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_ 마종기

2016. 5. 3. 18:25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www.toonpool.com

 

 

 

귀향

 

 

                                  마종기

 

 

 

1

 

돌아왔구나, 하고 친구가 말했다.

오래도록 나가서 떠돌며 살더니

이 일 저 일 털어내고 맨손으로

돌아왔구나, 하고 나를 잡아준다.

그런데 나는 정말 돌아온 것일까.

나 살던 동네도 모습 찾기 힘들고

알던 사람들 목소리 들리지 않는다.

 

 

 

2

 

그날은 저녁부터 밤새 비가 내렸다.

소름 끼치게 혼자 있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질인 것을 알았다.

어떻게 남보다 많이 젖지도 않고

속내의 나를 모두 보일 수 있으랴.

그날은 떠난 날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숨쉬는

신선하고 정결한 단어를 찾으려고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낚싯줄을 던졌다.

 

 

 

3

 

알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너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며칠 왠지 밤잠을 설쳤을 뿐이다.

얼굴과 머리는 늙어 낙엽으로 날리지만

한 평 침대에 누운 저 꽃 잠 깨기 전에

재갈 물린 세월아, 모두 잘 가거라, 잘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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