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6. 14:4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쓰러진 나무
나희덕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
제 몸으로 받아 낸 떡갈나무,
사람이 사람을
그처럼 오래 껴안을수 있으랴
잡목 숲이 아름다운 건
두 나무가 기대어 선 각도 때문이다
아카시아에게로 굽어져 간 곡선 때문이다
아카시아의 죽음과
떡갈나무의 삶이 함께 피워 낸
저 연초록빛 소름,
십 년 전처럼 내 팔에도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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