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8. 12:08 삶을 살아내다/일탈(逸脫)
감독: 이윤기
출연: 공유, 전도연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둔 김홍기. 정신지체아들을 가진 이상민. 그들은 누군가를 지켜줘야만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내와 남편간, 자식과 부모간에 쌍방향의 공급과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어주기만 한다. 그러하기에 감정도, 체력도 고갈된다. 결핍된 그들은 이국땅에서 우연히 만났고, 빠르게 사랑에 빠져들었고, 서로를 탐닉한다.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더 품지 않았을까. 결핍에 대한 이해라...그리고 서로의 결핍에 대처하는 남녀의 자세라고 해야할까...시작은 육체적 탐닉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남자와 여자는 달랐다. 핀란드에서 처음 만났을때부터 여자는 솔직하고 당돌했으며, 남자는 주저하며 애매했다.
"여긴 어때요?"
"뭐, 살기 좋아요.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죠..."
"대답이 뭐 그래요? 무성의하고 애매하게..."
그리고 서울에서 재회했을때도 남자는 애매했다.
"서울에 완전 들어오신거예요?
"그렇기도 하구, 아니기도 하구요."
여자는 솔직했다. 김홍기가 보고싶어 새벽녘에 그를 보려고 현관문으로 향하는데, 남편과 마주친다.
"이 시간에 어딜 가? (장난섞인 투로)남자라도 있나보지?"
"응...나 그 사람 없으면 안 되거든."
그렇게 이상민은 남편을 버려두고 김홍기를 보기위해 호텔로 가지만, 결국엔 김홍기를 나타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홍기는 이상민이 있는 호텔방 앞까지 갔다. 그 앞에서 가정에 대한 본연의 '책임'과 본능적인 사랑의 '욕구'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서 "1년 후"라는 문구와 함께 파경한 이상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상민은 김홍기가 있는 핀란드로 찾아간다. 이상민은 아내, 그리고 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홍기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다가 식당 안까지 쫓아가지만, 결국... 이상민은 김홍기를 보지 않고 그곳을 떠난다. 식당안에 앉아있던 김홍기는 그렇게 식당 문을 열고 떠나는 이상민을 우연찮게 보게되지만, 한 발 늦었다. 이미 차는 떠났다. 김홍기가 자신의 차를 타고 따라가려는 순간, 식당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딸과 눈이 마주친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 김홍기... 역시 그는 본능을 따라가지 않았으며, 결국 가정을 택한다.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미묘한 감정에 집중하며, 간간히 우울증에 걸린 김홍기의 아내와 이상민의 정신지체 아이를 소재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화가 절정에 치닫고 나서, 극의 전개는 앞뒤의 연계성을 찾아볼 수 없을만틈 급하게 반전되고, 마무리된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기대했던 여운은 남지 않았고...'이 영화 뭐야..' 라는 공허한 말만 연신 내뱉었다.
한 가정을 가진 남녀의 사랑을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결국엔 불륜이다. 황혼의 이혼률이 신혼부부의 이혼율을 앞서가는 이 시대이기 때문에 '불륜'이 미화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한 가정을 파괴하는 행위는 절대로 옳지 않다. 그 누구에게도. 그게 아무리 애틋하고 애잔한 사랑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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