일주일 전 함께 갔던 교외 찻집에 각각

새로운 연인과 동행했던 것도 

어색하게 인사하거나 외면했던 것도 언제나 청춘이 시킨 짓이었다 


서른 한 살에도 서른 여섯 살에도 

계속 청춘이라고 청춘이 계속 시키며 

여기까지 오게 한 것도 다 청춘의 짓이다 

어느덧 불 꺼진 낯선 읍내 

밤의 양품점 앞에서 

불 꺼진 진열장 속 어둠 속 마네킹을 구경하다가 

검은 마네킹들에게 도리어 구경 당하는 것도 

낯선 읍내 심야 터미널 시외버스도 

술 취해 옆 건물 계단에 앉아 우는 남학생도 

떨어져 흔들리는 공중전화 수화기도 

다 청춘이 불러낸 짓이다. 


그 수화기 떨어지며 내 청춘 끝났다 절규하던 목소리도 

그 전화 아직 끊기지 않았다는 것도 

지금이라도 얼른 받아보라고 

지금도 시키는 것도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아직도 시킨다고 따라나서는 것도 

아직도 청춘이 시키는 일이라고 믿는 청춘이 

있다는 것도 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31살, 청춘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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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_김경미

2015. 1. 20. 00:1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비망록

                                                                                                           김경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째 가을은 더듬거리는 말소리로 찾아왔다. 꿈 밖에서는 날마다 누군가 서성이는 것 같아 달려나가 문 열어보면 아무 일 아닌 듯 코스모스가 어깨에 묻은 이술발을 툭툭 털어내며 인사했다. 코스모스 그 가는 허리를 안고 들어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석류 속처럼 붉은 잇몸을 가진 아이. 

   끝내 아무 일도 없었던 스물네 살엔 좀 더 행복해져도 괜찮았으련만. 굵은 입술을 가진 산두목 같은 사내와 좀 더 오래 거짓을 겨루었어도 즐거웠으련만. 이리 많이 남은 행복과 거짓에 이젠 눈발 같은 이를 가진 아이나 웃어줄는지. 아무일 아닌 듯.                해도,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다섯이면 쓰다 만 편지인들 다 못 쓰랴. 오래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실낱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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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하나의 희망

2014. 12. 22. 12:21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몸 하나의 희망



                                                      박노해 



희망찬 얼굴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대안이 없다, 크나큰 위기다, 전망이 안 보인다, 

모두들 길을 잃고 모두들 힘 빠지고

모두들 춥고 쓸쓸한 날들입니다

우리,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자기를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무엇이든 쉬이 논하지 마십시오 쉬이 뜰뜨지 마십시오 

자기 선 자리에서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모색과 지난날에 대한 정리와 

자신을 성찰하는 힘에서 균형감각을 놓치지 마십시오

상황이 어려울수록 조용한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생략>


- 박노해, 람만이 희망이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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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_김춘성

2014. 11. 24. 02:4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풍경소리   


                                           김춘성




어느 때 가장 가까운 것이 

어느 때 가장 먼 것이 되고,

어느 때 충만했던 것이 

어느 때 빈 그릇이었다.


어느 때 가장 슬펐던 순간이 

어느 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오고

어느 때 미워하는 사람이 

어느 때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어느 때 무엇으로 내게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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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_옹졸함과 비굴함에 대하여

2014. 9. 1. 19:28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을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이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퀵배달 직원에게 예상된 배송시간보다 오래 걸렸다고 배상을 촉구하고, 

직원말고 사장과 이야기 하고 싶다며, 핏대 세우며 고객의 권리를 찾으려는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전화상으로 비웃은 이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 내 질문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꼼꼼하게 증명한 뒤, 

그 때 왜 웃었냐고, 당신 이름이 뭐냐고, 매섭게 쏘아붙이는. 


권리와 자존심을 그리도 내세우는 자가, 

어찌 을의 입장에 있을 때는 그리고 처절하게 아무소리 못하는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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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과 가져온 것 - 곽효환

2014. 7. 20. 21:00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잃어버린 것과 가져온 것

- 곽효환 - 



 늦가을 지중해 서쪽 휴양도시 안탈리아는 드문드문 들고나는 게르만 노인들로 철 지난 황량함을 위로받습니다 

국경일 펼쳐진 도심을 가득 메운 군악대와 카퍼레이드, 거리에 도열한 갖춘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소년 소녀들의 얼굴엔 긴긴 세월 동서를 넘나든 혹은 떠나고 머문 수많은 사람들의 유전자가 곳곳에 드리워 있습니다 아득한 시절 로마황제의 이름을 딴 세 개의 아치로 된 히드리아누스 문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건넸다가 이내 자신의 친척 누군가가 한국전쟁에 다녀왔다고 말을 바꿉니다


