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무게.

2015. 7. 9. 22:05 삶을 살아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에 따른 모든 것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고집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 무거운 인생의 무게를 언제쯤 털어버리고,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인생의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기 시작했을 때가 만 18세,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에, 인생의 큰 사건을 통해 삶은 고해라는 명제만 명확하게 확인했었다. 무리에 속하는 것이 싫었고, 도와달라 부탁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싫었던 그 시절...  


참, 아찔했었지. 혼자 버텨내야만 했던 그 아픔의 시간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데, 어찌 버텨냈는지.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밤 잠 이루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담배 한 개피 물고 인생을 한탄했었지. 왜 내게 이런 혹독한 시간이 허락되었는지, 이름 모를 신에게 원망섞인 욕을 내뱉곤 했지, 썅. 


허나, 분명한 건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조금은 더 성장했다는 것. 지금 그렇게 너무나 아팠던 상처는 흉터로 남았고, 이젠 그 흉터를 보면서 그 시간을 기억한다. 다시 그 시간들을 보내라고 한다면, 절대, 절대, 못해, 안해. 







Soli Deo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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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극복하다 - 현실을 직시하고, 남과 나를 용서한 다음, 실제적 행동을 하라.

2013. 6. 1. 00:2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트라우마 극복기

 


# 정신적 고통

 

 싸움의 패배와 코뼈의 부러짐으로 인해 형성된 트라우마는 약 4년간 지속되었다. 꿈속에서 누군가와 싸우는 꿈을 많이 꿨다. 꿈에서 내 주먹은 고무처럼 물렁거려서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지 못했고, 나는 계속 맞기만 했다. 잠에서 깼을 때 기분은 더러웠다. 또 졌다는 '패배'굴욕감이 나를 휘감았다.


 누군가가 코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도 움찔거렸다. 남들이 내 코뼈 부러진 것을 알까봐 두려웠다. 슬쩍 자리를 피하곤 했다. 매체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장면이나 소리를 들으면 그 때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코뼈 골절로 인한 외관상 휘어짐은 거울을 보지 못하게 했다.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때의 사건으로 돌아가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책하며 스스로 고립됐다. 코 가운데 연골(비중격)이 휘어서 비염이 심해졌을 때, 한쪽 코는 완전 막혔고, 그로 인한 두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참을 헤맸다. 자초한 일이기에, 나 혼자 짊어져야 한다 생각했다. 그리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4년을 버텼다. 결국,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때, 다시 일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평생 트라우마에 갇혀 살 순 없잖아넘어서야 해.”

 


 
 

첫번째 단계: 과거를 버렸다. 그리고 현실을 인정했다.

 

 

"그 날 화장실에서 녀석과 마주치지만 않았다면……."

"그 녀석이 시비만 먼저 안 걸었더라면……."

"그 때 그 주먹을 피했더라면 코뼈는 부러지지 않았을 텐데……."


 

 무수한 후회와 미련들이 현재를 과거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과거의 일들에 매여 후회만 할 순 없었다. 먼저 매여 있던 과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미 모든 상황은 벌어졌다는 것과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일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스스로 연민하며 자책하고 있음 또한.

 


두번째 단계: 먼저 그 녀석을 용서했고, 나를 껴안았다.


Forgive him

 

 녀석에 대한 미움은 커져 증오로 발전한 상태였고, 그 증오감은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로 표출됐다. 녀석을 용서하기로 했다. 용서하겠다고 다짐한다 해서 바로 용서되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인 어떤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를 놓고 기도했다. 녀석의 안녕(安寧)과 행복을 위해서. 차츰 증오의 족쇄가 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녀석을 용서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Don't beat yourself.

 

 한 번의 패배가 인생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갔다. 한 번 싸움에 졌을 뿐인데, 삶의 모든 부분에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스스로 껴안아야 했다. 

 

 

   "넌 단지 그 싸움에서 졌을 뿐이지, 네 인생에서 실패한 게 아니야."

 

"넌 괜찮은 녀석이야"

 


 계속 토닥였다. 추상적이긴 했지만, 회복하는데 꽤 도움이 됐다.

 



 
 

세번째 단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다

 

 

 심적인 고통도 상당했지만, 코막힘에 의한 두통도 그에 못지않았다. 두통으로 인해 하루 일과가 흐트러졌고 집중도는 현격하게 떨어졌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지만 모든 행동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는 가치관이 날 꼼짝못하게 했다. 그래서 조금 융통성을 가져보기로 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아픔을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다.

 

 휘어진 비중격으로 인해 코막힘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 확실했으니, 비중격 만곡증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 당일, 심적으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술에 의해 코막힘 증상이 완전히 해소될 지 확신하지 못했다. 수술 내내,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떨었고, 의사는 재차 나의 심리상태를 확인했다. 뻔뻔하게 괜찮다고 했다. 재발의 두려움이 떨림에 한 몫 한 것 같다. 수술 2 주후, 코막힘이 점차 사라지면서 두통에 시달리는 날도 줄어들었다. 차츰 마음도 안정을 찾았다.

 

 

 


 

# 거울을 보다.    

 

 수술이 끝나고 정신적 고통이 사라지면서 거울을 볼 수 있었다. 분명, 내 눈에는 코뼈가 조금 휘었다는 것이 인식되지만, 남들은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코뼈가 휘어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이목구비에 따라 외모의 우열이 결정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는 외모란 이목구비와 함께 좋은 인상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거울 앞에 서서 머쓱하게 웃기도 하고, 미친 척 크게 웃기도 했다. 연습할수록, 웃는 것이 익숙해졌다. 치켜 올라가서 매섭게만 보이던 눈매가 조금씩 내려오면서 인상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면 곪는다. 더욱 아프다.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처 난 부위를 정확히 바라보고 소독약을 이용해 세균을 죽여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찢어졌으면 꿰매야 하고, 부러졌으면 뼈를 제대로 맞춰서 고정시켜야 한다. 치료에 따른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한 번의 치료로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여러 번의 치료를 거쳐야 상처는 완전히 아문다 

 


 

 

그렇게 해서 남은 흉터는 아프지 않다단지 기억될 뿐이다.

 


 

 트라우마는 내게 마음 속 흉터 하나를 남겻다. 누가 건드려도 이제는 아프지 않다. 아팠었노라고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다. 아픔이 날 단단하게 만들었기에, 난 지금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에 감사하고 있다. 또한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음에 더욱 감사하다.

 




 트라우마는 극복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처절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치료는 고통을 수반한다.

회복이 더딜 수도 있겠으나,

 언젠가 반드시 치료된다는 것만 믿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그러했듯,

당신도 극복 할 수 있으리라 난 확실히 믿는다.

You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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