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9. 22:49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거울 저편의 겨울 12
― 여름 천변, 서울
한 강
저녁에
우는 새를 보았어.
어스름에 젖은 나무 벤치에서 울고 있더군.
가까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않아서,
손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어도
날아가지 않아서,
내가 허깨비가 되었을까
문득 생각했어
무엇도 해칠 수 없는 혼령
같은 게 마침내 된 걸까, 하고
그래서 말해보았지, 저녁에
우는 새에게
스물네 시간을 느슨히 접어
돌아온 나의
비밀을, (차갑게)
피 흘리는 정적을, 얼음이
덜 녹은 목구멍으로
내 눈을 보지 않고 우는 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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