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루쇼토 #2 우분고 정류장 _7시간의 기다림

2012. 8. 6. 16:32 자료공유/여행

 2011. 12. 24

 

 07시.

 우분고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출발시간 7시 30분이니,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갔다. 표를 끊을 때 여행사 직원 사라가 가르쳐준 장소로 가서 기다렸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버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탄자니아 사람들 성격이 느긋하니까 출발시간도 늦혀질 수 있겠다 생각하고 마냥 기다렸다. 그런데 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쉬고 있는 차장들을 찾아가서 티켓을 보이며 차가 언제오냐고 물었다. 기다려 보란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고 불안은 가중됐다.

 

 그러나 그 버스가 떠났다고 확신하는 차장 한명을 만났고, 나는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우분고 정류장 안을 1시간동안 바쁘게 뛰어다녔다. 확인한 결과, 버스는 떠난게 확실했다. 분노를 삭히며 마음을 추스렸다. 버스만이 날 루쇼토로 데려다 주는것은 아니었다. 그 다음차도 나를 루쇼토로 데려다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버려야 했고 재정도 손해 봐야 했다. 무엇을 먼저 해야 될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허둥대다 표를 끊어준 사라를 만났다. 다짜고짜 항의 했다.

 

"어떻게 된거야! 아침 7시부터 네가 가르쳐준 버스 타는곳에서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 나타났어!"

 

사라 왈

 "분명 거기서 7시 30분에 떠났는데..."  

 

 "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하는거야! 허튼 소리하지마!"

 

사라가 거짓말 한다고 생각되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언성을 높이면서 항의 했지만, 옆 여행사나 현지인들은 다들 나를 외면했다.

 

 "이미 버스는 떠났으니 다시 15,000실링을 내고 다음 버스를 타"

 

 사라는 선심쓰 듯 말했고, 다른 방도가 없었던 나는 알았다며 그 다음 버스가 몇시에 떠나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다음 버스는 오후 12시에 떠난다고 했다.

 

 4시간이나 기다리라고, 장난치냐! 이런! 망할놈의 시키들. 

 

 더 이상 말을 해봤자 내게 득될 게 없었다. 사라 손에 쥐어져 있던 이미 떠나버린 버스표를 다시 집어들고 정류장 안으로 들어갔다.

 

 

 09시.  

 루쇼토로 가는 사람들 속에서 다른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9시에 떠나는 버스 직원에게 나도 좀 끼워달라며 애걸복걸도 해보고 9시에 다른 버스가 없는지도 수소문 했다. 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나를 지켜보고 있던 루쇼토로 가는 승객 한명이 경찰을 한 번 찾아가 보라며 은근히 부추긴다 

 

                                     그래, 밑져야 본전인데, 한 번 가보기나 하자.

  

 바로 경찰을 찾아갔다. 흥분한 탓에 영어가 마구 뒤섞힌다. 그는 알아 들었을까? 나를 정류장 터주대감 되는 아저씨에게로 데려갔다.  

 

날 살려준 차장 아저씨

 

 

 내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부탁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그렇게 해주겠다며 오후 1230분 버스를 타라고 한다. 고마운 마음보다는, 3시간 더 버스정류장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극도의 짜증이 먼저 치밀어 올랐다. 경찰이 그런 나를 보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 뱉었다.

 

 

 

 

 

 

 

 

 

 

 

 

 

 

 

 

 

 

 

 “Too far, but no way"

 

 

 

 

 

 

 

 

 

 

 

 

 

 

 

 

 

 그렇게 의자에 앉아서 3시간을 버텼다. 차 시간이 다가 올수록 나는 수험생처럼 몹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또 한 번 차를 놓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날 엄습했다. 그 창피함, 나의 실수들이 나를 잡아 삼킬 것만 같았다. 안절부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예민한 장이 자꾸 트러블을 일으켰다.

 

 12시.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가서 힘을 다해 대변을 본 후 버스를 기다렸다.

 

 1230분. 버스가 오지 않는.

 

 1240분. 버스는 나타나지 않고 시간만 흘렀다.

 

 1250분.  

 차장을 만났다. 버스가 곧 올거라고 기다리라고 했다. '나를 놔두고 가버리는 것은 아닌가.' 잡 생각들이 날 더 불안하게 한다.

 

  오후 1시 30분.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지났지만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

 

  어쩌나. 진짜 집에 돌아가야 하나.

 

 오후 2시.

 버스가 내 눈앞에 들어왔다. 앗싸! 그제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2시라도 와준 네가 너무나 고맙구나. 그러고서 앞자리에 죽치고 앉았다.

