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에 대한 불편함도 한몫한 것 같다

2021. 8. 13. 16:4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버스를 오랜시간 탔기 때문일까. 경주 집에 도착했을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3개월만에 부모님을 뵈었지만 내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아버지는 저녁식사를 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반찬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큰 방에 앉은 뒤 계속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부모님과 별 대화도 하지 않고 바닥에 누워서 TV 화면만 응시했다.


 경주 집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내 방이 없다. 주로 어머니가 계시는 방에서 쉬긴하는데 뭔가 편안하지는 않다. 낡은 집에 대한 불편함도 한몫한 것 같다. 몇해전 돈을 보태줄테니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라고 부모님께 이야기를 꺼냈으나, 그날 대화는 결국 내 결혼 이야기로 점철되었다. 부모님 걱정하지 말고 나부터 먼저 결혼하라는 것이다. 그 뒤로는 이사에 대해 한번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몇개월 전 아버지는 갑자기 전화오셔서 무작정 몇백만원을 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돈의 용도를 물었으나 아버지는 구체적으로 말씀하지 않으셨고 돈이 있으면 빨리 빌려달라고 재촉하였다. 자다 일어난 탓에 돈의 용도와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피곤해지기 싫어서 아버지에게 돈을 보냈다. 며칠 뒤 안 것이지만 결국 그 돈은 아무 쓸모 없는 데 사용되었다. 아버지가 돈을 어디에 쓰는 지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고 돈을 빌려준 내가 어머니와 누나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웃긴(?) 상황도 발생했다. 그 뒤로 아버지에게 그 돈에 대해 묻지 않았다.


 집이란 본래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 본가를 떠난 지 오래된 탓인지 경주에 가면 언제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다가 집 근처 바닷가에 바람을 쐬러 외출했다. 밖에 나와서 책을 읽고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지만, 몇시간동안 연락되지 않는 엄마와 외출하기 전에 본 아버지의 굽은 등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예민한 탓일까, 부모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것일까. 자꾸 쓸데없는 질문이 떠오르지만, 답이 없는 질문은 결국 머리만 아프게 할뿐이다. 본가에서 지낸 며칠동안 불만과 짜증만 가득 쌓인채 결국 개운하지 않은 감정만 남기고 다시 떠나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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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목표(8월)

2021. 8. 11. 16:1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1. 경건생활

 - 기도 : 20분/일, 오후 9:30~10:00

 - 말씀묵상 : 10분/일, 일어나자마자 

 

2. 자기계발 

 - 독서 : 30분/일, 오후 9:00~9:30

 - 서평 : 1개/주

 - 달리기 : 30분(1회/주), 목표 : 15km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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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보지 않기 위하여 살아온 여러 세월이 있었다

2021. 8. 8. 20:2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피해 보지 않기 위하여 살아온 여러 세월이 있었다. 나라도 내삶을 지키기 위해 힘쓰지 않는다면 스스로 무너질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더 몰아세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20대에 '인생은 혼자'라는 가슴 아픈 명제를 삶으로 확인하고 나서 스스로 살기위해 발버둥치지 않았나싶다. 그때의 나도 안쓰럽지만, 개인주의로 점철되어 기대어 살지 못하는 지금의 나도 안쓰럽다. 40살에는 그 사람의 삶의 흔적이 얼굴에 드러난다고 하는데, 내 얼굴이 삭막해진 시대의 모습과 닮아있진 않을까 내심 걱정되기도 하다. 뭐, 벌써 많이 닮아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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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잘 살라는 마지막 선물과 같은 것이다

