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삶을 기록하다

2023. 12. 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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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질 일이 벌어진거다. 그러니까 괜찮다

2021. 4. 11. 18:11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요즘 생각이 많아지면 바로 신발 끈을 조여매고 안양천을 달린다. 관계든 일이든 일단 생각을 내려놓고 달린다. 달리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기보다 벌어진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미 물은 엎어졌고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살고싶다는 농담에서 허지웅 작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벌어질 일이 벌어진거다. 그러니까 괜찮다.'며 몇번을 되뇌인다. 누구를 탓하고 싶지도 않고, 자책하고 싶지도 않다. 터질 일이 터진거다. 어쩌면 일종의 회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누구탓도 하지 않은채 상황을 받아들이면 맘이 편하다. 편한 마음으로 숨이 차오를때까지 달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리면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그래, 벌어질 일이 벌어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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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data(March)

2021. 3. 28. 20:00 삶을 살아내다/운동

 

 

 

 달리기 시작한 지 3주째 꾸준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안양천을 내달렸다. 목표 거리였던 10km를 3번이나 완주했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잘 버텨준 종아리와 무릎에게 고맙기도 하다. 좀 더 속도를 높여서 달려볼 생각인데, 며칠전부터 오른쪽 발목이 약간 저려서 아직까지는 거리에 중점을 두되 몸 상태를 보고 조금씩 속도를 높여야할 것 같다. 취미로 하는 달리기이니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씩 더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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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시작한 지 17일째 10km를 오롯이 내달렸다

2021. 3. 21. 18:36 삶을 살아내다/운동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전날 금요 모임을 마치고 저녁 늦게 달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았다. '에이...이미 저녁 10시가 넘었는데 무슨 달리기야' 마음속 한켠  슈퍼에고(superego)가 뛰려고 나가려던 나를 붙잡았다. 굳이 지금 나가서 달릴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달리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10시란 시각이 달리기하지 못할 이유로서는 타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드(id)와 슈퍼에고를 중재하며 적절한 합의점을 찾았다. 그래, 늘 달리던 5km말고 3km만 가볍게 뛰고 오는 걸로! 기어이 신발 끈을 조여 매고 3km를 뛰고 왔다. 

 

 그리고 다음날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싫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비 맞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이 우산을 쓰고 비를 맞지 않으려고 애쓸 때, 나는 유유히 빗속을 걸으며 분주히 뛰어다니던 사람들을 지켜봤다. 젖은 옷이야 말리면 그만이지 않는가. 그러니 비 따위는 내게 문제 될 게 아니었다. 다시 새로 산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달리기 시작한 지 17일째 10km를 오롯이 내달렸다. 비가 오는 날이라 산책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음 잡고 뛰기에는 날씨도, 환경도 최적이었다. 5km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5km 이후부터는 자주 달리지 않던 거리이니 몸이 놀라지 않게 잘 달래가며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최종 목표는 10km였지만 그 종착점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나에게는 나에게 적합한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46쪽 -

 

 결국, 달리기에서 중요한 건 자신의 페이스로 얼마나 성실하게 목표지점까지 달려갈 수 있는가이다. 나를 추월하는 사람의 속도를 따라잡겠다고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게 되면 달리는 리듬이 깨지게 되고, 결국 목표지점까지 달리기 어렵게 된다. 완주하더라도 지친 몸으로 목표점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속도와 나의 보폭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달리는가는 달리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이제 10Km를 뛰었으니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다만,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갈수록 체중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가녀린 몸으로 계속 뛰는 운동을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이 스멀스멀 기어오르지만 하고 싶은 건 해야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달리다가 지겨우면 그만둘 것이니 달리고 싶을 때 실컷 달리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며 안양천을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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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2021. 3. 13. 23:43 삶을 살아내다/운동

 

 

 퇴근 후 거의 매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안양천을 뛰고 있다. 뛰다보면 나를 추월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을 추월하기도 한다. 추월한다기보다 내가 달리던 속도가 그 사람이 달리던 속도보다 빠르거나 느려서 내가 앞서가거나 뒤쳐지는 것뿐이다.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며칠전 뛰러가기 전에 3km를 8분대에 뛴 유투버의 영상을 봤다. 단거리 선출(?)인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겼다. 객기를 부리면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그날이 꼭 그런날이었던 것 같다. 뛰는 속도를 높여서 달리는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의지가 앞섰다. 3km를 목표로 출발할때부터 속도를 붙여 힘차게 나갔다. 1km즈음 뛰었을까,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통증을 참고 조금 더 뛰었지만 속도가 붙을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차선책으로 속도를 줄여보았으나 한번 시작된 종아리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3km를 뛰지 못하고 2km에서 멈쳤다. 시간도 거리도 엉망이었다. 종아리 통증과 함께 깨달은 바는 우리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꾸준하게 달려온 누군가의 속도로 달리려고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