 

 

험상 궂은 현지인들.

 

 

 

 험상 궂은 아저씨들이 무어라 소리쳤다. 3시간 전에 차장아저씨가 이미 쓸모없는 표로 차를 태워준다고 했지만 경찰이 없는데서 딴소리를 할까봐 난 다시 긴장하고 있었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버스가 빨리 떠나 나를 내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상황은 순조롭게 돌아갔고, 나는 이미 쓸모없게 된 표를 가지고 그 버스의 승객이 되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말이다!

 

그렇게 떠난 버스는 8시간 30분이 지나서여 루쇼토 정류장에 도착했다.

 

* 참고

 버스 티켓에 표기된 다레살람(우분고)~루쇼토까지의 소요시간은 6시간이었다.

 

 

 루쇼토엔 어둠이 짙었다. 어두움은 원래 두려움을 조장하지. 루쇼토 지리를 전혀몰랐던 탓에 두려움은 증폭됐다. 짙은 어둠을 더듬거리며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게으트 하우스 'Irente farm' 만을 계속 머리에 되새겼다. 한 10분을 서성였다.  한 명의 택시기사가 다가왔다. " Inrente farm" 앞뒤 다 자른 외마디 단어를 냉큼 받아든 택시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10,000실링을 요구했다. 대낮이었으면 흥정했겠지만, 늦은 밤이라 마지못해 타는 척 하고 이렌테 팜으로 향했다. 버스를 놓쳐 여행 일정은 늦쳐졌지만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음을 틀림없는사실이다.

 

 

 

 

 

 

 Don't blame anyone else, if things go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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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루쇼토 #1 떠나는 첫걸음

2012. 7. 15. 22:16 자료공유/여행

 탄지나아에서 생활한 지 10개월이 넘어서고 있을때, 2주간의 방학이 주어졌다. 탄자니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렝게티 국립공원, 응고롱고로 분화구, 킬리만라로 산 등이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외에도 유명한 곳들이 많다. 그런데, 난 관광객들이 많은 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홀로 배낭을 메고 멀리 떠나고 싶었을뿐. 

두 발로 낯선 곳을 딛고 걷고 싶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탄자니아 침엽수 지역인 루쇼토를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나무 몇 그루 덩그러니 심어져 있는 황량한 대지로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검색해보니, 루쇼토는 어딜 둘러봐도 나무가 빽빽한 산림 지역이었다. 아프리카 같지 않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 듯 햇다. 별 고민없이 루쇼토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떠나기 삼일 전, 목요일에 우분고 정류장에 갔다. 자신의 여행사 버스로 끌어들이려는 삐끼들이 귀찮게 했다. 줄줄이 이어져 있는 여행사를 직접 찾아가서 가격을 흥정했다. 처음 갔던 곳에서 15,000실링을 불렀다.

'비싼거 같은데...'

 

몇 미터 떨어진 다른 여행사를 찾아갔다. 근데 이 녀석들! 제시한 가격은 무려 18,000실링. 도둑놈들. 첫번째 찾아갔던 여행사로 찾아가서 날짜를 맞춰 봤는데, 내가 떠나고자 하는 토요일 버스가 없다. 이런! 잔머리를 굴려가며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18,000실링을 불렀던 여행사로 가서 첫번재 여행사가격을 거들먹 거리며 가격을 깍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시크한 척도 같이 하기로 했다. 맘은 "제발, 제발, 제발". 근데 이 녀석들 물러설 생각을 않는다. 다른 여행사로 가겠다며 시크한 척 발걸음을 돌린다. 아! 그때 한 녀석 16,000실링을 제시한다. 한 번 눈길을 뒤로 주고 더 시크한 척 하며 두걸음 앞으로 내 딛는다. 녀석들 웃으면서 15,000실링에 주겠단다. 

 

오호라! 그럼 그래야지.

 

티켓을 지갑에 고이 넣어두고, 토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2011. 12. 24

 요일 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렸고 난 잠에서 깼다. 공복에 장시간 버스를 타게 되면 멀미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밥 몇 숟갈 떴다. 배낭과 캠코더를 챙겨 집을 나섰다. 밖은 짙은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적막한 새벽이었다. 집 앞에서 달라달라(현지 대중교통)를 타고 페리선창장에 도착했다.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널 때, 붉은 해는 모습을 차츰 드러내고 있었고 새벽녘 쌀쌀한 바닷 바람이 옷깃에 스며들었다.  

 

 늘 그렇듯, 어딘가로 떠날 땐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번엔 떠나야겠다는 의지가 두려움을 눌렀다. 그리, 첫걸음을 내 딛었다. 이제 나그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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