2021. 4. 16. 21:5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30대 초반부터 여자 사람 친구들이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 여자를 전처럼 마냥 친구로 대할 수 없었다. 친구라면 일상을 편하게 나눌 수 있어야할텐데 한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 사람 친구에게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굳이, 왜, 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해야하는가란 질문에 마땅히 대답할 거리가 없다. 우리는 다른 길에 들어섰고 이제 서로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 결혼하는 여자 사람 친구와의 관계를 끝내는 시점은 결혼식이다. 서글프긴하지만 그간의 정든 관계를 축의금으로 마무리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물질주의로 환원시키는 우둔함이긴 하나, 어차피 멀어질 관계이니 미리 정리하겠다는 심산이 크다. 코로나시대의 청첩장에는 신랑, 신부의 계좌번호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결혼하는 여자 사람 친구에게 미리 축의금을 보냈다. 어차피 많이 모일 수 없는 시기이고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니 미리 축의금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애당초 내 손을 떠나버린 축의금을 다시 돌려받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잘 살라는 마지막 선물과 같은 것이다. 그래, 친구야, 네 삶의 길에서 잘 살면 되는거야. 부디, 몸 건강히 잘 지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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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질 일이 벌어진거다. 그러니까 괜찮다

2021. 4. 11. 18:1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요즘 생각이 많아지면 바로 신발 끈을 조여매고 안양천을 달린다. 관계든 일이든 일단 생각을 내려놓고 달린다. 달리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기보다 벌어진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미 물은 엎어졌고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살고싶다는 농담에서 허지웅 작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벌어질 일이 벌어진거다. 그러니까 괜찮다.'며 몇번을 되뇌인다. 누구를 탓하고 싶지도 않고, 자책하고 싶지도 않다. 터질 일이 터진거다. 어쩌면 일종의 회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누구탓도 하지 않은채 상황을 받아들이면 맘이 편하다. 편한 마음으로 숨이 차오를때까지 달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리면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그래, 벌어질 일이 벌어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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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의 박넝쿨과 나의 합숙소

2021. 4. 3. 23:07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운좋게 합숙소에서 1년간 혼자 지냈다. 약 25평의 아파트에 혼자 지냈으니 거실과 부엌은 내 공간이었다. 내게 필요한 기구들과 내용물들을 잘 정리해놓고 내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달전 신입이 합숙소에 들어왔다. 혼자 살고 있던터라 신입이 한 공간안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부담되고 불편했다. 굳이 왜 합숙소에 들어오려는 것이냐라는 불만도 내재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원래 합숙소는 내 전용공간이 아니다. 합숙소는 현장으로 발령받은 직원에게 주어진 혜택이며,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좋은 기회로 합숙소를 혼자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지, 처음부터 나를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집 전체를 혼자 사용하다가 신입사원이 합숙소에 들어오면서 나의 공간이 줄어든 것에 대한 불평을 터트리는 나를 보면서, 요나가 떠올랐다. 

 

하나님이 요나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 박넝쿨로 말미암아 성내는 것이 어찌 옳으냐 하시니 그가 대답하되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옳으니이다 하니라
욘 4:9

 

 요나가 니느웨 백성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자 그들은 그 말을 듣고 회개하였다. 그러자 하나님은 그 백성에서 재앙을 내리려고 했던 뜻을 돌이키셨다. 그 상황에 화가 난 요나는 자기를 위하여 초막을 짓고 그늘 아래 앉아서 니느웨 성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지켜봤다. 그때 하나님께서 박넝쿨을 예비하여 그늘을 만들어주어 요나의 머리를 가렸다. 그랬다가 하나님이 벌레를 예비해서 박넝쿨을 다 갉아먹게 하여 박넝쿨이 시들게 되었다. 요나의 머리를 가리던 박넝쿨이 사라졌으니, 해가 뜰때에 강한 햇볕이 요나의 머리를 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이 상황을 통해 요나에게 니느웨 백성들을 향한 긍휼한 마음을 알려주셨다. 하나님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요나에게 거저주신 박넝쿨과 나의 합숙소를 함께 생각했다. 분명히, 합숙소는 처음부터 내게 거저 주어진 공간이었다. 나란 사람이 어찌 이리 간사한지, 새삼 깨닫는다. 어차피 합숙소는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니 지금 나의 공간에서 감사하게 잘 지내면 되는 것이다. 불만을 가질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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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data(March)

2021. 3. 28. 20:00 삶을 살아내다/운동

 

 

 

