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커피 _ 이해인

2014. 5. 7. 10:0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어느날의 커피     -     이해인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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