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_ 마종기

2016. 5. 3. 18:2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www.toonpool.com

 

 

 

귀향

 

 

                                  마종기

 

 

 

1

 

돌아왔구나, 하고 친구가 말했다.

오래도록 나가서 떠돌며 살더니

이 일 저 일 털어내고 맨손으로

돌아왔구나, 하고 나를 잡아준다.

그런데 나는 정말 돌아온 것일까.

나 살던 동네도 모습 찾기 힘들고

알던 사람들 목소리 들리지 않는다.

 

 

 

2

 

그날은 저녁부터 밤새 비가 내렸다.

소름 끼치게 혼자 있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질인 것을 알았다.

어떻게 남보다 많이 젖지도 않고

속내의 나를 모두 보일 수 있으랴.

그날은 떠난 날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숨쉬는

신선하고 정결한 단어를 찾으려고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낚싯줄을 던졌다.

 

 

 

3

 

알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너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며칠 왠지 밤잠을 설쳤을 뿐이다.

얼굴과 머리는 늙어 낙엽으로 날리지만

한 평 침대에 누운 저 꽃 잠 깨기 전에

재갈 물린 세월아, 모두 잘 가거라, 잘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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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2015. 1. 8. 00:01 삶을 살아내다

1월 4일. 


이른 새벽, 감기에 찌들린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를 한다, 주섬주섬. 새벽 칼바람이 콧속으로 들어간다. 찬 바람은 코와 목을 더 붓게 만든다, 킁킁. 


습관이 사고를 지배한다. 자주, 아주 많이 신도림역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탄다사당역 방향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몸은 무의식적으로 신도림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한다. 귓가에 들리는 노래에 집중한 나머지, 무슨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그 순간은 알아챌 수 없다. 낙성대 -> 서울대입구역 -> 봉천...




'여기가 어디지. 사당역으로 가야하는데...왜 봉천이지...'




봉천역에서 급히 내려 사당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지만, 정해진 역에 매번 정차하게 되면, 예매한 기차표 시간에 맞출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역에 내려서 힘차게 달려보면, 가능할거야. 개뿔, 기차를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환불수수료를 지불하고, 다음 기차를 탄다, 븅신.



대구에서 다니던 교회로 향한다. 점점 교회는 커져만 가고, 알수 없는 성도는 더 늘어간다. 과연 이게 축복인가, 아님 재앙인가. 대기업, 대형마트와 다를바 없는 성도 독점에 할말을 잃어간다. 아차, 말을 조심해야지, 다 주님을 위해서 한다지요.



대예배를 드리고, 친구와 만났다. 이성간에 친구가 없다, 라고 생각하지만, 이 친구만은 예외라, 합리화한다. 이 친구에게 몇 번 정떨어지게 굴었지만, 이 녀석은 참을성있게 날 기다려줬고, 매번 먼저 손 내밀어주었다. 참, 따뜻하고 마음이 넓은 아이다. 친구와 레스토랑에서 고급스럽게 칼질(?)을 한다, 쓱싹쓱싹. 매번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혀. 



교회근처로 돌아와, 4년만에 다시 박 목사님을 뵙는다, 야호! 누군가는 그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된다. 내겐, 그런 사람이 박 목사님이다. 늘, 큰소리 없이 날 지지하면서 기도해주시는 분이다. 얼른 취직해서, 거하게 대접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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