 달리기 시작한 지 3주째 꾸준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안양천을 내달렸다. 목표 거리였던 10km를 3번이나 완주했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잘 버텨준 종아리와 무릎에게 고맙기도 하다. 좀 더 속도를 높여서 달려볼 생각인데, 며칠전부터 오른쪽 발목이 약간 저려서 아직까지는 거리에 중점을 두되 몸 상태를 보고 조금씩 속도를 높여야할 것 같다. 취미로 하는 달리기이니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씩 더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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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우울이 나의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2021. 3. 25. 19:4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깊은 우울에 빠져본 사람은 안다. 자기연민으로 똘똘 뭉쳐 스스로 껴안고자 하는 그 애처로움 말이다. 길고 길었던 취업준비 기간에 나는 나를 꼭 껴 안아야만 했다. 스스로라도 껴안지 않으면 재처럼 바스러져 버릴 것 같았다. 분명 우울이 삶에 대한 시각을 삐뚤어지게 했으나, 때론 우울이 나의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우울의 끝에서 더이상 바랄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체념의 상태가 편안했다. 어쩌면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크게 요동치지 않기 위하여 우울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한 감정도 나를 지탱시켜준 고마운 것들 중에 하나다. 역설같은 사실이다. 요즈음 우울과 고독 사이 그 어디 쯤에서 침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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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시작한 지 17일째 10km를 오롯이 내달렸다

2021. 3. 21. 18:36 삶을 살아내다/운동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전날 금요 모임을 마치고 저녁 늦게 달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았다. '에이...이미 저녁 10시가 넘었는데 무슨 달리기야' 마음속 한켠  슈퍼에고(superego)가 뛰려고 나가려던 나를 붙잡았다. 굳이 지금 나가서 달릴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달리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10시란 시각이 달리기하지 못할 이유로서는 타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드(id)와 슈퍼에고를 중재하며 적절한 합의점을 찾았다. 그래, 늘 달리던 5km말고 3km만 가볍게 뛰고 오는 걸로! 기어이 신발 끈을 조여 매고 3km를 뛰고 왔다. 

 

 그리고 다음날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싫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비 맞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이 우산을 쓰고 비를 맞지 않으려고 애쓸 때, 나는 유유히 빗속을 걸으며 분주히 뛰어다니던 사람들을 지켜봤다. 젖은 옷이야 말리면 그만이지 않는가. 그러니 비 따위는 내게 문제 될 게 아니었다. 다시 새로 산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달리기 시작한 지 17일째 10km를 오롯이 내달렸다. 비가 오는 날이라 산책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음 잡고 뛰기에는 날씨도, 환경도 최적이었다. 5km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5km 이후부터는 자주 달리지 않던 거리이니 몸이 놀라지 않게 잘 달래가며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최종 목표는 10km였지만 그 종착점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나에게는 나에게 적합한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46쪽 -

 

 결국, 달리기에서 중요한 건 자신의 페이스로 얼마나 성실하게 목표지점까지 달려갈 수 있는가이다. 나를 추월하는 사람의 속도를 따라잡겠다고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게 되면 달리는 리듬이 깨지게 되고, 결국 목표지점까지 달리기 어렵게 된다. 완주하더라도 지친 몸으로 목표점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속도와 나의 보폭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달리는가는 달리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이제 10Km를 뛰었으니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다만,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갈수록 체중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가녀린 몸으로 계속 뛰는 운동을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이 스멀스멀 기어오르지만 하고 싶은 건 해야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달리다가 지겨우면 그만둘 것이니 달리고 싶을 때 실컷 달리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며 안양천을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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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2021. 3. 13. 23:43 삶을 살아내다/운동

 

 

 퇴근 후 거의 매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안양천을 뛰고 있다. 뛰다보면 나를 추월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을 추월하기도 한다. 추월한다기보다 내가 달리던 속도가 그 사람이 달리던 속도보다 빠르거나 느려서 내가 앞서가거나 뒤쳐지는 것뿐이다.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며칠전 뛰러가기 전에 3km를 8분대에 뛴 유투버의 영상을 봤다. 단거리 선출(?)인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겼다. 객기를 부리면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그날이 꼭 그런날이었던 것 같다. 뛰는 속도를 높여서 달리는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의지가 앞섰다. 3km를 목표로 출발할때부터 속도를 붙여 힘차게 나갔다. 1km즈음 뛰었을까,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통증을 참고 조금 더 뛰었지만 속도가 붙을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차선책으로 속도를 줄여보았으나 한번 시작된 종아리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3km를 뛰지 못하고 2km에서 멈쳤다. 시간도 거리도 엉망이었다. 종아리 통증과 함께 깨달은 바는 우리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꾸준하게 달려온 누군가의 속도로 달리려고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

