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부의 대이동 _ 오건영

2022. 5. 12. 10:0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50쪽

 기준금리의 타깃인 7일물 RP금리가 현재 0.78%라고 해보죠. 기준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시중에 자금이 모자라다는 의미일 겁니다. 돈이 모자라니 너도나도 돈을 구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더 높은 이자를 불러서라도 돈을 구하려고 할 거잖아요? 7일물 RP금리가 한국은행이 의도하는 기준금리인 0.75%보다 높으면 시중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한국은행은 시중에 자금을 주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금 공급이 늘어나겠죠? 돈이 풀리면서 돈 구하기가 편해진 사람들은 무리해서 높은 금리를 부르며 자금을 땡기려 하지 않겠죠. 네, 7일물 RP금리가 하락합니다. 어디까지 하락하냐면요. 기준금리 레벨인 0.75%까지 내려갑니다. 

 

53쪽

 기사를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장기국채와 회사채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도 있다고 나오죠. 보통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중장기국채나 회사채 금리는 이에 따라 하락하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일반적인데요. 이런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금 설명이 길기는 하지만 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은 김준금리를 인상 또는 인하할 수는 있지만 시장금리를 마음대로 올리고 내리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면서 중앙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체 금리를 유도를 하는 것이죠. 

 

56쪽

 여기서 구축은 무언가를 쌓는다는 의미의 '구축'이 아니고요, 내쫓는다는 의미의 '구축'을 말합니다. 혹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나빠지는 것이 좋아지는 것을 만든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의 악화는 나빠진다는 게 아니고 '나쁜 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양화는 '좋은 돈'이라는 의미죠. 즉,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내쫓는다는 의미인 거죠. 

 아주 오랜 옜날에는 금과 은을 녹여서 금화, 은화를 만들었다고 하죠. 그런데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금화의 끝을 조금씩 깍아낸 거예요. 깎아서 조금씩 모은 금을 갖고 새로운 금화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럼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지 않겠어요? 그런데 한두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앉아서 조금씩 조금씩 금화의 금을 깍아내는 겁니다. 자, 제가 제대로 된 금화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시중에는 금의 함량이 많이 줄어든(하도 깍아내서) 금화가 돌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제대로 된 금화인 '양화'와 깎여버린 금화 즉, '악화'를 갖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저는 물건을 살 때 어떤 금화를 내놓을까요? 당연히 제대로 된 양화는 집에 꽁꽁 숨겨두죠. 그리고 악화만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악화만 유통이 되고 양화는 집으로 숨어버리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상황' 벌어지겠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의미는 바로 이겁니다. 삼천포를 다녀온 듯한데요...... 그냥 구축한다는 의미를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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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책 읽는 뇌 _ 매리언 울프

2022. 5. 1. 23:1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36쪽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거(steven Pinker)는 매우 공감가는 표현을 했다. "소리(sound)에 관한 한 아이들은 이미 선이 연결된(wired) 상태다. 반면에 문자(print)는 고생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옵션 액세서리다."

 

37쪽

 한  아이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동화를 처음 들을 때, 바로 그 순간부터 독서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후 5년 동안 이런 일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못하는가가 후일 그 아이의 독서 능력을 예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 

 

224쪽

 독서 발달의 자연사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헤밍웨이가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하나의 진정한 문장'을 고른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독서 발달의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끝없는 독서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며 매 순간 뇌와 독자를 변화시키고 눈과 혀와 단어와 작가를 남겨둔 채 '싱싱하고 푸르른 진실이 솟구치는' 새로운 곳을 향해 전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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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_ 제레드 쿠니 호바스

2022. 3. 7. 09:00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출처: goodreads

31쪽

 우리는 대체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려고 한다. 멀티 플레이어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우리의 뇌는 두 가지 이상의 정보 흐름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뇌과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신경과학자로서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 가지에 집중하라!"

 사람들에게 내 뜻과 생각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전달하고 싶다면, 그들을 한 가지에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메시지를 각인시키고 싶다면, 그들을 한 가지에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한다. 

 

32쪽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에 예외란 없다. 사람들은 당신의 자료와 목소리를 왔다갔다 하다가 중요한 정보들을 모두 잃고 만다. 

 

36쪽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슬라이드에 포함된 것과 동일한 발표를 듣게 하지 마라. 일대일 미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건넨 자료를 그대로 읽으며 설명하는 행위는 최악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할 습관이다. 

 

39쪽

 반면에 깊은 필기는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들을 이치에 맞게 만들고 정리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도출하는 데 신경을 쏟는다. 발표자의 음성을 들으며 퍼뜩 떠오른 것들을 발표 자료 여백에 휘갈겨쓴 메모, 낙서, 자료에 적힌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해보거나 문장을 재해석해본 것 등등이 깊은 필기에 속한다. 따라서 깊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 발표자의 목소리를 단어로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이에, 발표자의 목소리를 배경 소음으로 전락하고 만다. 

 거듭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깊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유발한다. 나아가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프레젠테이션에서 얻은 정보와 아이디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그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킨다. 

 깊은 필기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배움의 총량은 감소시킨다. 하지만 그 프레젠테이션에서 당신이 얻은 정보나 아이디어들에 대해 당신이 더 잘 배울 수 있게 돕는다. 따라서 깊은 필기를 해야 할 경우에는, 기억에 꼭 남겨야만 하는 정보를 잘 추려내어 적어야 한다. 

 

43쪽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동시에 단어들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 묵독은 그다지 조용하지 않다. 

-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으로 인해 우리는 한 번에 하나의 언어 정보만 파악할 수 있다. 

- 단어를 읽는 것과 강연을 듣는 것 사이를 제아무리 빠르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할지라도, 이 두 가지 정보의 흐름 사이에서 이를 모두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344쪽

 사람들은 종종 '감정emotion'과 '느낌feeling'이라는 용어를 구별 없이 혼용한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매우 다른 두 가지를 가리킨다. 

 감정이란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에 반응해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감각을 뜻한다. 감정은 신체 내부의 화학물질을 통해 생겨난다. 심장의 두근거림, 피부의 얼얼함, 가뿐 호흡, 뱃속의 울렁거림 등등이 그 예다. 

 반면에 느낌은 이러한 신체적 감각들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다. 마음에 존재하는 '주관적 인식subjective perception'을 통해 나타나는 느낌은 신체적 감각에 대한 정신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은 뇌 깊은 곳에 위치한 두 개의 작은 구조인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의해 매개된다. 편도체는 우리의 17가지 감각(!)으로부터 신호를 받고, 이것들을 각각의 상황과 관련된 감정을 선택하는 데 사용한다. 시상하부는 차례대로 그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화학물질의 체내 분출을 촉발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으르렁거리는 늑대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당신의 편도체는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 시상하부는 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고, 동공을 확장시키고, 호흡을 단축시키기 위해 당신으로 목속으로 화학물질을 방출할 것이다. 이렇게 신체상에 나타는 '감각들'이 바로 두려움의 감정이다. 

 흥미롭게도 우리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화학물질을 아주 많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연구자들은 편도체/시상하부 조합이 인간의 기본적인 6가지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347쪽

 감정들 중 어떤 것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까?

 스트레스는 감정이 아니다. 느낌이다.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심리가 그렇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막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릴 때 마구 쏟아지는 화학물질(아드레날린, 엔돌핀 등)을 '흥분'이라고 해석한다. 또 다른 사람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마구 쏟아지는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을 '스트레스'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심리적 해석(느낌)이 제공하는 피드백에 따라 화학 물질의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발생한다. 동일한 상황, 동일한 화학물질, 동일한 신체 감각··· 하지만 해석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건 스트레스가 아니야."

 당신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우리의 스트레스에 대한 모든 논의는 무효가 된다는 뜻이다. 

 

358쪽

 앞에서 배운 바와 같이, 노르에피네프린은 해마 속으로 아크 단백질을 방출시키고, 이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기억을 강화시킨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스트레스가 노르에피네프린의 방출을 유발하는 유일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 호르몬은 우리가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분비된다. 

 만일 당신이 행복에서 슬픔으로, 분노에서 두려움으로, 놀라움에서 역겨움으로 감정을 갈아타도 노르에피테프린은 분비되고 기억은 강화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끼다가 점점 황홀한 지경으로, 약간 슬픈 감정에서 우울한 감정으로, 약간 화가 나 있다가 점점 격분을 느끼는 수준으로 올라설 때도 몸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고 기억은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면, 그들의 감정을 리듬감 있게, 적절하게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슬픔의 바다에서는 기쁨이 돋보이고, 기쁨의 바다에서는 슬픔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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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임포스터(IMPOSTER)-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쓴 아이를 만든다_리사 손

2022. 2. 24. 21:11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7쪽

 나는 메타인지를 용기라고 정의한다. 학습이 이뤄지려면 포기하지 않는 용기, 도전하는 용기, 실수를 극복하는 용기, 창피함을 무릅쓰는 용기,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용기 등 정말로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메타인지를 정의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키워는 바로 믿음이다. 용기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쪽

 1978년 클랜스와 아임즈는 이러한 내면의 비밀스러운 두려움을 '임포스터이즘'이라고 명명했다. 임포스터이즘은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끔찍한 비밀이 발각될 경우 성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고패턴이다. 연구 초기에는 임포스터이즘이 성취 수준이 높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여성들은 자신의 정당한 노력을 통해 높은 목표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성공은 가짜야. 나는 성공을 말할 자격이 없어'라고 스스로의 성취를 깎아내렸다. 

