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_ 박노해

2021. 3. 28. 14:3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박 노 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 잎에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각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 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 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 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 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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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 _ 박노해

2016. 11. 1. 16:03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길을 잃었다고 자기를 잃어 버리지 마십시오.

무엇이든 쉬이 논하지 마십시오. 쉬이 들뜨지 마십시오.

자기 선 자리에서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모색과 지난날에 대한 정리와

자신을 성찰하는 힘에서 균형감각을 놓치지 마십시오.

상황이 어려울수록 조용한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 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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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하나의 희망

2014. 12. 22. 12:21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몸 하나의 희망



                                                      박노해 



희망찬 얼굴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대안이 없다, 크나큰 위기다, 전망이 안 보인다, 

모두들 길을 잃고 모두들 힘 빠지고

모두들 춥고 쓸쓸한 날들입니다

우리,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자기를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무엇이든 쉬이 논하지 마십시오 쉬이 뜰뜨지 마십시오 

자기 선 자리에서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모색과 지난날에 대한 정리와 

자신을 성찰하는 힘에서 균형감각을 놓치지 마십시오

상황이 어려울수록 조용한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생략>


- 박노해, 람만이 희망이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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