 예서 한 시간여를 달린 버스는 점심을 먹기 위해 강변 작은 마을에 일행을 부려놓습니다 차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일행에게 땀에 전 남루한 옷차림의 한 작은 소녀가 수줍게 들꽃 한 송이를 내밉니다 갑작스러워 구걸행위가 아닌가 하는 당혹감에 잔뜩 경계심을 풀지 못한 낯선 동양인 사내에게 자신을 닮은 꽃을 건넨 소녀는 이내 등을 돌려 저만치 있는 할머니 품에 몸을 숨기고 파란 눈망울을 껌벅거리며 슬며시 눈길을 보냅니다

 소녀가 건넨 들꽃 한 송이와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내가 잠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주머니 속 10유로 짜리지폐를 만지작거리다가 끝내 어린 소녀의 얼굴만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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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슬픔 (Ich, der Ueberlebende)

2014. 6. 26. 13:5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http://news.kmib.co.kr/




살아남은 자의 슬픔 (Ich, der Ueberlebende)

-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로지 운이 좋았던 덕택에 

그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단 것을.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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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쓸쓸한 자리 _ 이해인

2014. 5. 25. 20:0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존재 그 쓸쓸한 자리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대다가

우리도 기약 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 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서러운 것은 서러운 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산다는 것의 쓸쓸함에 대하여 

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 

눈물 한 방울 채워주지 않거늘


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 

허수아비가 되어

가을들판에 우리 서 있나 


인생, 그 쓸쓸함에 

바라볼수록 예쁜 꽃처럼 

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


인생, 그 무상함에 대하여 

달빛이 산천을 휘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

내 목을 칭칭 감고 있는데


내 살아가는 동안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거늘

그래도 외로운 거야 욕심이겠지


그런 외로움도 

그런 쓸쓸함도 없다는 건

내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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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커피 _ 이해인

2014. 5. 7. 10:0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어느날의 커피     -     이해인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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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양 _ 마종기

2014. 4. 5. 01:2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파타고니아의 양  _  마종기



거친 들판에 흐린 하늘 몇 개만 떠 있었어.
내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믿어보라고 했지?
그래도 굶주린 콘도르는 칼바람같이 
살이 있는 양들의 눈을 빼먹고, 나는 
장님이 된 양을 통채로 구워 며칠째 먹었다.


어금니 두 개뿐, 양들은 아예 윗니가 없다. 
열 살이 넘으면 아랫니마저 차츰 닳아 없어지고
가시보다 드센 파타고니아 들풀을 먹을 수 없어
잇몸으로 피 흘리다 먹기를 포기하고 죽는 양들.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면, 혹시
파타고니아의 하늘은 하루쯤 환한 몸을 열어줄까?
짐승 타는 냄새로 추운 벌판은 침묵보다 살벌해지고 
올려다볼 별 하나 없이 아픈 상처만 덧나고 있다. 
남미의 남쪽 변경에서 만난 양들은 계속 죽기만 해서
나는 아직도 숨겨온 내 이야기를 시작하지 못했다.






무덤덤하게, 시가 잘 읽힌다. 

직설적인 문구의, 그 장면들이 머리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콘도르가 양의 눈을 빼 먹는다. 그 눈이 나와 마주친다. 

그런데, 살벌하지가 않다. 슬프다. 하염없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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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세컨드 5-우리들의 리그 _ 김경미

2014. 4. 3. 20:16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나는야 세컨드 5 - 우리들의 리그

 

                                                    김경미


세상은 단지 두 집안으로 나뉜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박찬호-마이너리그 때는 외로웠어요 혼자
라는 생각에(마이너리그에는 사람수도 훨씬
많은데......)
마이너리그 사람들은 사소한 모욕엘수록
목숨껏 화를 낸다
요즘 시 안 쓰나봐요, 안부를 물으면, 속으로 
경멸한다. 천한 것들. 밥 먹는 것 못 봤다고 요즘 통 식사
안 하시나봐요 하다니 청탁이 없다고 시인이......
......열등감만한 무기가 어디 있으랴
일 다녀보면 메이저리그의 수위 아저씨는 
마이너리그의 사장님보다 더 무섭고 당당하다
미국인 선생을 위해 영어학원에서는 이름은 간다
아이 엠 톰 유 아 린다
꽃일수록 서양풍으로 처신해야 한다 그래도
마이너리그의 의자 수는 소파
메이저리그의 의자 수는 못을 위안하지만
나라가 토끼 형상이라
우리는 유난히 눈들이 빨갈까 지구는 
어디나 그럴까 우리가 아무래도 유난할까

덤으로 마음도 늘 메이저로 마이너로 나뉜다
거기서는 항상 먼지가 붕새를 쪼아 죽인곤 한다

- 김경미 시집, "쉿, 나의 세컨드는" 중





마음의 뿌리가 흔들릴수록 열등감에 근거한, 알량한 
자존심은 더욱 견고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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