 

22~25쪽

임포스터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

 1. 타인의 평가에 두려움을 느낀다. 

 2.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한다. 

 3. 완벽주의가 있다. 

 4.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한다. 

 5. 성공을 두려워한다. 

 임포스터가 느끼는 핵심 정서는 불안이다. 성공을 거둔 임포스터는 겉으로는 행복해 보일지 몰라고 마음속에서는 불안 증상들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아임즈 척도 가운데 임포스터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문항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이 내가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실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까 봐 두렵다'이다. 이 문항에 동조하는 사람일수록 임포스터이즘을 강력하게 경험한다. 임포스터는 자신의 무능이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성공해도 온전한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다. 

 

28쪽

 자신을 무능한 가짜라고 믿는 임포스터들은 두 가지 두드러진 행동양상을 보인다. 바로 '과도한 노력과'과 '미루기'다. '과도한 노력'은 자신이 가짜란 사실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데서 오는 근면함이다. 그 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31쪽

 사람은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보통의 사람들은 실수와 결점을 순순히 인정하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반면, 임포스터들은 실수를 무자격과 무능의 증거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자신의 실패를 들키게 되었을 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처절하게 발버둥치고 더 두터운 가면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임포스터는 자신의 실체 위에 가면을 덮어쓰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 속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임포스터이즘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타인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45쪽

 나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생각의 길'을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생각의 길'을 걸어갈 때 누군가가 계속 재촉하거나 막아서게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가면을 쓰게 된다. '생각의 길'에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 결코 잘못이 아닌데도 그런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기거나, '완벽한 답을 모르는 사람은 실패자'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생각의 길'을 마음껏 걸어가게 해주면 아이는 자기 생각을 신뢰하게 되고, '완벽해 보이는 가면'으로 자신을 감출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50쪽

 임포스터들의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때로 도전에 대한 포기, 기회의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포스터이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실패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질 때는 '실패했으니 포기할래'가 아니라 '길을 가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는 거야. 결국엔 이 어려움이 다 지나갈 텐데 뭘' 하고 생각을 돌이키는 것이 좋다. 

 

51쪽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려면 무조건 실패를 피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커다란 실수에 대비해 작은 실수들을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가령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는 다이어트 식단을 완벽하게 지키겠다고 결심하는 대신 '작은 실패'를 계획에 포함시켜라. 

 

64쪽

 아이가 뭔가를 잘 배우고 익혔다면 "지금까지 참 잘 배웠구나. 앞으로는 어떤 부분을 더 배워보면 좋을까?"라고 격려하는 것이 좋다. 이제 더는 배울 게 없다는 식으로 아이를 칭찬하면, 아이는 앞으로는 노력 없이도 완벽해져야 한다고 여겨 더 불안해질 수 있다. 

 

69쪽

 마지막으로 '모두가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느 ㄴ생각을 아이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생각보다 타인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보기 민망한 셔츠를 입고 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아차리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보기 민망한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를 사람들이 많은 방에 들여보내자, 예상과 달리 고작 200%의 사람들만이 티셔츠를 알아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은 내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70쪽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그리 대단한 게 아님을 깨닫는다면, 임포스더들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완벽해 보이는 가면'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엘레노어 루즈벨트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될 것이다."

 

71쪽

 노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꼭 성곡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했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노력과 성공, 노력과 행복은 인과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비슷한 정도로 열심히 달렸음에도 성공에서 차이가 난다면 이는 운이 작용한 탓이다. 

 

76쪽

 임포스터들은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 염려가 없고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임포스터들은 열심히 노력하고도 스스로 성공할 자격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가뿐하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 언저리에도 가닿지 못할 때가 있다. 

 

76쪽

 한 철학논문에 따르면 임포스터들의 인식은 꽤나 합리적이로 일리가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학습곡선을 가지며, 자신의 순수한 노력 외에도 그날의 컨디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운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학습과정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데, 임포스터들은 이 요인들을 일일이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능력 요인을 소홀하게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순전히 자기 실력만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임포스터(사기꾼)'라고 말한다. 모든 요인을 다 고려하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중략>

 가면을 벗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성공은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결합하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이의 목표가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아이의 노력과 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인정하자.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91쪽

 과거보다 현재를 더 잘 기억하고, 때로 과거를 완전히 망각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심리학적 이유는 우리의 인지 성장에 도움이 될 더 정확한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과거에 틀렸던 내용을 무시하려는 것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당황스러움이나 창피함을 피하기 위함일 수 있다. 뭔가를 잘못 알고 있을 때 교정을 통해 자신의 인지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체면을 구기느니 '나는 처음부터 제대로 알고 있었다. 실수가 아니다'라고 믿어버림으로써 창피함을 모면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95쪽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아이와 전쟁을 치르던 괴로운 시간들은 다 잊어버린 채, 성공의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어서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는 식으로 말이다. 

 

105쪽

 사람은 누구나 배운 것을 잊어버린다. 우리의 인지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지금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들은 얼마든지 왜곡되기 쉽다. 메타인지는 우리의 인지가 정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능력이다. 모니터링 판단이 정확하면 컨트롤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 뭔가를 학습한 후 "내가 다 기억할 수 있겠지?"하는 어설픈 확신에 기대기보다 "오늘 배운 내용을 내일 되면 또 얼마나 잊어버릴까?"라고 자문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미래를 좀 더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현재의 내 학습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메타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107쪽

 과거의 고군분투와 시행착오를 기억에서 지우고 나는 원래부터 잘했던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는 데서 임포스터이즘은 시작된다. 

 

108쪽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지능이나 자질을 타고나는 것이어서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반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현재의 능력을 출발점일 뿐이며 이후의 노력이나 전략, 타인의 도움을 통해 얼마든지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111쪽

  나는 ≪메타인지 학습법≫에서 실패할 기회를 만들라고 여러 번 주장했었다. 이번에도 나는 '실수했던 과정을 기억하라' 고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면 실수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사실 실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만약 내가 한국어 발음을 틀리고도 그냥 지나쳐버린다면 그 실수는 학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실수 후의 피드백이다. 피드백을 들어야 내 발음을 개선할 수 있고, 관련된 새 단어를 배울 때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134쪽 

 '나는 본래 이런 사람이야' 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그 생각이 내 역할을 한계 지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떠한 역할을 맡느냐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처한 상황을 올바로 파악하고 어떻게 그 상황에 맞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다. 내가 메타인지를 느끼기도 전에 행동부터 해버리면 모니터링을 할 기회가 사라져버린다. '나 스스로 한번 판단해보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우선시되고 중시되어야 하는 과정인데, 이러한 자기판단의 과정 없이 행동하게 되면 가면을 쓸 확률이 높아진다. 

 

150쪽

≪해리포터≫의 장면들은 우리에게 메타인지 방식을 한 번 더 상기시켜준다. "너 그것도 몰라?" 하고 누군가 핀잔을 줄 때에도 헤르미온느는 주눅들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알아? 머글 집안에서 자랐는데!" 라고 받아친다. "나는 다른 건 잘 알지만 이건 잘 모른다" 고 솔직히 시인하면서 "그러니 네가 나에게 좀 설명해줘" 라고 요청하는 것이 메타인지 학습니다. 먼저 판단을 내린 뒤(모니터링) 더 배우고 싶다고 컨트롤을 하는 것이다. 메타인지가 작동하려면 헤르미온느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모르는 상태라는 것을 편하고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한다. 

 

171쪽

 감사하는 겸손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어 있다. 누군가가 나의 어떤 면을 칭찬했을 때 "고마워요" 라고 답할 수 있으려면 남이 칭찬한 그 면을 자기 자신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겸손은 메타인지와도 연결된다. 메타인지도 나 자신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75쪽 

 사후과잉확신편향 가면을 쓰는 사람은 부족했던 과거의 자신은 다 잊은 채 '나는 처음부터 잘했어. 나는 타고났어' 라고 믿기 때문에 어는 정도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못난이 가며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노력해왔던 시간을 부정하면서 현재의 성공까지 무시한다. 결국에는 미래의 자신에게도 기대할 것이 없어서 새로운 시도조차 못하게 된다. 건강한 메타인지를 발휘하려면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거둔 성공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180쪽 

 자가채점은 옳게 이해한 것과 아직은 이해가 부족한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손쉬운 메타인지 실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186쪽

 놀랍게도 실험결과는 연구자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오답인데도 자신이 맞다고 확신했던 학습자들이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더 잘 교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과잉교정효과라고 한다. 확실하게 틀리 때 더 정확하게 학습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어정쩡하게 틀리면 실수를 교정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연구자들도 그 이유를 놓고 무수히 논의를 거듭해왔지만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 답이 학습자의 관심 정도에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나 관심이 더 클수록 학습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 해석에 동의한다. 관심을 두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의 견해를 확실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실수를 정답과 더 잘 연관짓고 실수 및 실수를 정정했던 과정에 대해서도 더 오래 숙고하게 되는 것 같다. 

 

187쪽

 '나는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 그리고 관심 있는 것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내 생각을 언제든 정정할 수 있다' 는 사고방식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겸손의 태도이다. 

 

188쪽

 "내 생각은 이거야" 라고 자기 견해를 내놓으면 그때부터는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와 근거를 놓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소통과 교류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상대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 생겨날 수 있다. 학습은 바로 이런 경험을 통해 해 나가는 과정이다. 

