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5. 20:02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존재 그 쓸쓸한 자리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대다가
우리도 기약 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 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서러운 것은 서러운 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산다는 것의 쓸쓸함에 대하여
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
눈물 한 방울 채워주지 않거늘
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
허수아비가 되어
가을들판에 우리 서 있나
인생, 그 쓸쓸함에
바라볼수록 예쁜 꽃처럼
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
인생, 그 무상함에 대하여
달빛이 산천을 휘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
내 목을 칭칭 감고 있는데
내 살아가는 동안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거늘
그래도 외로운 거야 욕심이겠지
그런 외로움도
그런 쓸쓸함도 없다는 건
내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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