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았습니다 _ 한용운

2017. 9. 10. 21:41 책과 글, 그리고 시/시에 울다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용운 -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人格)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生命)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罪惡)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者)는 인권(人權)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貞操)냐." 하고 능욕하려는 장군(將軍)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倫理), 도덕(道德), 법률(法律)은 칼과 황금을 제사 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永遠)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人間歷史)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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