 

195쪽

 메타인지는  스스로에 대해 계속해서 성찰하게 하는 능력인데, 극단적 표현은 이러한 능력의 발달을 저해한다. 가급적 아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 "그건 잘 이해하는 것 같은데 또 다르게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아이들은 자신이 한 말을 되돌아보고 자기 생각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207쪽

 성과를 입증해보라는 요구를 받는 순간이 임포스터에게는 악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나에게 그렇게 대단한 성과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들킬 수도 있고, 나의 성공을 드러내는 것이 잘난 척처럼 보일까 봐 침묵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길 수도 있다. 

 

213쪽

 그렇다면 진정한 겸손은 무엇일까? 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 보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메타인지 능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우리는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의 인지 또한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메타인지를 통해 끊임없이 인지에 대해 인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219쪽

 많은 사람들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의 메타인지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나는 아이의 메타인지를 부모가 키워줄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의 메타인지는 아이가 컨트롤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보면서 부모 자신의 메타인지를 키울 수는 있다. 아이들은 과거 애먹었던 학습 경험과 힘겨운 성장의 순간들을 부모인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면서도 잘해내는 모습을 통해, 나도 젊은 땐 무던히도 헤맸지만 결국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아이의 메타인지가 결국 부모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221쪽

 제대로 된 메타인지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비교해가면서 무엇을 어떻게 더 배워나갈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즉 메타인지는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겸손한 아이를 키우겠다고 "네가 아는 게 다가 아냐" "너는 완벽지 않아"라고 말하기보다는 "여기서 뭘 더 배울 수 있을까?" "다른 해결책도 있을까?"라고 얘기해보면 어떨까. 문제에 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관찰해볼 수 있도록 아이가 질문해줌으로써 부모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아이는 지금까지 배워왔던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며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메타인지가 자기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다.)

 둘째, 늘 더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고 믿으면 아이가 자기과신을 피할 수 있다. (겸손한 아이가 된다.)

 

224쪽

 결국 가르치는 일은 무조건 나의 실력이 들통나게 되어 있는 방법이다. 나도 잘 모른다는 사실을 학생에게 순순히 시인하면서 내 지식의 한계 안에서 최대한 열심히 설명해주게 된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나 역시 '해냈다' '나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다. 

 

251쪽

 본모습을 일찍 발각당할 경우 우리는 세 가지 감정을 누릴 수 있다. 첫째, 불안한 느낌이 완화된다. 둘째, 학습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사람들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셋째, 피드백을 통해 자기 행동을 계속 조절해나가기 때문에 '완벽한 답'이나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다. 나는 스스로 들키는 법을 터득한 덕분에 임포스터의 가면을 조금씩 벗을 수 있었다고 믿는다. 예전의 나는 들키는 것을 너무나 두려워해서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뒤집어쓰곤 했지만 이 들키기 학습을 통해 차츰 변화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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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_ 빅터 프랭클

2022. 1. 23. 15:19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9쪽
내가 원했던 것은 독자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이 잠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예를 통해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만약 강제 수용소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것이 입증된다면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겪은 일을 기록해 놓을 책임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2쪽
그는 수용소 네 곳을 전전하면서도 끝까지 삶의 품위를 잃지 않고 성자처럼 버티어 나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환해 온 산증인이다. 지난 1997년 92세로 삶을 마칠때까지 그의 영혼은 호수처럼 맑았다고 후학들은 전한다.

14쪽
조각난 삶의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엮어 하나의 확고한 형태를 갖춘 의미와 책임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프랭클 박사가 독창적으로 고안해 낸 '실존적 분석', 즉 로고테라피의 목표이자 과제이다.

15쪽
프로이트는 고통을 주는 혼란의 원인을 서로 모순되는 무의식적 동기에서 비롯된 불안에서 찾았다. 반면에 프랭클은 신경질환을 여러 형태로 분류한 다음, 그중에서 누제닉 노이로제와 같은 몇 가지는 환자가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와 책임을 발견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가 성적이 욕구 불만에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프랭클은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의 좌절에 초점을 맞추었다.

17쪽
즉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으려면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17쪽
'왜why'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딜 수 있다.

39쪽
샤워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벌거벗은 몸뚱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심지어 털 한 오라기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글자 그대로 우리 자신의 벌거벗은 실존뿐이었다.

51쪽
정작 참기 힘든 것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다.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일을 당했다는 생각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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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_ 홍춘옥

2021. 12. 1. 20:49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7쪽

벼락거지란, 별다른 행동 없이 예전처럼 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신이 가난해진 것처럼 느끼게 된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은 이전과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상대적 빈곤감에 빠지는 현상을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다른 사람의 평판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회에서 자산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투자 물결에 동참하지 않은 경우 벼락거지가 된 것 같은 박탈감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20쪽

 금리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의 급등 흐름은 공급 부족뿐만 아니라 시장 이자율의 하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5년에 13%이던 시중금리는 현재 1%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1쪽

 즉 금리가 상승할 때는 주택 구입의 기회비용이 상승하며 매수세가 약해지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할 때는 주택 매수세가 높아진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37쪽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주장한 이야기지요.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불리는 그의 이론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행복감이 더이상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59쪽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때 바닥을 알 수 있는 징후들

 부동산시장이 2014년부터 무려 7년 동안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부동산 불패'에 대한 신뢰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대략 10~15년의 주기를 두고 가격이 급락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리고 2010년대 중반 이른바 '하우스 푸어(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다가 대출이자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사태입니다. 

 그렇다면 1997년과 2010년대 중반에는 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을까요? 두 경우 모두 금리가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주택 공급'이 과다했던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왜 주태 공급의 감소와 증가가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까요?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세계적인 투자 고수의 워런 버핏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03년에 버핏은 미국의 조립주택 제조 회사인 클레이턴 홈즈를 인수하면서 부동산 및 건설시장에 본격 뛰어들었지만, 곧 부동산시장이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봄, 버핏은 주주총회에서 미국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중략>

 "주택 경기는 회복될 것입니다. 이 말은 믿어도 됩니다. 장기적으로 주택 수는 가구 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전에는 가구 수보다 주택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커진 거품이 요란하게 터지면서 경제를 통째로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침체기 초기에는 가구 수 증가 추세가 둔화했고, 2009년에는 가구 수가 극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끔찍했던 수급 상황이 이제 역전되었습니다. 지금은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매일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기간에는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지만, 결국인 호르몬이 억제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침체기 초기에는 시댁이나 친정에서 함께 살더라도, 머지않아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현재 주택 건축 착공은 연 60만 건이서 가구 증가 수보다 훨씬 적으므로 이제는 주택 구입이나 임차가 증가하면서 과거의 주택 공급 과잉 상태가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습니다. "

 

74쪽

 후견편향이란, 어떤 일이 발생한 후에 그 결과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마ㅊ치 자신이 그 일이 일어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믿는 경향을 말합니다. '나는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니까'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80쪽

 반대로 세계경제 여건이 안 좋을 때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산부터 급매에 나설 것입니다. 왜냐하면 채찍 효과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 대만 같이 공급사슬망의 끝부분에서 위치한 나라의 경기가 빠르게 나빠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이와 같이 경기가 나빠질 때는 환율이 상승하며, 반대로 경기가 좋아질 때는 환율이 하락합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환율이 움직이는 원리와 역학 관계를 잘 인지한다면 투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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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명랑한 은둔자 _ 캐럴라인 냅

2021. 11. 29. 11:2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6쪽

아무런 사교 활동 계획이 없는 또 한 번의 고독한 밤, 그 전망에 나는 안도감에 막연한 압박감이 섞인 기분으로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은둔의 밤을 하루 더 견딜 수 있을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아야 하나? 다섯 번 중 네 번은 - 다섯 밤 중 네 밤은 - 고립의 목소리가 이긴다. 집에 머무르는 것이 더 쉬우니까, 외롭겠지지, 하지만 더 안심된다. 훨씬 더 안심된다. 

 

19쪽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21쪽

다른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도록 허락하면 그들이 반드시 나를 실망시키거나 다치게 할 것이라는 확신, 스스로가 취약해지는 것이 너무 싫다는 생각, 이것은 모두 지극히 인간적인 두려움들이고, 더구나 지극히 강력한 두려움들이라, 내가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기 시작하면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울리기 시작한다. 

 

38쪽

나는 우리가 수줍음으로부터 개인의 책임에 관하여,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지난여름에 나는 점심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면서 어느 은퇴자 부부가 사는 집을 지나갔다. 헬렌과 프랭크라고, 열성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부부다. 나는 그 집을 지나갈 때마다 그들에게 뭐든지 친근하고 상냥한 마을 건네겠다고 다짐했다. 전통적인 좋은 이웃의 이미지를 좀 드러냄으로써 콧대 높은 속물이라는 평판을 희석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부부가 키운 장미를 칭찬했고, 부부가 기르는 고양이들에게 대해 물었고, 어색한 순간을 이겨내면서, 날씨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일주일간 뉴햄프셔에 갔다가 돌아온 뒤에 그들에게 블루베리 파이를 선물했다. 그들을 차츰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48쪽

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 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 적절한 균형을 지키기 못하면, 삶이 약간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49쪽

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것,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와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 나라는 사람, 내가 선택만으로도 -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이런 것을 잘하지 못했다. 

 

57쪽

거리를 유지하되 상대가 필요할 때 응답하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하고 서로를 잇는 끈을 아예 놓아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동시에 위기를 겪은 적이 거의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이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난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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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2021. 11. 28. 19:45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46쪽

그래서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은 미국 등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절충하는 형태로 경제를 운영했다. 시장과 자유경쟁을 허용하되 빈부차가 너무 커지지 않고 공적 복지 혜택이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도록 정부가 자원 배분에 적극 개입했다. 