 

 달리기도 각자의 속도가 있듯이, 우리 인생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 나는 인생의 각 지점에서 남들보다 조금씩 늦긴 했지만, 나름대로의 속도로 꾸준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조금 늦은선상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만, 가끔 나보다 훨씬 우월한 속도로 앞서나간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생각해야한다. 우리는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다만, 각자만의 속도로 얼마나 성실하게 나아가는지가 중요하며, 어느 지점에서는 속도를 높여서 이전보다는 빨리 나아가야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속도로 잘 나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하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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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달린다

2021. 3. 7. 22:34 삶을 살아내다/운동

 

 

 

 

지난 주 토요일 마음이 복잡해서 무작정 안양천 주변 산책로를 뛰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안양천을 달리다보니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난날이 떠올랐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학교 운동장 트랙을 지칠때까지 달리곤 했었다. 숨이 차오르면 머릿 속을 지배했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달리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그게 달리기의 장점이다.

 

다시,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무작정 달리지는 않기로 했다. 운동복과 러닝화를 갖춰 입고 체계적으로 달릴 작정이다. 지난주 목요일에 3km를 겁없이 달렸고, 금요일 4km를 버겁게 달렸다. 그리고 오늘 차오르는 숨을 억지로 참으며 5km를 무사히 완주했다. 뜀박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달리기의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오늘도 달렸으니, 이제 내일도 달릴 것이다. 달리는 행위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동시에 삶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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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숨 돌림 틈이 생겼다

2021. 2. 27. 14:48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갑작스런 실태점검탓에 약 3주간 바쁘게 움직였다. 실태점검 요청자료를 준비하고 관련 자료를 작성하고 또 다시 점검위원을 맞이하여 요청한 자료를 준비했다. 그들은 목적을 가지고 점검을 나왔으니, 어찌되었든 성과를 얻어갈 것이다. 그들은 질문하고 우리는 답변한다. 주로 전체적인 사업을 훤히 알고 있는 과장님께서 답변했지만 듣고 있는 나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하루 하루를 분주하게 살았고, 이제서야 숨 돌릴 틈이 생겼다. 바쁜 일상 덕분에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다만, 실태점검을 받으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았다. 실수와 실수, 그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맸다. 대학원 시절, 봉사활동 팀장으로 일을 맡아 진행할 때 교수님의 필요는 맞춰주지 못해 분주히 뛰어다니기만 했던 날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팀에 온 지 1년 4개월이 지났는데 사업의 전체적인 흐름을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어떠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을 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을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입을 떼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내가 너무 내 문제만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일, 관계, 일상의 모든 부분과 맞물려 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태도는 결국 다른 사람의 업무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친구와 대화하면서, 나의 오래된 친구는 지금 나의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성격으로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아마, 세월이 지나면 내 주위에 사람이 별로 남지 않을거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나도 동감하는 바라 반박하지는 않았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될 점들이 많다는 게 요즘 나의 생각이다.  

 

 일부터 이야기하자면, 일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효율을 높이려면 일을 체계적으로 해야한다. 일의 순서를 먼저 생각하고 일의 중요도를 살핀 다음, 중요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모든 걸 정리하려고 하기보다 각 단계에서 일을 살펴보고 중간중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는 일을 하면서 필요한 파일을 바탕화면에 다운받을 때가 있는데 일과 관련된 폴더에 미리 저장해서 진행하면 나중에 다시 파일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순간 일을 빠르게 처리하게 위해서 바탕화면에 다운로드를 받고 바탕화면에서 파일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짓을 한다. 체계와 효율, 지금 내게 꼭 필요한 두가지다. 

