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2. 23:06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
중학교 동창의 결혼식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16년전 아무 이해관계 없이 웃고 떠들고 사고쳤던 그들과 추억 속으로 돌아갔다. 잃어버린 16년을 서로 알진 못하지만, 과거 기억의 편린속에서 퍼즐맞추기하듯 하나씩 회상했다. 그들의 16년 인생이 궁금했으나, 내 성격상 그 인생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볼 마음은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의 대부분의 대화는 과거 속에 머물렀지만, 결국 우리는 현재를 살아간다. 나는 서울에서, 그들은 대구에서. 누군가는 쌍둥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고, 누군가는 외제차를 타면서 성공이라 부르짖었고, 어떤 친구는 삶의 고난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또 누군가는 밑바닥 인생을 살기도 했다. 결혼한 친구는 미혼인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고 혼자살라고 진담처럼 이야기했고, 미혼인 친구는 결혼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동조했다. 왜냐면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고 그런, 유치한 이야기 속에서 잃어버린 친구들을 생각했다. 중학교 동창 중에 연락하는 친구는 한명뿐이고, 고등학교 동창들과는 연락하지 않는다. 지난 세월동안 스스로 관계를 버려왔기 때문에 후회나 미련 따위는 남지 않는다만... '인생을 제대로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결혼식장을 나오면서 몇몇 친구들과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아무 의미 없는 짓거리일 수 있지만, 다시 연락이 닿는다면 기억 속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 반가웠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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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21. 19:23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의 글
출처: www.factoll.com
중학교 동창를 만나러 가기위해 용인행 좌석버스를 탔다. 한번 만나서 밥이나 먹자는 말은, 그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하나의 인사이겠지만 내게는 '밥을 먹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 의미있는 말이다. 그러기하기에 함부로 내뱉지 않으며, 말을 내뱉으면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 말 때문에 나는 용인으로 갔다고 하는것이 맞을것 같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밥을 사기 위해' 용인행 버스를 탔다.
약 1시간 버스를 타고 용인에 도착했다. 친구를 만나, 근황을 묻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는 여자친구가 있냐는, 요즘 '밥먹었냐' 만큼 많이 듣는 질문에, 아직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할일없이 멍하니 야구 중계를 보다가,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다는 말에, 위닝도 있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오랜시간 조작패드를 바쁘게 두드렸다.
꽤 시간이 흘렀고, 배가 고팠다. 나는 삼겹살을 먹고 싶었고, 친구도 동의했으며, 우리는 근처 삼겹살 집으로 향했다. 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굽고, 먹고, 또 굽고 먹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기만 씹었다. 배가 불렀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친구가 들고있던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내가 사겠노라고." 지난 번 친구가 밥을 살 때, 생색내듯 웃으면서 다음에는 꼭 니가 사라고 했다. 밥을 샀다고 그렇게 티를 내야만했는지... 심기가 불편했고, 짜증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내가 사겠노라고, 서울에서 출발하면서 다짐했다.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었던 빚을 청산했다.
친구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카푸치노를 마셨고, 일본의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흘리듯 말했다. 하지만, 친구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자연재해나 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어도 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이는 바람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친구집에 돌아가 짐을 챙겼고, 버스정류장로 향했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나야 할 목적을 달성했다.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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