 경제를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이끄는 정치이념을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사민주의) 또는 민주사회주의라고 부른다. 사회 성원들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주의 이상을 구소련이나 중국처럼 공산당 독재로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를 통해 구현하려는 개념이다. 

 

305쪽

주식(stock 또는 share)이란 주식회사가 사업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서다. 주권이라고도 부른다. 

상법상 주식회사는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마려한게 되어 있다. 주식회사란 사업을 벌여 돈을 벌 목적으로 여러 투자자가 함께 밑천을 대운영하는 회사다. 주식회사의 사업 밑천을 자본 또는 자본금, 자본을 대는 사람을 주주라고 부른다. 

 

384쪽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900원으로 변했다고 하자. '1000'이라는 숫자가 '900'으로 낮아졌으니 환율이 내린 것이다. 이때 원하는 1달러당 100원만큼 대외시세가 오른다. 외화 한 단위를 사는데 치러야 하는 원화 액수가 100원 적어지기 때문이다. <중략>

즉 원화의 대외가치는 외화 대비 원화 환율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외화 대비 원화의) 환율이 오르면 원화는 가치가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가치가 떨어진다. 

 

385쪽

환율 변화에 따라 대외가치가 올라가는 돈을 강세통화, 떨어지는 돈은 약세통화라고 부른다. 원화가 강세통화로 되는 현상은 '원 고', 원화가 약세통화로 되는 현상은 '원 저'라고 부른다. 달러가 강세 통화로 되는 현상은 '달러 고', 약세통화로 되는 현상은 '달러 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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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역사의 쓸모 _ 최태성

2021. 11. 14. 17:48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42쪽

우리 역사상 희망을 향해 가장 저돌적으로 달려간 사람은 누구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랬더니 갑신정변을 일으킨 급진개화파가 떠올랐습니다. 갑신정변은 조선 고종 때에 개화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급진개화파가 일으킨 정변입니다. 이들은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청나라에 대한 사대와 조공 허례, 그리고 신분제 폐지 등을 주장합니다.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홍영식, 서광범 등이 중심인물인데 모두 상류층 집안의 엘리트였습니다. 사실 신분제의 혜택을 가장 누린 사람들이었죠. 그런데도 그런 특권을 없애고자 했어요.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했던 겁니다. 

 

50쪽

철학자 스피노자는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의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인생이라는 항로에서 방향키를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의 노력도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순풍이 불어오듯 결실을 맺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68쪽

세력을 키우려면 가장 만저 자기를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세운 것이 규장각입니다.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은 사실 정조가 자기 사람을 키우기 위해 만든 기관이었습니다. 정조는 당파나 신분에 관계없이 젊고 똑똑한 관료들을 뽑아서 규장각에 배치했는데, 이것이 바로 초계문신 제도입니다. 이미 과거에 합격한 사람 중 37세 이하의 인재를 뽑아 3년 정도 특별 교육을 하는 거에요. 개혁 정치를 함께하기 위해 재교육을 하는 것예요. 개혁 정치를 함께하기 위해 재교육을 한 것이지요. 그중에는 박제가, 유득공 같은 서얼 출신도 많았습니다. 정조는 신분보다 실력을 중시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75쪽

정약용은 자식들에게 가문이 몰락한 상황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금방 나아질 거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관직에 나갈 수 없는 페족일지라도 선비의 기상을 유지하는 길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폐족끼리 무리를 짓지 말 것, 과일과 채소를 키우고 뽕나무를 심어 가난에서 벗어날 것, 벼슬을 하지 못하더라도 벼슬하는 사람처럼 나라와 세상을 위해 살 것·······. 그중에서도 핵심은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벼슬길에 오르지는 못해도 책은 읽을 수 있으니까요. "폐족에서 벗어나 청족이 되려면 오직 독서 한 가지 일뿐이다"라고 했지요. 청족은 대대로 절개와 의리를 숭상해온 집안을 뜻하는 말입니다. 

 

104쪽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게 됩니다. 그리고 겸손을 배우죠. 역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끔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하를 호령하던 인물이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는가 하면, 사방으로 위세를 떨치던 대제국이 한순간에 지도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하니까요. 역사에서 이런 일은 너무나 비일비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시시때때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물론이고 순항하고 있을 때도 그렇습니다. 지금 정말 괜찮은가?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잘못된 건 없을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자꾸 물어봐야 해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면 그저 관성에 따라 선택하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역사는 그 어느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어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현재를 점검하지 않으면 잉카의 마지막 황제나 연개소문과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133쪽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협상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거래를 할 때, 업무를 정할 때, 연봉을 높일 때 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협상을 합니다. 심지어 연애를 하고 친구를 사귀면서도 협상이 필요해요. 협상이란 상대방도 만족시키고 나도 만족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내 것만 생각해서도, 상대의 것만 생각해서도 안 되죠. 

어떤 종류의 협상 테이블이든 그 앞에 나서기 전에 서희와 원종의 외교술을 떠올려봤으면 좋겠습니다. 배짱을 가지고 섬세하게 상대를 관찰하면서 본인의 패를 놓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되리라고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179쪽

자신의 인생만큼은 대안 없이 성급하게 비판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자신이 비판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해결책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나아가 그것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만이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때 높게만 보이던 벽도 서서히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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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_ 켈리 라이트

2021. 11. 14. 13:59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9쪽

이 책,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의 아이디어는 매우 단순하지만, 이 아이디어에 깔린 이론적 배경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단 아이디어부터 정리해 보죠.

1. 좋은 기업들을 선별한다

2. 선별된 기업 중에서 배당을 지급한 기업에 주목한다

3. 이 기업들의 역사적인 배당수익률을 조사하여 배당수익율의 저점과 고점을 찾아낸다

4. 배당수익률의 고점에 도달했거나 혹은 고점을 상회환 기업을 매수한다

5. 매수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해 배당수익률이 역사적인 지점에 도달하면 차익을 실현현다. 

 

13쪽

배당은 두 가지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거든요. 하나는 현금을 주주에게 지급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보답'을 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즉, 어려울 때 증자나 신규상장에 참여하여 기업이 성장할 발판을 만들어주었다는 데 감사하는 표시로서 '주주중시 경영'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략>

'배당신호' 요인이라는 생소한 용어에 당황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내용입니다. 선진국의 수많은 재무학자는 배당의 변화와 기업이익의 관계를 조사해 본 결과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배당을 인상한 기업의 이익은 이후에 증가하는 반면, 배당을 삭감한 기업의 이익은 줄곧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즉 배당은 기업 미래이익의 변화를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는 것입니다. 

 

17쪽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란다"

 

19쪽

상당수 투자자가 배당보다 자본차익, 즉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자본이익)에 주목하는 게 현실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배당을 무시하고서는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수익을 내기 위함이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수익은 임대료에서 나온다. 채권은 이자가 주된 수입원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는 현금배당이 바로 투자수익의 중요한 원천이다. 

 

21쪽

주식시자엥서 배당은 가장 신뢰할 만한 기업가치 평가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순이익은 세금을 적게 내력고 축소 조작될 수도 있으며, 또 안 좋은 쪽으로 특화된 회계사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산물일지도 모른다. 손익계산서의 주석에 어떠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배당은 실제로 존재하는 진짜 돈이다. 일단 배당이 지급되면, 이 돈은 해당 기업에서 영원히 빠져나간다. 현금배당에는 어떠한 속임수나 부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배당이 지급되거나 지급되지 않거나', 이 둘뿐이다. 어떤 기업이 배당을 지급하면, 분명히 투자자들은 이 기업이 이익을 내고 있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배당을 늘리면, 이 기업이 정말 돈을 벌고 있는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간단히 말해, 배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주식시장에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배당주에 주목하는 투자전략에도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무조건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비정상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미래에 지급될 배당의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배당수익률만 점검할 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배당이 지급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7쪽

"지혜는 그냥 얻을 수 없다. 지혜라는 것은 우리가 누구도 대신하거나 구해줄 수 없는 힘겨운 여정을 마친 후에 우리가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 "

- 마르셀 프루스트

 

29쪽

만약 독자 중에서 자신의 재정상황이 어떤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냥 낙관하지 말고 재무설계사를 지금 당장 찾아가길 바란다. 혼자서 재무설계를 수행하든지 아니면 일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든 간에, 반드시 재무설계를 완수 할 것을 권고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아주 극소소의 사람만이 자신의 재정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대다수 사람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재정상태를 점검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들에게 흥미를 주는 것들에게 자연스레 끌리기 때문이다. 

적절한 재무설계를 통해 투자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했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향해서 제대로 달려가는 셈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그림 1.1>에 정리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에 신경을 써야 한다. 

투자를 하는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에게 잘 맞는 투자방법을 활용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수익을 창출하며, 마지막으로 세금과 비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2쪽

배당수익률이란 현재의 주가에 대한 주당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달러에 거래되는 기업이 1년에 주당 1달러의 배당을 지급하면, 이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5%라 할 수 있다. 만약 배당수익률이 5%이상으로 높아지려면 주가가 하락하거나, 아니면 이 회사가 지급하는 배당금이 인상되어야 한다. 따라서 배당수익률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주식에는 다음과 같은 사이클이 형성될 것이다. 

이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5%가 아닌, 7% 혹은 8%까지 상승하면 고배당을 노린 투자자들이 유입되며 주가의 반등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오르면, 배당수익률이 떨어져 신규 투자자자금의 유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배당수익률이 8%일 때 샀던 투자자들의 차익 매물이 출회될 것이다. 더 나아가 뒤늦게 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원금이라고 지키려고 매도주문을 넣기 시작하면 새로운 하락추세가 형성될 것이다. 