 

 인간관계에서는 먼저, 현재 주위에 있는 사람부터 잘 챙겨야 한다. 10년지기 친구들, 그리고 5~6년된 친구들까지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에게 다가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관계에서 떠나가는 사람을 잡아본 적은 한번도 없다. 몇번 연락을 미리 한적은 있지만, 굳이 내가 애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애를 써야 한다.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힘써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연락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신경써주는 것,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은 맞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다. 느리겠지만, 다시 한발씩 나아가보도록 하자. 방향만 옳다면 느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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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careful with your words

2021. 2. 9. 00:1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나를 향한 당신의 차디찬 그 말이 내 인생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당신의 그 시선은 마음 속에 고이 담아 그 말만은 내 인생이 되지않도록 다짐하되 그 말이 당신이 아님을 알기에 당신을 미워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어차피 다를테고 당신은 아무 의미없이 내뱉은 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눈빛도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인 것은 분명하니 잘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당신도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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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에 대한 단순한 향수(鄕愁)일 수도 있다

2020. 10. 12. 22:38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추분(秋分)이 지났다.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추워진 날씨 탓에 집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걸 즐긴다. 웅크린 채 주로 하는 것은 묵묵히 글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쌓여가는 책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마음의 짐을 덜어내야겠다고 매년 다짐했다. 요즘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활자들이 많아질수록 말수는 줄어들고 생각은 의외로 단순해진다. 

 

나의 삶에 대해 다시 묻고 있다. 삶의 여정에서 무슨 연유로 이 공간, 이 지점에 서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정답 없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는 참 오랜만이다. 요즘 답이 정해진 질문에만 답하려고 애를 썼다. 수학처럼 정답이 정해진 인생 길이 편하기도 했고, 나름 고심하며 살았던 인생에서 삶의 의미를 정확히 찾아내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내딛는 한 걸음에도 온 힘을 다하려고 했던 삶의 끝자락에서 표류했다. 방향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몇주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이별과 만남, 그 속에서 언급되는 익숙했던 언어가 다시 나를 흔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옛 모습에 대한 단순한 향수(鄕愁)일 수도 있다. 어차피 지금의 흔들림이 나아가기 위한 발버둥인지, 아니면 짙어지는 가을에 취한 방랑자의 한때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저녁 가을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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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 있었다

2020. 10. 4. 18:22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올해 초 쓰라린 속을 부여잡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했다. 좋은 어른을 떠올리면서 그간 좋은 어른을 만나지 못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라도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약 기운에 잠이 들었다. 소개팅에 나가서도 맥락 없이 좋은 어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찌 보면,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 있었다.

 

지난 몇개월을 되돌아보면 좋은 어른은커녕 좋은 사람으로 살지 못했다. 말과 행동의 간격이 컸으며, 그 간격에서 나는 몹시도 위태로웠다. 흔들린다는 건 스스로 지탱할 힘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어찌 스스로 굳건히 서지 못하는데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좋은 사람이 아닌데, 어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겠는가. 며칠 전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내게 큰 피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내 기분을 조금 상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관계의 적정선에서 백 보는 뒤로 물러난 듯하다.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성숙해지지 않는다. 성숙해지려는 노력이 없다면 세월이 지나도 철없는 어른에 불과하다. 최근에 아이를 낳아 육아의 고통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후배가 대뜸 내게 형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얘라고 타박했다. 결혼과 출산은 분명 한 인간을 성장하게 한다. 가장의 삶은 희생이란 단어와 맞닿아 있다. 희생을 잘 모르다는 측면에서 나는 아직 어린아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결혼과 출산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도 자명하다. 그러하기에, 아직 미혼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제와 다른 내가 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노력이 존재해야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다시, 실수노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20대 후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트에 일상의 실수를 적고, 실수를 개선할 방법을 꼼꼼하게 작성했다. 그때의 노력으로 잦은 실수를 고칠 수 있었다. 언어와 행동을 포함한 일상의 많은 실수 말이다. 그래서 다시, 실수노트를 작성해서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려고 한다. 스스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되,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고, 스스로 잘 다독이면서 앞으로 한발씩 나아가보려 한다. 느릴 수 있으나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방향만 옳다면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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