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3. 23:43 삶을 살아내다/운동
퇴근 후 거의 매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안양천을 뛰고 있다. 뛰다보면 나를 추월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을 추월하기도 한다. 추월한다기보다 내가 달리던 속도가 그 사람이 달리던 속도보다 빠르거나 느려서 내가 앞서가거나 뒤쳐지는 것뿐이다.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며칠전 뛰러가기 전에 3km를 8분대에 뛴 유투버의 영상을 봤다. 단거리 선출(?)인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겼다. 객기를 부리면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그날이 꼭 그런날이었던 것 같다. 뛰는 속도를 높여서 달리는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의지가 앞섰다. 3km를 목표로 출발할때부터 속도를 붙여 힘차게 나갔다. 1km즈음 뛰었을까,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통증을 참고 조금 더 뛰었지만 속도가 붙을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차선책으로 속도를 줄여보았으나 한번 시작된 종아리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3km를 뛰지 못하고 2km에서 멈쳤다. 시간도 거리도 엉망이었다. 종아리 통증과 함께 깨달은 바는 우리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꾸준하게 달려온 누군가의 속도로 달리려고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
달리기도 각자의 속도가 있듯이, 우리 인생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 나는 인생의 각 지점에서 남들보다 조금씩 늦긴 했지만, 나름대로의 속도로 꾸준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조금 늦은선상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만, 가끔 나보다 훨씬 우월한 속도로 앞서나간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생각해야한다. 우리는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다만, 각자만의 속도로 얼마나 성실하게 나아가는지가 중요하며, 어느 지점에서는 속도를 높여서 이전보다는 빨리 나아가야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속도로 잘 나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하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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