물론 주가 흐름, 섹터, 제품군 등의 다른 요인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필자는 기업의 역사적인 배당수익률에 주목한다. 어떤 기업의 역사적인 배당수익률 패턴을 이해하면, 현재의 주가가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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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_ 팀 켈러

2021. 11. 7. 14:44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1쪽

 이 책은 그런 점에서도 대단히 유용하겠지만, 으뜸가는 목표는 커플과 싱글 모두에게 성경이 가르치는 결혼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커플들에게는 부부 생황을 망칠 수도 있는 그릇된 관점을 바로잡아 주고, 미혼 남녀들에게는 결혼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품거나 과도하게 외면하는 태도를 버리도록 하는 것이다. 

 

23쪽

 한없이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근사한 일, 이것이 성경의 결혼관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그런 결혼의 정신을 드높이며 문화 전반에 걸쳐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점이다. 

 

29쪽

 장기간에 걸친 추적 조사 결과는 더욱 놀랍다. 당장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이혼하지 않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면 적어도 3분의 2정도는 5년 안에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의 린다 웨이트 교수는 "이혼이 주는 유익이 지나치게 홍보된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31쪽

 역설적이게도 결혼에 대한 비관적인 사고방식은 새로운 형태의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현대 문화가 결혼을 이해하는 방식이 큰 폭으로 변하면서 생긴 현상이란 뜻이다. 법학자 존 위트 주니어는 "지난날 보편적으로 인정받았던 '서로 사랑하고 후손을 낳으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영구적으로 양적된 연합'이라는 결혼의 이상을 차츰 물러가고 '양쪽 당사자의 개인적인 만족을 추구하기 위한 한시적인 성적 계약'이라는 새로운 현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32쪽

 그러나 계몽주의가 지배했던 18-19세기부터 전혀 다른 결혼관이 등쟁했다는 것이 위트의 설명이다. 이전의 문화는 구성원들에게 의무에서 의미를 찾으라고 가르쳤다. 저마다 부여받은 사회적 역할을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수행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계몽주의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인격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선택하는 자유와 그 결과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자기를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며, 배우자와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데서 정체감을 구하는 대신, 결혼을 통해 정서적이고 성적인 만족을 얻고 자아를 실현하는 마당으로 그 가치를 다시 설정하게 된 것이다. 

 

36쪽

 남성은 여성에 비해 훨씬 독립적이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지지, 또는 팀워크가 필요한 관계를 형성할 마음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따라서 고전적인 결혼의 경우, 남자들에게 서로 의지하는 새로운 관계를 세워 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 또한 결혼의 주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38쪽

 오늘날은 남성이나 여성 모두 자신을 '생긴 드래도' 살게 내버려 두는 상대방과 결혼하기를 갈망한다. 그 안에서 정서적이고 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서다. 그들은 재미있고, 지적은 자극을 주며, 성적인 매력이 흘러넘치고, 여러 가지 관심사들을 공유하며 개인적인 목표와 현재의 생활방식을 지지해 줄 배우자를 바란다. 젊은이들은 큰 폭으로 달라져야 한다든지 그러길 요구하지 않을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행복하고, 건강하며, 유쾌하고, 삶에 만족하는 환상적인 인간을 수소문하는 셈이다. 역사를 통틀어 이처럼 이상적인 기준을 세우고 배우자를 찾는 이들이 사회를 가득 채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40쪽

 남녀 모두 결혼을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온전하게 가다듬고 공동체를 완성해가는 통로가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목표를 이루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그러니 너나없이 "저마다의 정서적, 성적, 영적 욕구들을 채워 줄" 결혼 상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는 언젠가 딱 들어맞는 결혼 상대를 차젝 되리라는 극단적인 이상주의로 이어지지만 마침내는 깊은 비관주의로 수렴하게 된다. 썩 괜찮은 배우자감들을 "마음에 쏙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쳐 버리는 이들이 수두룩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42쪽

 이들은 결혼을 크리스토퍼 라쉬가 말하는 '비정한 세상의 유일한 안식처', 그러니까 결절 많은 남녀가 힘을 모아 안정적이고 사랑과 위안이 넘치는 공간을 창출하는 행위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패션모델 출신으로 소설가와 우주 비행사를 겸하고 있는' 짝을 찾는 것이다. 자기부정이 아니라 자기만족에 토대를 둔 결혼에는 손 볼 데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데다가 이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 주는 파트너가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현대인들은 결혼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45쪽

여기에 대한 기독교의 답변은 '딱 맞는 짝' 같은 것은 애당초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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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성령 하나님과 놀라운 구원 _ 마틴 로이드 존스

2021. 10. 10. 10:43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218쪽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둘째 아들이 경우에서 대단히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아버지가 그에게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고 했을 때 그는 싫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그는 뉘우치고 갔습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그는 분명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자기 계획을 망치는 것에 화가 나 퉁명스럽고 무례하게 "싫소이다."라고 말하고 나가 버렸다가 다시 한 번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그것이 첫 단계입니다. 당신은 되돌아가 이미 물리쳐 버린 일을 재검토해 봅니다.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바꿨습니다. 전에는 거절했지만 이제는 포도원에 가서 일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이 위대한 용어의 뜻들 다 설명한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진실로 마음을 바꿉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바꾸면서, 당신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잘못된 관점과 그 관점으로부터 나온 잘못된 행실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회개에는 분명 이런 후회의 요소 역시 존재합니다. <중략>

 그 다음에 회개에 대단히 중대한 필수적 요소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행동의 변화입니다. "그 후에 뉘우치고 갔으니." 행동은 회개의 일부였습니다. 그 아들이 단지 자신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아버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기만 하고는 그대로 주저앉았거나 자기 친구들과 해변에서 오후를 보내기 위해 나가 버렸다면 그것은 진정한 회개가 아니라 후회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전에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던 일을 행하는 것이 회개의 과정에서 중대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태, 이런 태도, 사람들이 효력 있는 부르심을 듣고 그에 반응했을 때 생겨나는 새로운 무언가가 회개의 본질적 요소입니다.  

 

231쪽

 회개와 후회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참된 회개는 후회와는 달리 이러한 요소들을 포함합니다. 회개는 우리가 하나님께 범죄했고, 하나님을 슬프시게 했으며 그분께 상처를 입혔다는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다시 말하지만, 회개는 우리가 더러워졌으며 전적으로 무가치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회개는 우리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합니다. 

나는 하나님을 슬퍼하시게 만든 죄들을 미워합니다 
그 죄는 하나님을 나의 가슴에서 멀리 몰아냈습니다
- 윌리엄 쿠퍼

 회개는 죄를 없이하고자 하는 열망과 결단을 줍니다. 바울이 말하는 사모함과 활동력과 열심과 벌함,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입니다.  이것을 다시 한 번 팔복 가운데 하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참된 회개의 궁극적인 시금석이며, 후회와 회개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그것은 회개는 우리로 하여금 의에 주리고 목마르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회개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고 점점 더 그분을 닮아 가기를, 의롭고 거룩하고 정결하게 되기를 갈망하게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가 다시 한 번 타락하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으며 스스로를 낙담시켰기 때문에 슬퍼하는 그런 정도의 일이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후회는 소극적이지만 회개는 적극적입니다. 

 

283쪽
칭의에 대한 로마가톨릭의 견해는 우선 그것이 죄사함의 의미를 포함한다는 것인데 이 말은 옳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본래부터 갖고 있는 죄가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에게서 제거된다고 덧붙입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어서 칭의시에 우리에게 은혜가 능동적으로 주입되며 그 일은 물론 세례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세례 행위에서 은혜가 세례를 받는 사람에게 실제로 주입되며, 그것이 칭의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죄사함, 즉 죄가 제거된다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세례시에 적극적인 의가 주입되고, 적극적인 의뿐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 역시 주입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로마가톨릭은 칭의가 점진적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견해에는 상당한 일관성이 있습니다. 만일 은혜가 주입된다면 그것을 늘어나고 발전할 것이며, 칭의도 점진적인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소위 "대죄(mortal sin)"을 저지르면 칭의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하지만 칭의를 잃어버렸을 때는 고해성사를 통해 다시 얻을 수 있으며, 그렇게 회복하는 과정은 연옥에서 완성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284쪽

 루터가 깨달은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습니까? 칭의는 하나님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역과 공로에 근거해 의롭게 여기신다고 선포하는 하나님의 법적인 행위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의를 우리에게 전가시키고 우리의 것으로 돌리시며 우리는 믿음으로 그것에 의지합니다. 

 

289쪽

 칭의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첫 번째를 소극적 요소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칭의의 소극적 요소는 하나님이 우리의 죄가 사해졌다고 선포하신다는 것입니다. 물론 죄사함이 우리의 첫 번째 필요입니다. 율법은 우리 모두를 정죄합니다.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롬 3:20). 그리고 율법은 "의인은 없나닌 하나도 없으며"(롬 3:10)라고 말합니다. 온 세상은 "하나님의 심판 아래"(롬 3:19) 있습니다. 나는 죄사함을 받아야 합니다. 나의 죄책이 어떻게든 해결되어야 합니다. 칭의의 첫 번째 단계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 나의 죄가 가리워졌으며 그렇기 때문에 용서받았음을 확신하는 것입니다. 나의 죄는 소멸되었습니다. 

