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9. 02:44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나는야 세컨드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 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서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모두가 퍼스트가 되고 하는 싶어하는데, 세컨드라.
퍼스트가 가지는, 자신의 자리가 언젠가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 부단한 노력으로 자리를 지켜야하는 고단함, 을 생각한다면 세컨드도, 괜찮지 않을까.
세컨드라 함은 세상의 모든 것이, 모든 상황이 나만을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 시대의 이기적이고 팍팍한 개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보내는,
역설적인 단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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