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_ 한 강

2017. 1. 10. 17:58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출처: https://brunch.co.kr/@starfirm/18]




괜찮아



                       한  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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