 하지만 칭의는 죄사함에서 그치지 않습니다(이것이 중요합니다). 칭의와 죄사함은 똑같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 정확히 말하자면 심지어 복음주의자 중 많은 사람도 - 칭의와 죄사함을 동일시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전 강의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그들이 가진 속죄에 대한 교리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죽으심을 통해 율법에 소극적으로 순종하시기에 앞서서 적극적인 순종을 하신 것도 속죄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칭의에는 두 번째 적극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죄가 사함을 받았을 뿐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적극적인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었다는 것, 혹은 우리의 계정에 넣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는 율법을 지키셨고 존중하셨기 때문에 율법의 모든 요구에 대하여 의로우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그리스도의 의를 나의 것으로 삼아 주십니다.   

 

292쪽

칭의와 성화의 본질적인 차이를 간략히 설명해 드림으로써 이 사실을 좀더 확실하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봅시다. 칭의는 앞에서 본 것처럼 성부 하나님의 행동입니다. 성화는 본질적으로 성령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성삼위일체의 복되신 위격들 사이에 이런 역할의 분담이 이루어집니다. 의롭고 합당하다고 선언하시는 분은 성부이십니다. 거룩하게 하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둘째로, 칭의는 우리 바깥에서 일어나는 것으로서 마치 법정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같습니다. 반면에 성화는 우리 안, 즉 우리의 내적 삶에서 일어납니다. 의롭다 함을 받을 때 나는 법정에 서 있고 재판관이 나에게 자유를 선언합니다. 칭의는 나의 바깥에서 나에 대해 진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화는 내 안에서 역사하고 일어나는 일입니다. 

 셋째로, 칭의는 죄책을 제거합니다. 성화는 죄의 오염을 제거하고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새롭게 합니다. 

 그러므로 결국 정의상 칭의는 영단번에 이루어지는 행동(once-and-for-all act)입니다. 칭의는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반복될 수도 없고 반복될 필요도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칭의는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영단번에 의롭다고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반면에 성화는 끊임없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수건을 벗고 완전하게 될 때까지 주님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계속 자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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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부의 인문학 _ 브라운 스톤

2021. 10. 8. 23:16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19쪽

무작정 노력하기 전에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인생이 편하다. 

 

36쪽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는 빛의 속도로 가치가 떨어져 휴지가 된다. 화폐를 받는 순간 실물 자산으로 바꾸어 놓지 않으면 순식간에 거지가 되고 만다. 요즘 세상은 그렇게까지 인플레이션이 심하지는 않지만 금본위제가 아닌 화폐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선 인플레이션 발생을 피할 수가 없다. <중략>

이런 화폐 시스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짜 돈인 화폐를 모으려 하지 말고 진짜 돈인 리얼 머니를 보유해야 한다. 그게 부동산이고 주식이다. 자산 상승 사이클을 주목하고 바닥에 이르렀을 때 과감하게 빚을 얻어서 투자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몇 년간 그리면서 우상향한다. 따라서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빚을 얻어서 투자하는 게 최고로 빨리 재신을 늘리는 첩경이다. 이게 투자의 핵심이다. 이게 자본주의 게임에서 이기는 법이다. 

 

41쪽

밀턴 프리드먼은 케인스와 달리 경제 영역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개입의 부작용과 단점을 강조하고 시장경제를 옹호했다. "가장 나쁜 시장도 가장 좋은 정부보다 좋다"라는 말이 그의 주장을 대변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작은 정부를 선호했다. 케인스는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정부지출 같은 재정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밀턴 프리드먼은 케인스의 재정지출 정책은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또 정부가 민간이 할 사업을 빼앗은 구축효과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70년대 이전까지는 밀턴의 주장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만해도 케인스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케인스의 처방대로 정부의 지출을 늘리고 복지 정책을 펴서 실업률을 낮추는 게 최고의 경제 정책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서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물가만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등장하자 케인스의 처방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지 시작했다. 이때부터 밀턴의 주장이 재조명되며 각국의 경제정책이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44쪽

진보정권은 언제나 큰 정부를 지향한다. 진보정권은 서민과 약자를 돕기 위해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정권 때 낙후된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서 지방에 혁신 도시와 기업 도시를 만든다고 토지 보상을 통해서 정부 지출을 늘렸는데, 이것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주었다.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에 따르면, 재정지출복지 확대 정책은 처음엔 경기 부양이 되지만 이후엔 인플레이션으로 찾아온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자산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중남미에 포퓰리즘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예외 없이 물가가 폭등했다.

 

47쪽

"그저 주야장천 열심히 일만 하면 어떻게 되겠니? 남보다 빨리 망한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생각을 해야지. 생각을 할 줄 알아야 성공하지."

 

48쪽

"승리하는 군사는 먼저 이겨 놓고 싸움을 하고, 패배하는 군사는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 뒤에 이기려 든다. 싸움을 잘해 이기는 사람이란 이기기 쉬운 것을 이기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

 

49쪽

"네가 남보다 잘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라. 네가 남보다 잘 못하는 약점을 무엇인지 고려해라.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해 봐라. 향후 세상의 변화 속에서 네가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을 지 생각해 봐라. 또 반대로 어떤 위협이 있을지도 고려해라. 이런 상황에서 너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여 기회를 잡고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곳에 네 자신을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해라."

 

50쪽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는 5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산업의 경쟁 강도를 결정짓는 5가지 요소로, 신규 진입 위협, 라이벌 기업 간의 경쟁, 공급자의 교섭력, 구매자의 교섭력,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체 위협 등이다. 

 

70쪽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며, 하이에크는 주택 임대료 통제 정책은 도시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비판했고,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가 확립되지 않는 사회주의 경제는 개별 상품에 대한 가격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또 인센티브가 없기에 경제가 망할 것으로 예언했는데 소비에트연방의 몰락으로 현실화되었다. 

 

72쪽

하이에크는 정치인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쉽다고 경고했다. 정치인은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케인스의 처방). 이런 처방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이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중략>

하이에크의 주장에 매료된 영국의 대처 수상은 하이에크 처방대로 경제정책을 실시했다. 1979년 정권을 잡은 대처 수상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 통화를 풀고 정부 지출을 늘리라는 케인스식 처방을 거부했다. 대신에 높은 실업률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악으로 받아들이고 감내했다. 한편으론 정부 소유 사업을 매각하고, 경제에 대한 정부를 직접적인 개입을 줄이고, 창업을 권장하고 개인의 소득세율을 낮추었다. 대처 수상은 하이에크의 주장대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경제 자유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펼쳐서 마침내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하고 영국을 구조 조정 하는 데 성공했다.  

 

88쪽

 해외 도시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볼 때, 단순히 낙후된 지방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서 공공 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으로는 쇠퇴하는 지방 도시를 부활시키기 어렵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기업도시, 혁신 도시로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도시 간 불평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우리가 도시 간 불평등을 원하지도 않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세상은 그렇게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다. 어떤 도시가 성장하고 어떤 도시가 쇠퇴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재정적 불행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돈을 벌고 싶다면 혁신 기업이 주도하는 도시에 투자하라!

 

93쪽

서울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한국의 슈퍼스타 도시는 서울뿐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서울과 여타 도시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중략>

서울이 베이징, 상하이, 토론토, 시드니,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보다 앞선 순위에 있다는 점은 놀랍다. 이 순위의 평가 기준은 5가지로, 1인당 GDP, 금융 능력, 글로별 경쟁력, 비즈니스 활성도, 삶의 질 기준이다. 관점에 따라 순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에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109쪽

한계효용학파의 주장은, 사람은 한정된 돈을 가지고 자신이 제일 만족하는 방식으로 돈을 쓴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 만족도에 따라서 돈을 지불하고,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한계효용학파는 가격이 공급자(노동자)가 아닌 수요자(소비자) 입장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이게 현대 경제학이 설명하는 가격 결정 방식이다. 노동가치설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계효용학파에 따르면 노동자가 얼마나 힘들었냐는 중요하지 않다. 고객이 얼마나 만족했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153쪽

케인스는 왜 주가 변동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을까? 케인스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본능적 충동으로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인간은 확률을 바탕으로 구한 평균 기댓값에 따라서 투자하는 대신에 본능적 충동으로 투자하기에 미래의 대중이 어떻게 투자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157쪽

PER은 무엇인가? 주가수익률이라고 부르며, 주가(price)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PER가 10이라는 것은 주가가 순이익의 10배로 거래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주가가 싼 것이다.

PBR은 무엇인가? 주가순자산배율이라고 부르며, 주가를 주당장부가격(Book Value)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PBR가 2라면 이는 주가가 장부가격의 2배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주가는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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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_ 전홍진

2021. 10. 2. 14:53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20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증이 올 때 희로애락의 감정 상태를 얼굴에 구분해서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에 대한 인식도가 낮으며, 반대로 신체 감각에 예민하고 건강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신체 감각에 예민해지고, 이로 인해 심박동 증가, 호흡 곤란, 손 떨림 등이 생기면 신체 증상에 대해서 더 더욱 예민해진다. 

 

26쪽

 우리가 가진 트라우마는 결국 경험하지 않았지만 선척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경험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 경험했고 기억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게 가장 심한 불안을 자아내는지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불안발작'과 트라우마의 관계가 궁금했다. '불안발작'이란 갑자기 도저히 견디기 힘든 심한 불안이 몰려오는 것을 말한다. 연구결과 우리나라 인구의 5.88퍼센트나 불안발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나서 불안발작을 경험하는 것보다 기억하는 트라우마 없이 불안발작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자살 시도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33쪽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없어지거나 오래된 신경 회로는 망각 과정을 통해 사라지는 반면, 자주 경험되거나 강렬한 트라우마와 연결된 신경망은 더 강화되어 단단해진다. 반복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매우 예민한 뇌'는 '매우 예민한 사람'을 만들게 된다. 