 

 달리기도 각자의 속도가 있듯이, 우리 인생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 나는 인생의 각 지점에서 남들보다 조금씩 늦긴 했지만, 나름대로의 속도로 꾸준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조금 늦은선상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만, 가끔 나보다 훨씬 우월한 속도로 앞서나간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생각해야한다. 우리는 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다만, 각자만의 속도로 얼마나 성실하게 나아가는지가 중요하며, 어느 지점에서는 속도를 높여서 이전보다는 빨리 나아가야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속도로 잘 나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하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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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달린다

2021. 3. 7. 22:34 삶을 살아내다/운동

 

 

 

 

지난 주 토요일 마음이 복잡해서 무작정 안양천 주변 산책로를 뛰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안양천을 달리다보니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난날이 떠올랐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학교 운동장 트랙을 지칠때까지 달리곤 했었다. 숨이 차오르면 머릿 속을 지배했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달리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그게 달리기의 장점이다.

 

다시,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무작정 달리지는 않기로 했다. 운동복과 러닝화를 갖춰 입고 체계적으로 달릴 작정이다. 지난주 목요일에 3km를 겁없이 달렸고, 금요일 4km를 버겁게 달렸다. 그리고 오늘 차오르는 숨을 억지로 참으며 5km를 무사히 완주했다. 뜀박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달리기의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오늘도 달렸으니, 이제 내일도 달릴 것이다. 달리는 행위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동시에 삶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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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상부 선수 출신이다 _ 자주 달렸고, 지금도 달린다.

2016. 11. 19. 19:22 책과 글, 그리고 시/작문(作文)





초등학교 시절, 학교로 가는 오르막 길은 가팔랐다. 학교 근처에 살았던 탓에 늦게 일어나기 일쑤였고 오르막 길을 자주 뛰어올랐다. 재미 삼아 시간을 정해놓고 오르막 길을 뛰고 또 뛰었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점점 빠져도 오르막 길을 자주 뛰어다녔다. 어릴때부터 뛰고자 하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일까.



나는 초등학교 육상부 80m 단거리 선수였다. 친구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때, 나는 스파이크를 신고 흙먼지가 날리는 운동장 트랙을 돌고 또 돌았다. 장거리를 뛰어도 장거리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았다. 심폐지구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 승부욕은 누구 못지않게 강했다. 학교에서 나보다 빠른 사람은 없었다. 선배들은 나와 달리기 시합을 하길 원했고 나이 어린 내가 종종 이겼으며, 선배들은 후배의 빠름에 놀라곤 했다. 운동회에서 항상 반 대표 마지막 주자로 뛰었고, 다른 반 친구들을 가벼이 제치고 1등으로 결승선을 밟은 적이 많았다. 운동회때마다 나는 '영웅'이었다. 



육상부에 전학생이 들어왔다. 나와 같은 학년이었고, 복도에서 몇 번 마주쳤으며, 키는 컸고 체격은 다부졌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전학생은 도 대회 입상 경력이 있다고 했다. 육상부 감독은 전학생과 나의 경쟁 의식을 키웠고, 결국 나는 원하지 않던 시합을 하게 됐다. 리 둘은 출발선에서 준비 자세로 시작 총소리만을 기다렸다. 총소리가 크게 울려퍼졌고 내가 먼저 치고 나갔다. 30m를 지나고 있을 때 전학생은 무서운 속도로 격차를 줄이며 따라왔다. 격차는 점차 좁혀졌고 전학생은 나를 제치고 결승선에 먼저 도착했다. 전학생의 뒷심은 놀라웠다. 도 대회 입상은 소문이 아니었다.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처참한 패배였다. 그뒤로 육상부에서 씁쓸하게 탈퇴했다. 



하지만 혼자, 자주, 달렸다. 수능을 마친 후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자주 동네를 달렸다. 달릴 때 숨 차오르는 쾌감이 좋았다. 달리기 시작하면 달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지금도, 나는 달린다. 화가 날 때, 미치도록 화가 날 때, 미치도록 운동장 트랙을 달린다. 달리는 행위에 모든 것을 맡긴다. 들숨과 날숨 사이의 간격이 좁아질수록 차올랐던 화는 점점 사라진다. 달려야 살기 때문에 달린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오늘도 화가 많이 났고 다시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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