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1. 22:22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간 날들이 있습니다. 타인의 삶 따위는 관심이 없었고, 나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과 연민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이해란 위선으로 들이닥치는 당신들에게 대체 무엇을 아느냐, 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는 내가 아닙니다' 면전에 정확한 발음으로 지껄이고 싶었지만, 그저 쓴웃음만 보여줬습니다. 당신이 나이기를 바랄 때 나는 당신들을 거부했습니다.
무료한 일상을 지내다 부모님을 뵈러 경주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집에서 부모님을 뵙고, 또 며칠은 누나 집에서 지냈습니다. 일주일간 그들은 무엇을 이해하려고도, 위로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존재 자체에 반응한다고 해야할까요. 나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아버지, 엄마, 누나가 새삼 눈물나게 고마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바라볼 때 마음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에 많이 지쳐 있었나봅니다. 주변인들의 잦은 간섭에 짜증 났었나 봅니다. 나이에 따라 갖춰야 할 정형화된 규칙이 존재하는 사회니까요. 그렇다고 사회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시 힘을 얻었으니 서서히 나아가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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