 

34쪽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번연계에 속해 있고, 수면, 식욕, 성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여기에 속해 있다. 번연계는 전두엽frontal lobe과 연결되어 있으며, 번연계에서 만들어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과 기억들은 전두엽에서 대부분 억압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충동을 억압하는 데 능한 이유는 전두엽의 발달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전두엽과 번연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에 학대, 방임을 당한 사람은 전두엽과 번연계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감정을 만드는 번연계와 전두엽의 발달이 성숙하는 시기로 이때의 가정 환경은 안정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36쪽

 기분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물징른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이 충분하면 기분이 좋고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 기능이 향상되면서 긴장이 이완되괴 편안함을 느낀다. 이것이 부족하면 우울증과 불안증이 생기고 예민해진다. 그렇다고 많은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세로토닌 균형이 깨지면 집요해지고 반복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게다가 불안이나 초조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42쪽

 인간의 뇌 발달은 태어나서 돌 때까지가 가장 활발해 감각신경이 먼저 발달되고, 그다음 언어신경이 발달하며, 고위 인지 기능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까지도 계속 발달한다. 그림 7을 보면 유아가 태어나서 돌이 될 때까지 감각, 언어, 고위 인지 기능이 차례로 발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돌까지가 매우 중요한 발달이 이뤄지는 시기다. 

 

48쪽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모와의 관계는 평생에 걸쳐 예민성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물론 어릴 때 그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까닭은 없다. 우리 뇌는 현재의 좋은 기억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새로운 신경맘을 형성할 수 있다. 다만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과 일을 찾는 충분한 시간 및 노력이 요구된다. 

 

82쪽

「네이처」지에 실린 한 논문에 의하면 우리 뇌의 변연계가 공포나 불안의 기억을 회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변연계에서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연결시켜 불안이 심해지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것은 인지 기능을 떨어뜨려서 오래된 기억을 회상하는 데 지장을 줍니다. 

 

83쪽

 '내가 불안하구나' '예민하구나'를 먼저 인정한 뒤 서운한 생각이 계속 들면 과거의 기억을 연결시키는 것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에 한해 남편과 대화하고 오해는 바로 푸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히 오해를 푼 후에는 다시 거론하지 않고요. 

 

112-113쪽

 우리 중에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유연하게 자신을 잘 맞춰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융통성이 떨어지는 이들은 여러 자극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일은 잘 못하지만, 한 가지 자극을 깊이 있게 처리하는 데는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들과 자유토론을 하는 것은 어려워하지만 장부에 잘못된 계산이 있는 검토하라고 하면 누구보다 잘하지요. 정신과학에서는 이를 '구체적인 사고'라고 일컫는데, 즉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는 뜻으로 추상적이 사고력과는 반대됩니다. 

 구체적인 사고Concret thinking vs. 추상적인 사고Abstract thinking

구체적인 사고는 사물이나 상황을 개념이나 일반화 없이 이해하는 것을 뜻하고, 추상적인 사고는 개념이나 일반화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은 문장을 이해할 때 단어에 집중하고 문맥을 해석하기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뜻을 물어보면 구체적인 사고만으로는 낫과 기역자를 알지언정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 문장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추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이것이 '무식한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다. 피아제의 아동 인지발달 이론에 의하면 아동은 구체적인 사고를 하다가 인지가 발달하면서 12세 이후가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고만 하면 지식을 기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대의 눈치를 보거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114쪽

 융통성이 좀 부족한 민기씨에게 드리고 싶은 의견은 우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미리 회의 내용을 숙지하면 흐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해집니다. 이때 메모를 하면 도움이 되니 직장 상사의 말은 수첩에 적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어떨까요? 그걸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실행해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식사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친밀감이 쌓이면 대화할 때 서로의 이해력도 더 높아집니다. 동료들에게 점심이라도 한번 사는 것은 어떨까요? 정이 좀 쌓이면 이야기 나눌 때 긴장도 줄어들거든요. 

 

136쪽

 우리 장은 뇌와 신경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뇌의 기분이 우울해지면 장도 우울해지고, 뇌가 예민해지면 장도 따라서 예민해집니다. '뇌-장-축'에 대한 연구가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장에 사는 미생물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미생물이 만드는 물질이 혈액에 흡수되어 뇌에 영향을 줍니다. 

 

142쪽

일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조언을 잘 수용하면서도 시간 내에 마치는 것이 비결입니다. 나를 비판하거나 나에게 조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비판을 통해 나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마음먹어야 합니다. 

→ 나에 대한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배척자나 공격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 의견을 유지하되 무조건 비판적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부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내게 중요하다. 

 

143쪽

결국 일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일과 동시에 감정 교류와 상호 공감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몸과 마음에 새기는 것이지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283쪽

4. 예민한 위장을 달래보자 

 우리 위장은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을 '뇌-장-축'이라고 한다. 뇌와 장은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장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과도 연결되어 있다. 예민하거나 우울증,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흔히 기능성 장 질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는다. 

 

284쪽

 우리 장에 있는 미생물들은 장 안에 들어 있는 음식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이토카인 등의 면역 물질이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뇌신경 자극을 통해서 뇌에 많은 영향을 준다. 반대로 예민한 뇌는 이런 물질을 분비하도록 명령해 장에 있는 미생물의 생태계에 영항을 주고 이로 인해 위장을 움직임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민한 사람은 다음 날 시험, 발표, 면접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며칠 전부터 자신이 자주 즐겨 먹어서 '검증된 음식'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긴장한 상태에서는 찬 음식, 우유, 회 등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장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쉬면서 소화될 때가지 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예민한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만성적으로 많이 분비하곤 한다. 코르티솔은 부신피질에서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으로, 외부 스트레스에 맞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신체가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이기도 한다.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올라가면 내장이 있는 복부에서 지방 축적이 일어나 복부비만을 유발한다. 

 

287쪽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긴장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을 혈액 속으로 분비한다. 카테콜아민에는 도파민,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이 있다. 카테콜아민이 분비되면 전신 근육이 수축되고 심장이 빨리 뛴다. 뇌에서는 편도체를 활성화시켜 위험에 대한 반응을 강화하며 동시에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288쪽

 완전히 쉬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할 때 생각이 단순해지고 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심장이 안정되고 호흡이 편안해지는지 파악해야 한다. 대체도 내 업무와는 전혀 다른 일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가정주부라면 집 안에서 하지 않는 일이 좋고, 회사원이라면 자기 업무와 유사한 일이 아닌 것이 좋다. 뇌 가운데서 쓰지 않는 뇌, 근육 중에서는 쓰지 않는 근육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긴장 이완 훈련

먼저 편안한 의자에 앉아보세요. 등받이가 있고 머리를 받쳐줄 수 있는 의자가 좋습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온몸의 힘을 빼보세요. 엉덩이는 조금 앞으로 해서 의자 등받이와의 사이에 공간이 조금 생기도록 해주세요. 팔은 아래로 내려 중력에 몸을 맡겨봅니다. 
아랫배로 천천히 복식호흡을 해보세요. 아랫배로 숨을 들이마셔서 배에 맨 벨트가 꽉 끼도록 하고요. 숨을 내쉴 때는 마치 수영장에서 쓰는 고무 튜브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천천히 코로 공기를 빼주세요. 배가 홀쭉해진 후에는 다시 공기를 배로 들이마시도록 합니다. 이것을 '긴장 이완 훈련'이라고 합니다. 하나, 둘, 셋....., 서른 번 정도 호흡하고 나서 눈을 떠보세요.
어떤가요? 전보다 더 편안해지고 긴장이 이완된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충분하지 않다면 몸의 힘을 덜 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긴장을 빼는 데 좀더 익숙해지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290쪽

 6. 자존감 관리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이라고도 하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뤄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된다. 야단을 맞고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며, 뜻하지 않은 갈들을 겪기도 한다. 그때 자존감이 충분하지 않다면 예민해지고 좌절하며 심하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스스로에게 더 가혹한 벌을 내릴 때가 많다. 

 자존감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어릴 때 형성된다. '안전기지secure base'의 형성과 '적당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의 경험이 자존감 형성에 중요하다. 두 경험 다 어릴 때 부모님, 특히 어머니로 인해 겪게 되지만 다른 보호자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중략>

 아기는 엄마에게 애착이 형성되어 있고 엄마는 아이를 위한 '안전기지' 역할을 한다. 안전기지가 없다면 세상을 탐구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아 늘 예민한 상태가 된다. 어머니가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애착이 서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전기지가 형성되지 않고 낮은 자존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293쪽

 자신에게 안전기지가 되는 인물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보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을 평소에 잘 대하는 것이 좋다.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자존감을 북돋운다. 내 자존감이 중요한 것처럼 상대방의 자존감 유지도 중요하다. 배우자라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자존감을 낮추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적당한 좌절은 어린 시절에 자존감을 만들고 마음의 맷집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 가풍이 있는 집안일수록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지 않고 적당한 좌절과 성취감을 얻도록 도와준다. 어릴 때부터 적당한 좌절을 안정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길 즐긴다. 하지만 좌절만 있어서는 안 된다. 잘한 일에는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데, 칭찬이나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좌절은 견디고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일 내가 견딜 수 없는 심각한 좌절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안전기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도 부모나 친구 혹은 주위 사람의 도움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데 주저하지 말자

 

295쪽

7. 대인관계에서의 대화 팁

 예민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대인관계인데, 이는 타인과 만나면 지나치게 긴장하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이야기나 농담에도 긴장하다보면 표정이 굳어지고 식은땀을 흘리게 된다. 그러면 이야기하는 상대편도 부담을 갖기 마련이다. 

