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7. 19:04 삶을 살아내다/일상(日常)의 글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이 두 조각 났습니다. 금이 가있었나봅니다. 나도 모르게 엄지와 검지로 날선 유리를 붙들고 말았습니다. 뭔가 깊숙히 들어오는 느낌이 들긴했습니다만, 놀라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을때 무덤덤해야 합니다. 야단법석 떨어봤자 남는건 피로함뿐입니다. 다행히 상처가 그리 깊진 않습니다. 흐르는 피를 보고 몰려오던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피가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반창고라도 붙여야했기에 고시원 앞 편의점에 갔습니다. 피가난 손가락으로 반창고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합니다. 점원은 피가 흐르다 말라버린 검지와 반창고를 번갈아 봅니다. 그리고 나를 힐끗 쳐다봅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라고 대꾸라도 해줘야 하나 했지만, 그냥 카드를 건냅니다. 무덤덤하게 아픔을 직면하고 대수롭지 않게 반창고를 붙히는 나는 아무래도, '고통'과 '아픔'이란 언어와 닮아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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