 

297쪽

 대화할 때는 표정과 말투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민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눈치를 살피는 데 익숙해서 상대방이 혹시 불편해하지 않는지, 화가 나진 않았는지 시시각각 신경을 쓴다. 대화하는 데 필요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사실 어떤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는 평소 그의 성격이나 그날의 상태에 따라서 많이 좌우되고, '나' 때문이 아닌 게 대부분이다. 이것을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 오고 계속 그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고 불면을 유발할 뿐이며, 피곤이 이어지면 오히려 다음에는 사람을 만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304쪽

 매우 예민한 사람은 눈알을 좌우로 반복해 움직이면 긴장이 풀어지고 잠이 잘 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EMDR이라고 한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은 1987년 미국의 프랜신 샤피 박사에 의해 개발된 치료 방법이다.

 

306쪽

 방어기제감정적 상처로부터 마음의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마음의 방어 작용을 말한다. 방어기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그 사람의 성격적인 특성과 관련 있다. 

 

308쪽

 퇴행regression

 현재의 발달 단계보다 이전의 발달 단계로 되돌아감으로써 현재의 위치나 성숙도를 후퇴시킨다. 두려움과 고통이 많은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예) 동생이 태어난 아이가 어린 아기처럼 되는 것.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동생이 빼앗는다면서 관심을 되찾으려는 행동을 한다. 

 

309쪽

신경증적 방어기제 

6. 고립isolation

 바람직하지만 성과가 없을 것 같은 정서적 낭비를 억제하기 위한 방어기제다. 상실, 실망 등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대와 노력을 포기함으로써 방패를 만드는 것과 같다. 박탈된 상태에서 성장을 해왔거나 오랜 기간 좌절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예) 남편이 바람을 많이 피우는데, '남자는 다 그런 거야'라고 감정 없이 이야기를 한다. 

 

8. 해리dissociation

 의식에서 갈등을 분리시켜 감정을 의식하지 못하게 한다. 

예) 폭행을 당한 사람이 그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9. 반동형성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 감정, 생각이 의식에서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불안을 막기 위해서 흔히 사용한다. 

 예) 시어머니를 몹시 싫어하는 며느리가 수시로 어머니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하고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을 한다. 

 

324쪽

13.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변수는 너무나 많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미래보다는 오히려 지금이 불안한 상태일 수 있다. 지금이 불안하다면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엇이 그런 심리를 일으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제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염려되는가, 아니면 아이들이 받을 시험 성적이 걱정되는가? 이런 걱정이 내가 교통사고를 당할 것 같은 걱정으로 바뀌어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은 예민한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한 달 앞을 걱정하면 한 달 치 걱정이 더 쌓이고 1년 치를 걱정하면 1년 치 걱정이 더 쌓인다. 죽을 때까지를 걱정하면 예민한 사람은 '죽음에 대비하는 걱정'까지 하게 된다. 

 

370쪽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민한 사람 스스로의 노력이다. 자신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예민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민한 눈과 귀와 두뇌 때문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가족들의 일이 더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제는 자신의 예민성의 에너지를 잘 조절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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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시대를 훔친 미술 _ 이진숙

2021. 9. 19. 10:43 책과 글, 그리고 시/좋은 문장

23쪽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의미 없던 일이 유의미한 일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가치 있던 일들이 무가치해지기도 한다. 인간의 행동 양식은 늘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에 의미가 부여되고 다수가 그 행동을 반복할 때, 비로소 역사는 바뀐다.

29쪽
「돌아온 탕아」는 1669년 렘브란트가 세상을 뜨기 직전에 완성된 그림이다. 이 그림 속에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기술이 담겨 있다. 렘브란트의 말년은 가혹했다. 그는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지지 아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젊어서부터 화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유복한 상속년인 사스키아와의 결혼도 성공적이었다. 렘브란트가 젊은 시절에 그린 그림 중에도 '돌아온 탕아'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 호사스러운 옷을 입고 산해진미가 차려진 식탁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무릎에 앉힌 채 떠들썩하게 놀고 있는 모습은 바로 렘브란트 자신과 아내 사스키아가 모델이었다. 사랑, 부, 재능, 명예까지 렘브란트의 젊은 날은 부러울 것이 없었고 그의 앞에는 모든 것을 누리는 장밋빛 인생만이 펼쳐질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글슬 좋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일 년을 못 넘기고 죽었다. 연이는 출산으로 쇠약해진 아내 사스키아는 한 살도 안 된 네 번째 아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렘브란트의 행복은 차례대로 하나씩 그의 곁을 떠났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고집했던 렘브란트는 주문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그의 걸작들은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했다. 그를 지켜 주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덧없이 곁을 떠났다. 사스키아가 죽은 후 숨겨진 아내였던 헨드리케도 세상을 떠났고, 그가 죽기한 해 전에는 스물일곱이었던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가난과 고독이 바로 늙은 렘브란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원망 대신 세상을 껴안는 쪽을 선택했다. 「돌아온 탕아」는 나누어 준 재산을 제멋대로 탕진하고 병든 몸이 되어 돌아온 탕아가 다시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장면을 담고 있다. 아버지는 말없이 아들을 보듬는다. 손끝에 전해지는 아들의 몸, 그 촉감. 떠나기 전 아들의 머리털은 탐스럽고 육체는 탄탄하며 건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와 말없이 아버지의 품에 안긴 아들의 육체를 보듬은 순간, 아버지는 안다. 아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비난보다 앞선 이해, 따지고 묻는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가진 포옹, 이 작품은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그림, 문학, 영화를 통틀어 가장 깊은 용서와 숭고한 화해의 순간을 보여 준다. 구차한 질문은 구차한 변명을 낳을 뿐이다. 화해하고 용서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그 모두를 그저 끌어안는 것이다. 이렇게 당신이, 그리고 내가 그릴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를 느껴야 하는 법이다. 내 관념에 얽매이고 내 의견 속에서 상대방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기보다는 언어가 도달하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에 이르러야 한다. 300여 년 전에 그려진 렘브란트 그림의 선명한 붉은색은 지금도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빼앗는다. 이 빛깔은 뜨거운 용서와 화해의 온도를 전해 준다.

49쪽
「롤랭 재상과 성모마리아」의 주인공 니콜라스 롤랭은 미천한 가문 출신으로 재상의 지위에 올라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이다. 한데 그의 성공에는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주저 없어 뇌물을 받으며 황실 수입에도 손을 댄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런 그가 이 그림에서는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겸손한 자세로 손을 모으고는 있지만 압도적인 몸체가 화면을 차지한다. 금실로 수놓은 재상의 밍크 코트는 성모마리아의 붉은색 옷보다 화려하다. 중요한 사람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그보다 작게 그리는 중세의 회화적 관습에서 눈에 보이는 실제 크기대로 그리는 방식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던 시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성모 앞의 재상은 지나치게 오만하게 지나치게 거대하다.

얀 판에이크, &amp;amp;lt;롤랭 재생과 성모마리아&amp;amp;gt;(1437),&amp;amp;nbsp; 사진출처 : 조선일보


54쪽

혁혁한 공을 세운 왕이기도 한 샤를 7세를 미술사에서 강하게 각인한 것은 장 푸케가 그린 「천사들에게 둘러싸인 동정녀」다. 이 그림에는 냉혹한 군주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기 등장하는 잘록한 허리와 하얀 젖가슴이 인상적인 성모는 우이가 아는 일반적인 마리아상과 전혀 다르다. 중세 말에는 기사문학과 결합한 마리아 숭배 사상이 극에 달해서 마리아가 구원의 여신이자 동경의 여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붉은색과 푸른색 두 가지로만 그려진 천사들은 하얀 성모와 대조되어 마치 부조 장식처럼 보인다. 이 그림에는 동정녀 마리아에 대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해석이 들어가 있다. 관능적이다! 드러나 가슴이 모성적이라가보다는 관능적이다. 그런데 따뜻하지 않다. 그것은 차가운 관능이다. 성스러움과 공존하는 관능은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감각의 경계에 우리를 세운다. 그 이유는 성모의 모델이 된 여인의 사연에서 나온다.

장 푸케, &amp;amp;lt;천사들에게 둘러싸인 동정녀&amp;amp;gt;(1452), 출처 :&amp;amp;nbsp;https://m.cafe.daum.net/joucheol/587L/1006

성모의 모델은 샤를 7세의 애첩이었던 아그네스 소렐이다. 그녀는 최초로 역사에 기록된 공인된 애첩이다. 이 작품은 그녀가 죽은 지 이 년 뒤에 애첩을 그리워하는 왕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그려졌다. 아그네스 소렐이 지상의 여인이 아닌 천상의 여인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왕은 성을 하사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고, 둘 사이에는 공주 세 명이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의 사치와 오만한 성격은 많은 적을 만들었다. 넷째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28세에 불과했던 그녀는 갑작스레 죽고 만다. 그러므로 그녀의 창백함은 그녀가 살아 있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죽은 여인에 대한 그리움, 그것도 관능적인 그리움, 죽음의 영역에 침투한 삶의 욕망이 이 작품이 유발하는 복잡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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